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등록증도 없고 여권도 없는 불법체류자가 왔다.
"넌 왜 여권도 없이 다니냐?"
들어보니 사연이 기막히다.
경북 경산의 공장에서 여권을 맡겨놓고 일했다. 그만둔다고 하자 사장님이 화가 나서 펄펄 뛰었다. 브로커한테 소개료 주고 널 데려왔는데 이렇게 쉽게 그만둬?
"그래 무서워서 그냥 도망쳤다 말이지?"
"바로 그거예요!"
"그럼 태국 대사관에 가서 다시 만들어."
"대사관이 어디죠?"
"서울 이태원."
"목사님, 제가 길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저하고 같이 가실래요?"
"너도 참 딱하다. 어떻게 날 데려갈 생각을 하니?"
"바람도 쐬고 좋잖아요!"
"내가 너만 상대하냐? 저 사람들 기다리는 것도 안 보이냐?"
전철노선도를 갖다 놓고 갈아타야 할 역 네 군데 즉 수원, 금정, 삼각지, 이태원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 주었다.
"가다가 잡히면 어떡하죠?"
"새벽에 가. 새벽에는 안 잡아. 갈 수 있지?"
"예."
오늘 간다고 그랬는데!
지금쯤 어두컴컴한 새벽길을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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