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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트 까이고 청소 당하는 국민들의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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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트 까이고 청소 당하는 국민들의 할 일

[김민웅 칼럼]<51> 청소의 계절이 왔습니다

조인트 까인 공영방송

MBC 김재철 사장 연령이라면 무릎 관절에 대체로 이상이 온다. 그런 판국에 만일 이른바 "조인트 까인다"는 말처럼 그 무릎에 일격을 받았다면 상당히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단지 김재철 사장 조인트만이 아니라 이 나라 공영방송이 권력에게 "조인트 까인 것"이다. 군사주의 시대에 통용되었던 이 말이 아직도 살아남아 방송언론을 좌지우지 하는 폭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말은 거침없었다. 공영방송사 사장이 졸지에 청소부가 되었다. 그의 말대로 "좌빨 청소부", 그러니까 사장이 아닌 거다. 청소부, 요즈음 말로 환경 미화원 직업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장 자리가 청소부 직책으로 바뀐 것이 문제다. 이 나라 권력의 중심에 있는 자들의 입이 이토록 막 가고 있다. 공영방송이 자기 손에 있는 사유물이라는 생각으로 꽉 차 있는 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이렇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 대표의 입도 다르지 않다. 좌파 교육이 성폭력 범죄까지 만들었다는 논리를 펼치다가 반격을 받자 법치주의를 강조했다고 둘러댄다. 자신이 어떤 논리로 말했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법치를 흔들리게 한 것이 좌파교육이라는 전제를 깔았고, 그런 교육의 결과가 성폭력 범죄라고 결론 내리지 않았던가? 그도 교육과 법치주의를 "좌빨 청소작업" 정도로 보는 모양이다.

먼지 뒤집어쓰고 있는 "좌빨 청소부"들

▲ 김우룡 이사장. ⓒ뉴시스
한명숙 전 총리 재판도 대충 결론이 나는 상황이다. 충성심으로 공을 세우려던 검찰이 자기 꾀에 넘어가는 꼴이다. 피의내용("피의사실"이라는 말은 고쳐져야 한다. 사실이라고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이 말은 마치 그런 사실처럼 들린다.)을 공표하는 것은 피의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여론재판을 미리 유도하는 행위이기에 법이 금지하고 있는데 검찰은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상황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한명숙 전 총리를 유죄로 만들어 민주/진보 세력 전체를 매도하고 지방선거를 이기려 한 전략에 금이 가는 것 같다. 검찰이 청소부 역을 자임하다가 먼지만 뒤집어쓰게 생겼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 한다>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자본이 이 나라 권력과 언론을 비롯해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썩게 만들고 있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아니 그 부패동맹이 어떻게 이 나라를 속속들이 갉아먹고 있는지를 폭로하고 있다. <한겨레>, <경향신문>이 책 광고를 싣지 못할 정도로 위협적인 이 삼성 이건희 일족의 힘이 광고 없이도 이 책을 사본 10만 이상의 독자 앞에서 휘청거렸다. 이 책을 읽고 확인하게 되는 것은 이건희 일가와 이들과 손을 잡고 온갖 비리, 불법을 저지르는 자들은 "범죄 집단"이라는 점이다.

1970년대 미국의 베트남 전쟁의 개입과정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를 언론에 폭로했던 다니엘 엘즈버그는 하버드 출신의 경제학 박사다. 그는 국무부에서 베트남 전쟁 마무리를 위한 작업에 임했다가 무기징역을 받을 국가기밀 유출에 나선 까닭을 이렇게 밝힌다. "이 전쟁은 범죄다."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는 그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이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외면될 수 없다. 미국 대법원은 뉴욕 타임즈 펜타곤 페이퍼 게재에 제동을 건 닉슨 정부의 고발조처에 대해 "국가기밀로 진실을 은폐할 때 국민의 희생은 더욱 커진다."고 판시, 다니엘 엘즈버그의 손을 들어준다.

