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명진스님 알레르기'…"천안함 무사 귀환 인터뷰도 안 돼"

'KBS 임원회의 결정 사항' 문건 공개 …"명진 스님 인터뷰 '부적절'"

한국방송(KBS) 경영진이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인터뷰를 두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엄경철)는 13일 특보에서 KBS 경영진이 지난 5일 제작 현장에 내린 '임원회의 결정 사항'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지난 2일 방송된 <특별 기획 천안함 침몰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 프로그램에 명진 스님의 인터뷰가 나간 것을 문제삼는 대목이 들어 있다. 이날 프로그램에서 명진 스님은 천안함 침몰 희생자를 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저도 기도 열심히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KBS 경영진은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 인터뷰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인터뷰가 나간 것은 부적절하다는 심의 지적이 있었음"이라며 "객관성 있는 심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됨"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5일 KBS 임원회의 결정 사항. 김미화 씨 내레이션과 명진 스님 인터뷰를 문제삼는 내용이 들어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이날 특보에서는 김미화 씨를 "부적절한 내레이터"로 규정하고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언급한 지시 사항도 다시 확인됐다. (☞관련 기사 : '김미화 목소리도 싫어!'…KBS, 김제동 이어 김미화도 퇴출?)

당시 KBS 경영진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 등에서 "임원회의에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한 적 없다", "통상적인 차원에서 '개선책을 찾아보자'는 수준"이라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새 노조가 공개한 문건에는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되는지 의문"이라며 "내레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프로그램의 경우는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책임자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임"이라는 지적이 들어있다.

한편, KBS 새 노조의 성명 이후 KBS 사내 게시판에서는 '명진 스님' 인터뷰를 문제삼았던 심의 의견이 삭제됐다. KBS 새 노조는 KBS 사내 게시판의 심의 정보 목록을 캡쳐해 공개했다.

▲명진스님 인터뷰에 문제를 제기한 심의 의견이 KBS 사내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언론노조 KBS 본부

▲ KBS 새 노조가 KBS 임원회의 결정 사항에 문제삼는 성명을 낸 이후 KBS 사내 게시판에서 명진 스님에 대한 심의 의견이 삭제됐다. ⓒ언론노조 KBS 본부

KBS 새 노조는 "사측은 그간 '부당 노동 행위', '이병철 생일 기념' <열린음악회> 등 KBS본부가 사실에 입각해 문제 지적한 내용에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했다"면서 "거짓말을 끊임없이 하다보니 자신이 거짓말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공상허언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