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국제사회가 가장 첨예한 관심을 보였던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직접적 압박도 가하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시장지향적인 환율 시스템으로 나아가겠다고 거듭 약속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바란다는 뜻을 표시하는 데 그쳤으며, 중국 측에서는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았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은 중국의 위상만 확인해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최대 목표는 양국 무역 불균형 해소와 관련해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으며, 특히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과는 거리가 먼 결과였다.
라이시 "위안화 절상은 오바마의 희망사항일 뿐"
하지만 미국의 저명한 논객 로버트 라이시는 미· 중 회담에 앞서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바라고 있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면서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속사정을 파헤쳤다.
라이시에 따르면, 중국은 수출을 위해서 달러에 연동되는 위안화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압력 등으로 위안화를 소폭 평가절상하던 조치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중단됐다. 현재 달러에 대한 위안화 환율은 6.83 위안으로 고정돼 있다. 어떻게 해서든 환율을 높게 유지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 로버트 라이시. ⓒ로이터=뉴시스 |
미국과의 교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누리는 중국은 수출이 잘 돼 2.2조 달러나 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쌓고서도 위안화 평가 절상을 거부하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라이시는 "중국의 수출 정책은 사회정책이기도 하기 때문에 위안화 페그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 고속 성장 속 내수 비중은 위축
배경은 이렇다. 중국 경제에서 내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35%에 불과하다. 10년전만 해도 이 비율은 50%에 육박했으니 오히려 수출에 기반한 고속 성장 속에서 내수가 차치하는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이 기간에 자본투자는 중국 경제의 35%에서 44%로 증가했다. 이런 자본투자는 수출을 위한 생산 능력 확대에 주로 투입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자본 투자가 지속되면서 자본 지출 규모는 미국을 추월해 가고 있지만, 소비자 지출은 미국의 6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책으로서 내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주로 쓰인다던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실제로는 내수보다는 생산 능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날로 커지는 중국의 생산 능력이 내수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수출 뿐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그 시장이 되어주어야 한다.
"중국 통치 엘리트에게는 '수출만이 살길'"
라이시는 "중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수출에 계속 의지할 것"이라면서 "매년 수천만 명이 중국 변방에서 대도시로 더 나은 돈벌이를 위해 쏟아져 들어온다"고 전한다.
만일 그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중국은 소요 사태가 만연될 우려가 크다. 중국의 통치 엘리트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에 하나가 바로 대규모 소요 사태다라는 것이다.
라이시는 "중국의 통치 엘리트들은 위안화를 평가 절상해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사태를 감수하기보다는 외국 구매자들에게 헐값으로라도 수출을 해 일자리를 늘리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때문에 라이시는 "중국의 수출 정책은 질서 유지를 위한 사회정책이기도 하다"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위안화를 달러에 고정시키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시는 "물론, 위안화 페그 정책이 대가는 비싸다. 하지만 산업정책이자 사회정책 측면에서 중국은 그 대가를 치를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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