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를 받는 공영 방송인 KBS가 재벌 총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연 것이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 KBS <열린음악회>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비판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 진보신당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방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 "4일 방송에선 이병철 회장 이야기 안 나올 것"
KBS는 지난 27일 부산 신세계센텀시티에서 오는 4일 방영될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를 녹화했다. 이날 음악회는 부산광역시가 주최하고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주관·후원한 행사로 시민들에게 나눠준 초대장에는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명시됐다.
이를 두고 KBS와 부산시는 이날 프로그램을 주관한 신세계백화점에 책임을 넘겼다. 특히 KBS는 "애초 프로그램 기획 의도 자체가 고 이병철 회장과는 전혀 상관 없었다. 초대권 등도 우리가 발행한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이다.
권영태 열린음악회 책임PD(CP)는 "오는 4일 나갈 방송에는 이병철 전 회장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을 것이고 이날 방송의 콘셉트는 '부산 시민과 함께 하는 음악회'가 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했던 이야기와 방송에서 나올 이야기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태 책임PD는 "녹화 방송인데, 방송 전부터 미리 논란이 돼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 게재된 현수막이나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문구가 들어간 초대권 등을 놓고도 "그런 것은 모두 다 현장용"이라며 "현장과 방송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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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이 인터넷에 올린 열린음악회 초대권.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고 적혀있다. ⓒ프레시안 |
부산시 "경제 활성화 취지…센텀시티가 한거다"
이번 음악회를 주최한 부산광역시 역시 책임을 신세계백화점에 떠넘겼다. 부산광역시 관계자는 "주관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다 보니 사업비를 낸 업체 입장이 들어간 것 같다"며 "그러나 부산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이고 부산에 있는 기업체의 문화 행사에 행정적 지원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녹화에서는 몇몇 출연진들이 이병철 전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발언 등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산시 관계자는 "시에서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며 "부산시는 <열린음악회>를 유치했을 뿐이고 <열린음악회>는 항상 나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냐"고 말했다.
"다음 회는 이건희 경영 복귀 기념 음악회 하라"
그러나 누리꾼 사이에서는 공영 방송인 KBS와 지방자치단체인 부산광역시가 주최한 프로그램에서 특정 기업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음악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당장 <열린음악회> 홈페이지에서는 비판 여론이 높다.
한 누리꾼(정윤호)은 "부끄러운 줄 알라. S기업 사내 방송 KBS, 시청료 받아서 이런 것 하면 사람들 보기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전형필)도 "3월 26일이 안중근 의사 순국일"이라며 "정경 유착과 사카린 밀수로 기업의 터를 닦아 유전무죄를 대대로 실천해 보이는 어떤 기업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을 수신료로 운영하는 공영 방송에서 축하할 일이냐"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최승호)은 "과연 이 시기에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에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다른 누리꾼(이진일)도 "다음 회는 이건희 회장 사면 기념 음악회, 그 다음회는 이건희 경영복귀 음악회를 열라"면서 "도대체 이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냐. 이럴 것이면 수신료는 왜 받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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