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중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중국의 금년도 경제운영 방향에는 긴축의지가 얼마나 담겨 있을까?
지난 3월초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와 정치협상회의(政協)에서 금년도 경제운영 방향을 결정하였다. 원자바오 총리는 공작보고를 통해 안정적 성장, 구조조정, 물가 안정의 3대 경제정책 목표를 발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금년에는 8%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소비자물가는 3%이내로 억제하며, 10대 산업에서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새로운 전략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표현으로 금년도 재정적자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GDP대비 2.8% 수준으로 유지하였다. 완화된 통화정책으로서 금년도 총통화(M2)증가율을 지난해 실적치(27.7%)보다 10.7%p 낮은 17%내외로 유지하며, 금융기관의 신규 대출 총액은 지난해의 실적(9.6조 위안)보다 2.1조 위안 적은 7.5조 위안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기조에 대해 국내에서는 중국이 이미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위기 이전의 고속성장기 5년간 수치를 보면, 중국은 지속적으로 재정흑자를 유지하여 왔고, 총통화 증가율도 17% 내외의 수준을 유지하였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평균 3.6% 수준 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과연 긴축 의사를 표현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중국의 출구전략은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취해질 것인가? |
그렇다면 중국경제는 출구전략이 필요한가? 답은 '그렇다'이다. 중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 급등과 물가상승 압력이 표면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중국경제의 안정 기조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확장적 금융정책으로 은행대출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유동성 과잉을 불러 일으켰고, 시장에 풀려난 자금이 생산시설 확장보다는 부동산과 증시에 몰려들면서 자산 가격이 급등하였다. 지난해 경기회복에도 마이너스를 유지하였던 소비자물가와 공산품 출하가격이 지난해 연말 이후 상승세로 전환되었고, 통화량(M1)이 급증하여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중국경제는 출구전략 시행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는 '미시적 조정'을 통해 대응하여 왔다. 금년 들어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중국의 출구전략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앞서 지준율을 조정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행정규제를 통해 대출을 규제해 왔던 과거 경험으로 미루어 아직까지 중국정부가 말하는 '미시적 조정'의 단계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중국의 출구전략은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취해질 것인가? 중국의 출구전략은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먼저 재정정책면에서는 지난해와 같이 적극적인 확대 재정정책을 지속해 갈 것이나, 4조 위안의 경기부양조치가 끝나는 2011년에는 재정정책 기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국의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금리 인상의 형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금리인상에 대해 중국 정부는 매우 유보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출구전략 시나리오를 설정해 보면 중국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경제가 과열되었다는 판단이 이루어지기까지는 금융기관에 대한 신규대출 규제 등 행정적 수단과 지급준비율 인상을 통한 유동성 확대 억제에 역점을 둘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판단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금리인상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과열의 정도에 따라 예금금리만을 인상할 수도 있고,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동시에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정부의 미시적 조정이라는 원칙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위안화 환율 절상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금리인상에 더욱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
출구전략의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국내의 물가상승 압력, 부동산 가격의 안정 속도, 세계경제의 회복 속도와 주요 선진국의 퇴출전략 시행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감안한 이후에 중국의 출구전략은 시행될 것이다. 중국경제가 가장 빠른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 퇴출전략을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나, 중국의 금년도 경제성장 목표치를 감안할 때 중국의 퇴출전략은 선제적이기보다는 국제적 공조 속에 이루어질 것이다.
둘째, 중미간 환율 갈등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 역시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중국내 정부 및 전문가의 입장을 보면 위안화는 저평가 되어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안정된 환율을 유지할 것이고,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내외의 경제상황과 발전단계를 감안하여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력에 대해 미국 내의 고용확대와 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명목이지만 위안화 절상으로 이러한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위안화가 25-40% 저평가 되어 있으며, 위안화 저평가가 해소될 경우 최소 100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의 경상적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60만~120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울러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거부할 경우 4월 1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중간 환율 갈등이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이어져 중미간 환율 및 통상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심각한 대립 국면으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 양국간 긴장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미 중국 지도부는 수입 확대를 통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줄여갈 것이며, 이를 위해 이미 협상단을 파견하기도 하였다. 단, 중국은 미국이 첨단제품(전략물자)에 대한 대중국 수출 규제를 풀어 줄 경우 양국간 무역불균형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다소 완화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도 "미국이 억지로 위안화를 절상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어려운 일은 협력하면서 해결하 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고,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현재 양국은 서로 최대의 무역 파트너이며, 중국은 미 채권 최대 보유국이다. 또한 미국은 비핵화 문제나 테러방지 정책 등에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상호 경쟁자인 동시에 협력자의 관계이다. 극한적인 대립 상황을 서로가 원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 문제 역시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극단적 선택보다는 상호 윈-윈하는 선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국 역시 미국의 입장을 감안하여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며, 그 방식은 중국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방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오는 5월 미중간 '전략경제대화'가 양국간 문제를 풀어가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이를 계기로 중국의 위안화 환율에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중국의 출구전략과 중미간의 환율 갈등은 분명히 한국의 대중국 수출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퇴출전략의 강도에 따라 그 영향도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중국이 강력한 퇴출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금년에도 내수 부양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수입을 늘려 무역흑자 규모를 축소해 가겠다고 한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중국이 아무리 강력한 출구전략을 취한다 하더라도 8%이상의 안정적 성장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퇴출전략 추진으로 받게 될 영향에 미리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이 국제금융위기 이후 어떻게 경제구조를 바꾸어 가려하는지에 대해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산업구조 조정, 새로운 전략산업의 육성, 수입 분배 구조의 전환, 저탄경제 실현을 위한 자원세 도입, 환율정책 및 제도의 개혁, 금년 중에 제정되는 12차 5개년 규획(12.5 규획) 등 중국이 위기이후에 무엇을 하려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중국이 미루어 왔던 세제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 등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경영여건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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