오물을 쏟아내고 있는 권력

진실을 은폐하고 국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희생시키는 거대 자본의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권력으로 김용철 변호사는 국민에게 직접 호소했다. 천주교 사제단의 역할은 이로써 빛났으며 우리는 이 나라에서 삼성의 권력이 어떻게 권력집단과의 동맹을 통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면서 오물을 쏟아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오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경 스님이 4대강 공사판이 되고 있는 남한강 둔치 신륵사 일주문 앞에 <여강선원(如江禪院)>을 차리셨다. 그 이름에는 흐르는 강처럼 맑은 마음이 되려는 뜻이 담겼다. 법정 스님의 유작들이 날개돋힌 듯 팔린다는 선전만 하고 있는 언론은 법정 스님이 4대강 죽이기에 반대하고 나선 것에는 침묵한다. 수경 스님은 법정스님 생전의 목소리를 이렇게 전한다. "살아있는 강은 자연스럽게 흘러야 합니다. 물줄기를 직선으로 만들고 웅덩이를 파고, 강가를 콘크리트로 막으면 살아있는 강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강이 오물이 되는 현실에 우리는 서 있다.

환경교육가로 나선 최병성 목사가 쓴 <강은 살아 있다>가 최근 출간되었다. 국민 필독서다. 강원도 영월 서강 가에 머물러 강의 신비에 황홀해하던 그가 4대강 전체에 대한 치밀한 지식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와 동시에 이명박 정권의 이른바 4대강 사업이 어떻게 이 강을 망치고 있는지 속속들이 드러내주고 있다. 가령 준설 7미터 작업으로 물밑에 그대로 두면 아무 일 없을 중금속 무기물이 유기물과 뒤섞여 식수를 위협하는 사실, 모래톱을 사라지게 해서 각종 물고기의 서식처를 무너뜨리는 일, 수심이 낮은 곳을 없애 물고기가 알을 낳을 수 없게 하는 일, 강의 흐름을 직선으로 바꾸는 수로로 유람선은 다니지만 물고기는 헤엄치지 못하게 하는 이 모든 죄악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부자감세하면 부자급식 해결된다

뿐인가? 강줄기를 따라 살던 인근 농민들은 쫓겨나고 있고 유기농은 파헤쳐지고 있으며 여기에 쏟아 붓는 돈으로 해서 지방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각종 사회복지 제도와 교육재원도 이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토건자본의 배만 불리고 있다. 중장비가 들어선 자리에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이다. 자기들끼리의 돈 잔치만 베풀고 있다. 그러고도 무상급식 재원은 없다고 엄살을 부리면서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란다.

아니, 애들이 친구끼리 밥 같이 먹자는데 부자고 가난하고가 어디 있는가? 어른들이 알아서 기분 좋게 밥 먹고 공부하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부자감세는 해주면서 무슨 논리를 세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돈으로 무상급식 재원 마련하면 부자급식 안 되는 것 아닌가? 부자는 자기 것 자기가 낸다면 부자감세 철회하고 무상급식 재원 그렇게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논리가 궁하고 기만만 하려든다.

이명박 정권 2년 성과를 내세울 때도 마찬가지다. OECD 국가 가운데 경제성장율 0.2퍼센트를 내세운다. 자신들이 목표했던 747공약, 그러니까 7퍼센트 성장률만 봐도 형편없는 성적이다. 물론 세계경제의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747 공약을 내세운 그 시점에서 이미 세계경제는 위기였다. 그러니까 7퍼센트 공약은 처음부터 기만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는 0.2 퍼센트는 "세계적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서가 붙는다. 그 단서를 인정한다고 해도 OECD 국가들은 사회보장제도가 우리보다 탄탄한 것을 빼먹는다.

빚으로 버티고 있는 국민들에게 치적 자랑하는 정권

국가부채는 400조, 가계부채 700조다. 실업자는 40만 이상이 늘었다. 전체 최소 100만, 최대 400만이다. 0.2 퍼센트의 성과는 누구의 것이 되었는가? 국민들은 빚으로 버티고 있다. OECD 국가들과는 달리 사회보장제도도 든든치 못한 상황에서 말이다. 국민들은 등골이 휘고 있는데, 치적 자랑만 한다.

대통령 국정지지도 50퍼센트 운운도 따지고 보면 가소로운 것이다. 진보세력조차 이걸 그대로 인정하면서 시작하는데, 그건 아니다. 여론조사는 질문의 방식과 답 하는 이의 정보에 따라 좌우된다. 그저 국정지지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동계 올림픽 성과도 정권의 국정철학의 소산이라고 말하는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고 묻는다면? 멀쩡한 강을 파헤치고 농민들을 쫒아내는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용산참사 희생자들과 그 유족을 일년이 가깝도록 방치한 정부에 대해서는? 독도에 대한 국가의 수호의지가 분명치 않은 정부를 어떻게 보느냐고 한다면?

