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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태세검토' 보고서, '북핵 해결'엔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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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태세검토' 보고서, '북핵 해결'엔 악재

[기고] 북 '오바마도 부시와 다를 바 없다' 판단할 가능성 높아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4월 6일 발표한 핵태세검토(NPR)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북한과 이란에 대해 핵 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고 그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국가들을 상대로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NPT에서 탈퇴해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한 북한과 대표적인 NPT 위반 국가로 지목받고 있는 이란은 미국의 핵선제공격 대상으로 남게 된다. 즉, 이들 나라가 미국이나 그 동맹국들을 핵무기는 물론이고 재래식이나 생화학 무기로 공격하더라도 미국은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월 5일자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이란을 "예외국들(outliers)"라고 부르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소극적 안전보장에서 제외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6일 NPR 보고서를 설명하면서 "이들 나라에 대해서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핵 선제공격을 유지할 방침을 거듭 밝혔다.

새로운 핵전략을 다짐했던 오바마 행정부가 이처럼 냉전 시대의 대표적인 유산인 핵 선제공격 전략을 고수하기로 한 데에는 북한과 이란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의 핵위협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핵개발을 포기하고 NPT 의무를 준수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핵 선제공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각오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스티븐 추 에너지장관(왼쪽부터)이 6일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핵태세검토(NPR)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북한, 오바마에 대한 기대 접을까?

이처럼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이란과 함께 핵 선제공격 대상에 담겨 둠으로써 향후 북핵 문제에 미칠 파장이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자신의 핵무기는 "억제용"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핵위협을 핵심적인 명분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바마 행정부가 핵 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하기로 한 것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자신의 "핵 억제력 확보"를 정당화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군부를 비롯한 핵무장 옹호론자들의 입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오바마의 핵전략을 보고 '오바마 행정부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체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북미관계 개선을 크게 기대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개념계획(혹은 작전계획) 5029의 공개적인 언급, 한미합동군사 훈련 '키 리졸브' 실시, 위성 발사 유엔 안보리 회부, 대북 제재 유지, 사실상 양자 대화 거부 등 강경책을 고수하면서 기대를 많이 접은 상황이다. 이에 더해 핵 선제공격 옵션 고수까지 나오면서 북한의 대미 불신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 악화는 최근 천안함 침몰 사건과 맞물려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더욱 위축시킬 전망이다.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후속 협정 타결과 이번 NPR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오바마 행정부는 핵 비확산 외교에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믿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4월 12-13일로 예정된 '글로벌 핵 안보 정상회의'와 5월에 열리는 NPT 회의에서 북한과 이란을 비난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이를 뒷받침하듯 북한과 이란 정책에 대한 워싱턴의 분위기는 강경하다. 대선 공약으로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통해 북한과 이란 핵문제를 풀겠다는 대담한 외교 구상은 온데 간데 없고, 압박과 제재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기류 변화는 NPT 회의를 앞두고 이 조약을 탈퇴하거나 위반한 국가들을 상대로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는 것이 NPT 체제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19 공동성명 위반 아닌가?

오바마의 대북 핵 선제공격 전략 고수 방침이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을 위반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은 2003년에 NPT에서 탈퇴해 2005년 2월 핵보유 선언과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에 핵실험을 실시한 바 있어, 미국은 북한을 소극적 안전보장, 즉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문제는 이러한 방침이 미국 정부가 북한에게 "완전하고 철저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을 위반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성명에는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그런데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NPT에서 탈퇴하고 핵보유를 선언한 상황에서 합의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하는 것은 이 조항을 위반한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이 두 차례의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소극적 안전보장 제공의 예외가 되어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핵 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한다면, 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 방침과 충돌하게 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선제공격 옵션 고수가 채찍과 함께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믿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NPT에 복귀하면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는 인센티브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일방적인 생각이다. 정전 상태에 있는 쌍방이 어느 한쪽이 먼저 무기를 포기해야 안전을 약속하겠다는 것은 불공평한 접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은 오히려 '오바마도 부시와 다를 바 없다'며 핵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맞설 공산이 크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오늘날 지구촌의 분위기와는 달리, 한반도에서는 '핵 대 핵의 대결'이 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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