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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 부는 한국? 실상은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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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 부는 한국? 실상은 속 빈 강정

20대 경제활동참가율, 여성>남성…노동시장에서 차별 여전히 심각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62.9%)이 지난해 남성(62.6%)을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여성 경쟁력 상승에 따른 '여풍(女風)'이 그 배경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쟁력 상승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주로 '대학 진학률'이 언급되고 있다. 2009년 이래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의 진학률보다 줄곧 높았으며(2009년 기준 여성 82.4%, 남성 81.6%), 이 추세가 곧 성별에 따른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이 역전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성별에 따른 '20대 대학 진학률'과 '20대 경제활동참가율' 역전 현상만을 가지고 '여풍'이라 야단법석을 떨기에는, 한국의 성별에 따른 일자리·임금 격차는 그 수준이 심각하다.

정작 20대 여성 구직자들은 채용 시장에서 남녀 차별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특히 경제가 위기 국면에 돌입했을 때 성별에 따른 채용 차별은 더욱 도드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 20대 경제활동참가율만 남성을 앞질렀을 뿐,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전히 육아와 출산은 여성의 몫이며, 이에 따라 생기는 'M자형 경력 단절'이 곧 남녀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가 여성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105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계가 '여풍'을 자축하기보다, 여전히 '남녀 (일자리) 차별'을 지적하는 이유다. 첫 '여성 대통령' 포문을 연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성계가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20대 여성 구직자들 "채용 시장에서 남녀 차별 여전"

ⓒ프레시안(여정민)
경제활동참가율은 생산활동가능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를 뜻한다. 생산활동가능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군인과 재소자 제외)이며, 이 중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인구를 경제활동인구라고 한다. 따라서 경제활동인구에는 구직 의사가 있는 실업자도 포함된다. 취업이 되지 않아 대학 졸업을 미루고 있는 여성들도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20대 여성 구직자들은 채용 시장에서 '남녀 차별'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지난해부터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 박지윤(27) 씨는 "서류 전형(1차 전형)부터 남녀 합격률이 확연히 차이 났다"며 "학점과 영어 성적 등의 '스펙'이 거의 비슷해도 남자는 붙고 여자는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기업에 취직한 조민주(25) 씨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조 씨는 "제철이나 석유 같은 중공업은 물론이고, 영업직을 뽑는 기업들도 채용 설명회에 가면 '여자라 일단 스펙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신규 채용을 하는 기업들이 채용 공고에서 성별 차별을 대놓고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겉으로 성별 차별을 드러냈다가는 된서리를 맞을 게 뻔해서다.

유명 금융사 인사 부서에서 일하는 정 모 씨는 "누구도 '남자를 많이 뽑으라'고 겉으로 얘기하지 않지만, 막상 채용 심사를 마치고 나면 언제나 남자 지원자가 훨씬 많이 합격한다"며 "제도적으로 채용이 남자 지원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기보다는, 심사하는 사람들이 무의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채용 시장에서 이뤄지는 남녀 차별은 '경제 위기'가 닥치면 더욱 도드라진다. 대표적인 시기가 지난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때다. 2008년 말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여성 채용 인원을 밝힌 상장기업 350곳을 분석한 결과, 채용 인원 1만3799명 가운데 여성은 2770명으로 20%에 그쳤다. 이는 인크루트가 5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였다.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여성 채용 비율은 26.1%였다.

출산·육아는 여전히 여성 몫…'M자형 경력 단절' 이대로 뿌리내리나

아울러 이날 발표된 '성별·세대에 따른 경제활동참가율' 조사 결과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56.0%)이 남성(93.3%)의 60%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여성들이 여전히 출산·육아 과정에서 경제 활동을 포기 또는 일시 중단해야 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다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다시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여성들이 늘어, 한국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 형태는 보통 'M자형 곡선'으로 설명된다.

더 심각한 것은 경력 단절 여성들이 재취업하는 일자리가 대체로 고용 형태(비정규직)나 직종(서비스업) 측면에서 이전보다 더 열악하다는 점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재작년에 발표한 '여성 경력 단절 실태로 본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대안 모색 토론회' 자료를 보면, 재취업 여성들이 경력 단절 이전에 가졌던 일자리는 62.9%가 정규직이었으나 이후에 새로 얻은 일자리는 정규직이 28.5%에 불과했다. 또 단절 이전에는 사무직이 40%를 넘었으나 이후에는 이들 중 상당수가 서비스직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풍 부는 한국?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 최대

이와 같이 노동시장에서 여전한 남녀 차별이, 한국을 OECD 회원국 가운데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회원국별 남녀 임금 격차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은 2010년 기준 남녀 임금 격차가 39.8%로, 28개 회원국 평균(15.8%)의 2.6배에 달했다. 2위 일본(29%)보다 무려 10.8%포인트 높은 수치다.

또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공동 조사한 '2012년 가계 금융·복지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평소 취업자의 개인 소득(1669만 원)은 남성(3638만 원)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평소 취업자란 1년간 취업 개월과 구직 개월의 합이 6개월 이상인 사람 가운데 취업 개월이 구직 개월보다 긴 사람을 말한다.

이 같은 남녀 임금 격차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 조주은 조사관(보건복지여성팀)은 지난 1월 발표한 '남녀 임금 격차 현황과 개선 과제'에서 'M자형 경력 단절' 문제와 함께 △여성 취업자가 주로 열악한 업종인 도소매·음식숙박업에 취업해 있고, △주로 비정규직이며, △사업 규모가 작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여성 취업자의 28.1%가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일하고 있었고, 다음으로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서비스업에서 '기타'로 분류되는 업종(시설 관리 및 사업 지원 서비스 등)에 21.8%가 고용돼 있었다. 여성 취업자의 절반가량이 열악한 작업 환경과 저임금을 특징으로 하는 직종에 분포돼 있는 셈이다.

또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591만5000명) 가운데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반이 넘는 53.4%(315만4000명)를 차지했다. 특히 임금 수준이 낮은 임시·일용직 비율을 성별로 보면, 여성이 49.7%로 남성(30.6%)보다 높았다.

아울러 조 조사관이 공개한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내부 자료를 보면, 전체 여성 노동자 가운데 35.7%가 대체로 임금 수준이 열악한 1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조 조사관은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 여성 채용이 미미한 것은 채용 단계에서 성차별"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 여성·사회 단체들이 3.8 여성의 날 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연합뉴스

첫 여성 대통령? 여성계는 '싸늘'

한편 105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첫 여성 대통령'을 간판으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여성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여성단체 연대 모임인 '생생여성노동행동'은 7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 노동에 대한 현실 인식부터 해야 한다"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정 과제를 발표했지만, 비정규직 대책·일자리 대책·민생 대책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놓인 여성 노동자 문제는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여성 노동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양극화된 노동시장 문제 해결과 새로운 경제, 새로운 사회 체제 모색은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며 "여성 비정규직 문제 해결, 경력 단절 예방,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등의 '성평등' 정책이 국정 과제의 핵심 가치로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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