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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디네자드 왈, 고마워 미국"

[월러스틴의 '논평'] 미국의 대이란 외교 30년, 그 참담한 결과

"아마디네자드 왈, 고마워 미국"

지난 60년간 미국과 이란간의 관계는 파란의 연속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이란의 국왕(Shah) 레쟈 샤 팔레비는 외부세계의 요구와 영국, 소련, 독일의 압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중립을 선언했다. 그러자 1941년 소련과 영국의 연합군이 이란을 침공했다. 연합군을 샤를 윽박질러 아들에게 왕위를 넘겨주도록 했다.

소련군은 이란 북부에 주둔했고 1946년 북부지역 석유자원에 대한 권리를 요구했다. 영국은 이란이 자신의 세력권 안에 들어온 것으로 간주했으며 엄청난 이윤을 창출해낸 영-이석유회사(AIOC)를 마음대로 주물렀다. 냉전이 시작됐고, 영국은 [냉전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려 하지 않았다. 반면 소련군은 이란에서 철수했는데, 이는 [미국과의] 세력권 분할을 약속한 얄타 밀약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1951년, 총리에 취임한 민족주의 정당의 지도자 모하메드 모사데그는 국왕 모하메드 레자 샤 팔레비의 반대를 무릎쓰고 AIOC를 국유화했다. 양자간의 대결에서 모사데그 총리는 국왕을 주변부로 몰아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었고, 국왕을 사실상 망명 상태로 밀어넣었다.

당시 영국은 중동 전역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미국에게 넘겨주고 있던 참이었다. 따라서 1953년 8월 16일 모사데그에 대한 쿠데타를 조종한 것은 바로 미 중앙정보국(CIA)이었다. CIA는 국왕을 테헤란으로 복귀시켰고 그에게 정치 전권을 회복시켜 주었다. 석유 국유화는 취소되었고 영국이 다시 통제권을 갖게 됐다.

이란 국왕(Shah)은 미국의 확고한 동맹이 되었고, 국내의 모든 반대파들을 억눌렀다. 당시 미국은 샤(Shah)의 핵야망에 반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스라엘도 반대하지 않았다. 샤의 통치체제는 갈수록 억압적이 됐고 결국 1979년 아야톨라 루욜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민족주의 혁명을 초래했다. 혁명세력의 가장 큰 불만사항 중 하나는 1953년 CIA 주도의 쿠데타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란의 국익이 미국에 정책에 굴복했다는 것이다.

샤는 국외로 탈출했고, 그 직후인 1979년 11월 4일 이란인들은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했다. 대사관 안의 미국 외교관들은 이란 혁명세력의 인질이 됐다. 그들은 444일 동안 그곳에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 이후 미국과 이란 양국 관계는 적대적이 됐다. 198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부가 이란을 공격했다. 전쟁에 필요한 물자는 미국이 지원했다.

전쟁은 길고 피비린내 나는 것이었으며 8년이 지난 후 무승부로 끝났다. 그 직후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부분적으로는 [이란과의] 전쟁 비용을 벌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라크는 미국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즉 1차 걸프전이었다.

이제 미국은 이라크와 이란 모두를 동시에 적으로 맞게 된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미국을 공격했을 때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와 이란이 알카에다와 한통속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실제로 알카에다는 이라크와 이란 정부 모두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희망은, 두 나라에 친미 정부를 수립해 핵무기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란과의 대결에서 우군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의 희망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을까? 최근 이라크는 총선을 치렀고 현재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시아파 지역에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는 여러 정당들이 정치협상을 하려 할 때 이들이 찾아간 곳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가 아니라 이란의] 테헤란이었다.

그들이 제시한 [테헤란으로 간]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도청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이란의 도청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수니파 지역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최대 정당도 최근 이란 방문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이란 정부는 [자신들의 우군이라 할 수 있는] 시아파 정당들에 대해 정부를 구성할 때 수니파 정치인을 반드시 포함시키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정치를 조종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오랜 점령 후, 그 결과는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이란이 미국을 앞지르게 된 것 같다. 이란은 미국에게 특별히 감사해야 할 것이 있다. 그들에게 가장 두려운 적 중 하나였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해준 것이다.

▲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가운데)은 2008년 3월 역사적인 이라크 방문에서 의뭉스럽게 말했다. "독재자(사담 후세인) 없는 이라크에 오니 참 좋네." 사진은 아마디네자드가 바그다드에 도착한 직후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 사열을 받는 장면 ⓒ로이터=뉴시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은 하미드 카르자이를 권좌에 앉혔다. 미국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는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사실 그는 탈레반에 저항하면서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을 단결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파쉬툰 족이면서 비(非) 파쉬툰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여러 군벌들과 협상할 용의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선거가 끝난 후, 카르자이가 선거 결과를 조작했을 뿐만 아니라 부패 문제나 마약 재배 등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미국은 그에 대해 기존 정책을 수정하하는 압력을 가했다. 그 압력에 그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는 [이란 대통령] 아마디네자드를 카불로 초청해, 그 자신이 탈레반에 가담(join)할 수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미군의 잔인한 민간인 살해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미국으로서는 카르자이를 대체할 인물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 걸음 물러나 그와의 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사정은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에게 특히 딱 들어맞는다. 그로서는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부분적인 승리라도 거둬야 할 절실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9년에 걸친 미국(과 나토)의 아프가니스탄 개입 후,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확실한 동맹세력이 워싱턴에 대적할 카드로 이란을 활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듯이 보인다.

한편 이란 국내에서 아마드네자드는 매우 가혹한 탄압 정치 때문에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이란이 원자로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란에 대한 국제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이스라엘이 요란스럽게 동조하고 있는 대(對)이란 제재는 지금까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아마디네자드의 국내 정치력을 크게 강화시켰다. 자신을 [미국의 제재 움직임에 대한] 이란 국익의 수호자로 부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온갖 압력을 가한다 해도 러시아와 중국(특히 중국)이 명목상이 아닌 실질적 제재에 동참한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한편 이스라엘이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핵보유국이 되려는 이란과의 싸움에서 시간은 이란의 편이다.

30년에 걸친(60년 가깝다고 말하는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대이란 외교정책은 참담한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란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졌고, 대부분은 미국의 정책 덕분이었다. 당신이 만약 아마디네자드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겠는가?

"고마워, 미국"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 문제 칼럼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 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4월 15일 279회 논평 원문보기)

* '( )'는 월러스틴의 표기이며 '[ ]'는 번역자가 추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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