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가 정면 충돌을 앞두고 있다. MBC 노동조합은 김재철 사장이 황희만 특임이사를 부사장으로 임명한 데 반발해 5일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MBC 노동조합은 5일 오전 6시부터 서울 지부를 시작으로 19개 지부가 잇따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 지부는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본사 1층 '민주의 터'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7일 19개 지부와 함께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MBC에서는 프로그램 제작, 보도 등 방송 제작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MBC 노조는 천안함 침몰 사태를 취재하는 기자 10명, 카메라 기자, 중계차 요원 등은 파업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MBC 사측은 "이번 파업은 정당한 쟁의 행위의 범주를 벗어난다. 파업 자제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청와대에 '조인트' 맞지 않고서야 어떻게"
MBC 노동조합은 김 사장이 지난 2일 황희만 특임 이사를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노사 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4일 출근저지투쟁을 벌이는 MBC 노조에게 '황희만·윤혁 본부장 보직 해제'를 약속했고 노조는 출근저지투쟁을 중다냈다. 그러나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김 사장이 다시 황희만 이사를 부사장으로 중용한 것.
MBC 노동조합은 "어떻게 이런 사기꾼이 공영방송 MBC의 수장을 자처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지난달 4일 출근 저지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MBC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이고 정신줄을 놓지 않고 서야 어떻게 그의 약속을 믿은 MBC 구성원들의 얼굴에 보란듯이 침을 뱉을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특히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은 천안함 침몰로 모든 국민들이 TV 앞에 모여 한 마음으로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바로 이때 황희만을 부사장에 앉혔다"며 "어떻게 이렇게 화급을 다투는 시점에 도발을 감행해 MBC를 망치려 작정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김재철 사장이 황희만 부사장을 선임한 것은 MBC 노조의 반발을 의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MBC 노조는 이번 부사장 임명을 두고 "'어쩔 수 없이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도록 유돼 노동조합을 말살하고야 말겠다'는 음모의 공식화"라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MBC 노조를 도발하는 카드라는 지적이다.
"황희만 부사장과 청와대의 친밀한 관계?"
황희만 부사장은 지난해 엄기영 전 사장의 반대에도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끝내 임원으로 선임해 보도본부장을 맡았던 인물로 엄 전 사장의 사퇴에서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다. MBC는 황희만 당시 보도본부장을 '낙하산 이사'로 규정하고 출근저지투쟁을 이어왔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황희만 부사장과 청와대의 모종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줄곧 제기됐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우룡 이사장이 황희만씨를 고집한 이유는 대통령의 형님(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김 이사장에게 부탁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MBC내부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황희만 본부장은 서울 강동구의 한 교회에서 집사를 맡고 있는데, 그 교회의 목사가 청와대 예배를 집전할 정도로 청와대와 막역한 사이"라며 "(청와대 측에서) 보도본부장을 황희만씨로 하도록 요청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MBC 노조는 "그때부터 이미 황희만은 청와대가 파견한 '보도총독'이었던 셈"이라며 "(보도본부장 해임은) 일대 사기극이었다. '조인트' 까이는 'MB맨' 김재철이 '청와대 보도총독' 황희만을 결코 날릴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말로만' 김우룡 고소", "지역 MBC 통폐합 반대"…김재철 불신 '누적'
한편 이번 파업은 단순히 '황희만 부사장 임명 반대'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C 내에서는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조인트' 발언, MBC 관계회사 인사 논란, <PD수첩> 책임 프로듀서 교체 논란 등을 거치며 불신이 누적되고 있는 분위기였다.
특히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조인트' 발언 이후 김재철 사장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이런 불신을 키우고 있다. 당시 김우룡 전 이사장을 민ㆍ형사상 고소하겠다고 밝힌 김 사장은 보름이 지난 시점이나 아직까지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지역 MBC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추진하는 'MBC 광역화', '통폐합'에 반발 여론이 높다. 지역 MBC 노조 지부장들은 지난 29일 사장실 앞 복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파업에서도'MBC 광역화 반대', '지역 MBC 통폐합 반대' 등의 이슈도 함께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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