게다가 KBS, MBC, YTN을 비롯해서 각종 언론장악과 시위집회의 자유를 탄압한 상황에서 제공되는 정보에 따른 여론조사 아닌가? 치열한 비판이 제기되고 은폐된 진실이 밝혀지는 가운데 국정지지도 조사가 이루어졌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겠는가? <PD수첩>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가 특집으로 계속해서 용산참사를 정리하고 4대강의 진실을 조명한다면 그 결과는 어찌 되었겠는가? 그러니 국정지지도 50 퍼센트라 함은 남들 손발 다 묶어 놓고 자기 혼자 뛰면서 나 이정도면 잘 하는 것 아냐? 하는 격이다. 지금의 국정 지지도는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여론의 무지를 극대화하면서 만들고 있는 억압적 권력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경계도시>에 서서 "생각한다"

때마침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 2>가 개봉되었다. 2003년 우리의 현실을 뜨겁게 달구었던 송두율 교수에 대한 다큐다. 남과 북의 경계선 사이에서 우리가 규명해나가고 다듬어나가야 할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해 오랜 세월 고뇌해왔던 한 지식인의 운명이 그려져 있다. 그와 함께 냉전의 틀을 극복 하겠다고 하면서도 그 속에 갇혀 있는 우리들의 모습도 드러나 있다. 진보언론까지 포함한 언론의 집중적인 포화와 우리 내면의 냉전의식이 함께 뒤섞여 한 지식인의 진실이 매도되고 결국 추방당하는 식의 비극이 아프게 기록된 작품이다. <경계도시 2>는 독립영화의 자율성과 대중 접근권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서 개봉되니 의미가 깊다.

우리도 모르게 세뇌된 인식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이 영화는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경계도시의 비극은 되풀이 된다. 그 언론이 매일 오물을 쏟아내면서 이걸 정화수라고 우기면 그 나라는 죽어간다. 4대강이 죽어가고 있듯이 말이다. 조인트를 까이고 무릎관절이 망가져 서 있지 못하게 된다. 머릿속은 <"삼성을" 생각 한다>가 아니라 <"삼성/권력/자본이 말하는 대로" 생각 한다>가 된다. 함석헌 선생의 말씀대로 "생각하는 백성이 산다."이다.

청소의 계절에 준비할 것은

진짜 청소가 필요하다. 봄이 왔으니 "봄맞이 대청소"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청소를 한다면서 오물만 잔뜩 여기저기 뿌려대는 건 깨끗이 정리해줘야 한다. 다친 무릎 관절도 속히 고치자. 청소하면서 계단 오를 때 마다 아프지 않겠는가? 상대가 조인트를 까다가 자기 발이 더 아플 정도로 강한 무릎이 되어야 한다.

톨스토이가 전하는 러시아 우화 하나가 있다. 도끼와 톱을 가진 농부 두 사람이 나무를 베러 산으로 올랐다. 서로 자기가 가진 도구로 먼저 나무를 베어 넘어뜨려야 한다고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다가 도끼를 가진 자가 잽싸게 먼저 도끼질을 했다. 그러나 도끼날이 무뎌 일이 진전되지 못했다. 톱을 가진 자가 도끼 가진 자를 비웃으며 톱으로 나무를 쓸었다. 하지만 그 역시 톱날이 무뎌 그만 두어야 했다.

지나던 나그네가 도끼나 톱이나 날이 무디니 그것부터 날카롭게 만들라면서 다투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이 두 농부는 서로 상대의 도구가 못나서 그러네 하면서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치고 박고 싸움질로 끝장을 보고 말았다.

청소에도 이 이야기의 교훈은 들어맞는다. 이번 청소는 함께 해야 하는 작업이다. 각자 손에 들고 있는 도구를 점검하고 그것부터 잘 정비해야 할 일이다. 실력도 안 되면서 자기부터 나서겠다고 하면 서로 다투다가 끝날 수 있다. 상대에게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주는 것은 공멸의 첩경이다. 어떻게든 기필코 함께 손잡고 나서는 것, 이것만이 우리에게 무엇으로도 무너지지 않을 강한 무릎을 만들어 준다.

날이 따뜻해지니 쓰레기를 속히 치우지 않으면 냄새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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