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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노벨상 자격 없다…야구 방망이로 맞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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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노벨상 자격 없다…야구 방망이로 맞아야"

[해외발언대] "달러 패권주의적 발상, 현실과 동떨어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주의적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외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이른바 '패권주의 경제학자'의 면모를 감추지 않는다.(☞관련 기사:美패권주의 경제학자' 크루그먼 )

요즘 국제경제학계의 현안이 되고 있는 '미.중 환율분쟁'에 대해서도 크루그먼 교수는 그가 단순한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크루그먼, 무역전쟁 부추기는 경제학자

그는 <뉴욕타임스> 칼럼나 강연을 통해 중국은 세계의 경제성장률을 무려 1.5%나 깎아먹을 정도로 환율조작을 너무 심하게 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정도의 수입과징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 EPA=연합뉴스

경제학계에서는 크루그먼의 이런 주장은 사실상 양국간의 '환율전쟁', 나아가 '무역전쟁'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관련 기사:'미· 중 환율전쟁' 카운트다운 )

하지만 노벨경제학상의 권위를 믿고 너무 '오버'한 것일까. 그동안 대부분의 견해를 함께 했던 스티븐 로치 등 쟁쟁한 이코노미스트들조차 크루그먼의 주장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고 나섰다.

로치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크루그먼의 견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아주 나쁜' 조언이며, 완전히 틀렸다"라면서 "그는 야구방망이로 맞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크루그먼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중국에 대해 '야구방망이를 대야 한다'고 한 말을 패러디한 독설이다. 로치는 중국이 세계의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는 크루그먼의 견해도 일축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로치의 비난에 대해 발끈했다. 그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로치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면서 "중국의 환율조작으로 세계경제가 해를 입고 있다는 것은 면밀한 분석에 기초한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연합뉴스=EPA
"중국,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로치는 중국에게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것보다 중국이 소비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로치와 크루그먼의 말싸움이 격화되자 급기야 <블룸버그> 통신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22일(현지시간) 자신의 고정칼럼을 '로치 vs. 크루그먼'의 논쟁에 할애하며 중재에 나섰다. 그는 "로치와 크루그먼의 주장은 각기 옳은 점과 틀린 점이 있다"면서 "양비론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 두 견해의 사이에 있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페섹에 따르면, 크루그먼 교수의 견해처럼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로치가 주장하듯 미국은 저축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부채가 아닌 무엇인가를 수출해서 세계 최대의 경제를 건전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미국과 중국이 각기 처한 문제와 글로벌 불균형 문제는 어느 한쪽만 움직인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미국이 제재를 가해도 중국은 변변한 보복수단이 없을 것이라는 크루그먼 교수의 과감한 주장 자체가 '비현실적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반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우선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크루그먼의 진단에 대해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다. 로치뿐 아니라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짐 오닐 등도 가세하고 있다.

짐 오닐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수출뿐 아니라 수입도 많이 하면서 세계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의 월별 무역흑자는 1년래 최저치인 76억 달러로 줄었다. 반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 1월 373억 달러로 감소했다. 지난 2006년 8월 사상 최대의 월별 무역적자(688억 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미국의 수출이 늘어난 반면 수입품에 대한 미국인들의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로치 "미국의 환율정책만 괜찮다는 것은 위선"

로치는 미국은 필요하면 강달러나 약달러 정책을 채택해도 좋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는 크루그먼의 '패권주의적 발상'에 따끔한 반격을 가했다. 로치는 "미국은 자국통화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 아니냐"면서 "더욱이 중국은 금융시스템이 형성단계인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정교한 경제'보다 훨씬 안정적인 환율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7년 뉴욕증시 폭락을 예견해 유명해진 투자분석가 피터 시프도 "크루그먼이 완전히 헛소리를 하고 있다"면서 "노벨위원회는 크루그먼에게서 노벨경제학상을 회수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시프의 반론은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대해 효과적인 보복 수단이 없을 것이라는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돼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높은 수입과징금을 매겨도 '미 국채 대량 매각' 카드를 중국이 쓸 수 없다고 주장한다. 크루그먼의 이런 주장은 이른바 '달러 패권 경제학'을 근거로 하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비밀무기는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연준의 능력이며, 중국이 미 국채를 팔겠다는 '어리석은' 결정을 하면, 연준(Fed)은 달러를 찍어 사들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출시장을 잃어버리고 달러 가치 하락으로 막대한 외환보유고에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프에 따르면 크루그먼 교수의 이런 예측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부채를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과 자기 자신에게 파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크루그먼도 달러를 대량으로 찍어내면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약한 달러는 미국에게 이롭고 중국에게는 나쁘다고 판단한다.

또한 크루그먼은 달러 가치가 추락해도 미국의 금리와 소비자물가가 높아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높은 상태로 있는 한 금리는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인플레이션도 통제 가능한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달러를 마구 찍어내도 좋다는 크루그먼의 주장은 허구"

이에 대해 시프는 'Paul Krugman vs. Reality'라는 글을 통해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달러 가치가 상당히 하락하면 연방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해 국채 금리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뿐, 다른 채권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상쇄하기 위해 더 많은 금리를 요구하는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연방정부가 주택, 카드, 기업, 도시, 주 정부 관련 채권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면 달러 표시로 된 모든 형태의 채권을 매입하거나 보증해줘야 한다. 연준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노선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민간투자자들은 이런 게임판을 떠날 것이다.

크루그먼 같은 학자들은 통화량을 늘리는 것이 만병통치약처럼 보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실질임금이 낮아지면서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물가가 치솟고 금리가 급등하고 미국의 생활수준이 열악해질 것이다. 크루그먼의 조언대로 중국의 환율정책에 강경책을 쓰면 이런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중국이 미 국채를 매입해주는 역할을 뒤집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모두 불안정해질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은 이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 정부가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하면 위안화 가치가 급등해 중국의 물가는 급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위안화의 구매력이 높아져 세계 최대 규모로 형성된 중산층의 소비가 급증할 것이다. 중국의 공장들은 수출이 아니라 내수를 위한 생산체제에 역점을 두게 된다.

미국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해 수입품 가격 상승 등 물가가 급등하게 된다. 중국이 미국에게 주는 혜택보다 미국이 중국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는 크루그먼의 엉터리 주장을 믿고 정책을 만든다면 상상할 수없는 규모의 재앙을 부를 것이다."


크루그먼은 불황이 닥쳤을 때 통화량을 늘리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겨 소비가 촉진돼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이른바 '불황의 경제학'을 역설해 왔다. 하지만 '불황의 경제학'은 기축통화인 달러에만 통하는 '패권주의적 경제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불황의 경제학'의 토대도 생각처럼 견고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앤더슨은 <월스트리저널>에 게재된 칼럼에서 "달러가 법정 불환화폐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존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한정 통화를 증발해도 끄떡없는 화폐는 아니다"면서 "크루그먼의 주장은 경제학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앤더슨은 "크루그먼의 주장은 거시경제학적인 모델이지, 경제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면서 "그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제 모델을 말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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