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헤지펀드 매니저로 미국 엔론의 파산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해 명성을 얻은 제임스 채노스가 "중국은 투기자금 유입과 시장 과열로 두바이보다 1000배 이상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이번에는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임원 출신의 제임스 리카즈가 세계적인 투자가 마크 파버, 로고프 교수 등의 '중국 거품 경고'의 대열에 합류했다.
▲ 불야성을 이루는 중국의 고층빌딩들. ⓒ연합뉴스=EPA |
현재 미국 버지니아 소재 컨설팅업체 맥린에서 시장정보 부서를 이끌고 있는 리카즈는 "중국은 '역사상 최대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미국의 국채와 중국의 주요지역 부동산은 현재 세계적인 양대 거품"이라고 진단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리카즈는 중국 중앙은행의 재무재표를 "달러를 매입하고 위안화 가치 하락을 예상해 위안화를 공매도하는 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닮아있다"면서 인위적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을 억누르며 통화증발을 하고 있는 중국의 환율정책을 비판했다.(☞관련 기사:'미· 중 환율전쟁' 카운트다운)
나아가 리카즈는 "중국은 자원 배분을 사상 최대로 왜곡시킴으로써 사상 최대의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은 터지기를 기다리는 거품"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7월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키는 정책을 썼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중국의 중앙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고 위안화를 매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물경 2.4조 달러에 달했다. 이런 과정에서 풀려나간 위안화는 증시와 부동산에 몰려, 지난해 상하이 증시는 80% 폭등하고, 부동산 가격도 폭등했다.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라갈 것이라느니, 일본의 '변종' 경제라느니 하는 경고가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 압박을 거부하는 이유를 일본처럼 환율전쟁에서 미국 등의 압력에 굴복하면 일본처럼 장기 불황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플라자 합의'의 교훈
하지만 최근 환율전쟁의 관점에서 일본의 불황원인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일본이 제때 속도조절을 하면서 엔화를 평가지 않고 문제를 키우다가 어쩔 수 없이 급격한 평가절상을 했기 때문에 거품 붕괴를 맞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85년 '플라자 합의'에 의해 엔.달러 환율을 240엔에서 120엔으로 급격히 평가절상하면서 부동산발 거품붕괴로 20년째 디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위안화 평가절상을 적절한 속도로 반영하지 못해 나중에 파국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장기불황 이전의 일본이나 현재의 중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을 적절하게 허용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일단 형성되면 수출시장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수출에 유리한 환율정책에 매달리게 되고, 이에 따라 거품 경제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제 올라갈 길만 남았다고 찬사를 받는 경제는 얼마못가 추락했다. 일본이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때 일본의 거품붕괴가 시작됐고, '사막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한몸에 받게 된 두바이가 부도위기에 몰렸다.
기업 단위에서도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추월했다고 선언한지 1년만에 사상 최대의 리콜 사태로 무너지고 있는 등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이미 경제규모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을 능가하게 됐다고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통계는 중국이 '내리막길을 앞둔 정점'에 올라선 단계일 가능성을 알려주는 불길한 소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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