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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군의 정보 통제, 언론은 즐기고 있다?"

천안함 사건,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 보도의 문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두고 각 언론에서 추측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집요하게 '북한 공격설'을 제기하는 <조선일보> 등이 있는가 하면 OBS는 실종자의 시신 4구가 발견됐다고 보도하고 나서 사과문까지 냈다. '총체적 혼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상황이다.

13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 등의 주최로 '천안함 관련 정부의 정보 통제와 언론 보도의 문제점' 토론회가 열렸다.

"군의 정보 통제, 오히려 안보 위협과 사회적 불안 야기"

언론의 '추측 보도', '몰아가기식 보도'의 가장 큰 원인은 군과 국방부의 정보 통제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군은 거의 모든 정보를 통제한 상황에서 TOD 영상 공개에서 말을 바꾸거나 생존 장병 인터뷰도 '통제된 상황'에서 진행해 의혹을 키웠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사고 발생 직후 천안함의 교신 일지와 항적 기록, 해군 함정의 사고 예방, 정비, 위기 대응 매뉴얼과 그 이행 여부에 대한 기록 등을 포함한 일체의 1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이 단체는 "군사 기밀을 제외한 부분 공개도 가능하다"는 단서도 붙였으나 해군제2함대사령부 측은 "국가 안전 보장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정보 일체의 비공개를 결정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은 "참여연대의 정보 공개 청구는 1차 자료만이 아니라 그에 관련된 군 내부 보고서, 매뉴얼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 "매뉴얼이 조사 중인 사안일 리 없고 그 공개 혹은 부분 공개가 국가 안전 보장을 현저히 해할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위원은 "독점된 정보가 기득권을 위해 남용될 때,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제약될 때야말로 진정한 안보 위협이 발생한다"면서 "천안함 사건을 다루는 군의 태도는 군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킴으로써 도리어 안보의 위협과 불필요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추측 보도', '몰아가기식 보도'의 가장 큰 원인은 군과 국방부의 정보 통제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백령도공동취재단

이러한 군의 정보 통제를 두고 "청와대는 '완전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나 군과 국방부가 이에 따르고 있지 않다"는 식의 접근법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김성길 전 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은 "군의 보고 체계나 대형 참사가 일었을 때의 결정 체계, 사건이 남북 대치 상황의 접점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것 등을 생각했을 때 정보 통제의 문제를 군 수뇌부에 한정해서 보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530 GP 안에서 김모 일병이 수류탄을 폭파시켜 8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있었을 때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의 군은 관련 자료와 현장을 완전히 공개했다"면서 "지금처럼 정보가 은폐되고 언론이 왜곡되는 것이 군의 내부적인 문제라고만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정법 보도가 '뉴스'냐" vs "'확인된 것만 보도하라'는 현실성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도형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각 방송사의 보도 태도를 분석했다. 지상파 방송3사는 14일간 708건의 보도를 했고 이중 가장 많은 보도를 한 방송사는 KBS로 일일 평균 19.7건의 보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형래 연구원은 "KBS는 군이나 정부의 브리핑 내용을 전달하는 기사, 사고 현장 스케치, 수색 경과 보도 등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MBC는 사고의 원인 규명 기사와 사고 발생 시각을 추정하는 기사가, SBS는 청와대, 정치권 동정 보도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KBS는 29번, MBC는 22번, SBS는 14번의 보도에서 북한 도발설을 언급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KBS는 생존 장병들이 단체 인터뷰 한 이후 북한의 공격설을 가장 많이 보도했으며 이날 이후로는 북의 도발 외에 다른 원인에 대한 보도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3사는 2분 동안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인 것처럼 보도하다 마지막 5초에서 '지금까지 보도한 것이 다 거짓말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양새의 보도를 하고 있다"며 "가정에 가정을 덧붙이는 보도나 이런 보도가 과연 '뉴스' 보도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시각을 달리했다. 그는 "총체적 부실 상황 때문에 파생되는 모든 일을 언론의 문제로만 몰아가는 것은 과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현 상황을 악용하고 있는 <조선일보> 등과 정보 통제 상황에서 보도하고 있는 진보 언론과 중간적 위치의 언론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보도가 통제되는 상황에서 확인 안 된 문제에서도 보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실적으로 확인하고 보도하려면 아마 상당수 보도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차라리 현실적인 대안은 1분 30초 리포트가 아니라 5분, 10분짜리 깊이있는 분석을 내놓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MB 정부에 불리한 의제 모두 덮는 '과잉 보도'"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의제가 모두 묻혔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사태로 정권에 불리한 의제가 다 덮였다. 정보 가치가 의심스러운 보도 까지 하면서 안상수 봉은사 외압 파문, MBC 김우룡의 '큰집' 발언, 세종시, 4대강, 한명숙 재판 등이 묻혔다. 지방선거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다"며 "천안함 사건을 장기 미스터리로 뭉개고 중요한 의제는 선거때까지 다 뭉개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유진 처장은 "혼란스러운 보도의 원인이 정보 통제에 있는 것은 맞으나 언론들은 마음껏 추측 보도 할 수 있는 정보 통제의 상황을 활용하고 즐긴다"면서 "정권의 책임 없이 미스터리와 국민의 대동 단결만이 남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의제 과잉 현상이 발생하다 보니 여타 의제들이 죽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만약 두 방송사가 과잉 보도를 하고 있는데 한쪽이 차분하게 보도량을 줄인다면 과연 누가 욕먹을 것 같은가. 이런 사건이 터졌을 때는 보도 하지 않는 언론이 욕먹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건이 터지면 그 사건이 관한 진실, 종합 정보가 아니라 사건의 사소한 정보까지 알고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가 있다. 방송 시간이나 지면의 양으로 정보를 판단하는 국민 정서가 있다"며 "언론에 의해 길들여진 국민 정서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단일 언론이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언론들이 공동 대응하지 않고는 어느 언론도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일부 언론의 안보 상업주의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중·동은 추측 보도에 다른 심리적 악영향을 의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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