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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새마을운동이냐, 박원순의 사회적경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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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의 새마을운동이냐, 박원순의 사회적경제냐"

[열린인터뷰] 정태인 "박근혜식 '융합', 군대에서 창조 바라는 격"

하마터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통이 될 뻔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제정책통 '후보'에 오를 뻔 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태인 원장.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가정교사이기도 했던 그는 지난 대선 당시엔 박근혜 후보 캠프 영입설이 돌 만큼 보수 진영도 주목하는 진보 경제학자다. 그가 지난 4일 <프레시안>이 주최한 '열린인터뷰'에 나와, 출범 일주일을 맞은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앞날을 점쳐보았다.

정 원장은 '박근혜 노믹스'에 대해 한마디로 '기대를 접으라'고 했다.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을 펼치기에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고, 박 대통령도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 박근혜 정부가 복지 정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고 했다. 바로 민영화다. 그는 복지 재원 마련을 명목으로 민영화를 한다면 국민의 저항도 높지 않을 거라며 '천기누설'도 했다. '반(反) FTA 전도사'답게 그는 "공공서비스가 민영화 될 경우 한미FTA 체제에서는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된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민영화만은 꼭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참여정부 시절에는 노 전 대통령의 FTA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MB정부 시절 촛불정국에선 거리를 활보하며 '반 FTA 전도사'로 이름을 날렸다. 기 세고 모진 별명만 있는 건 아니다. 정 원장에게는 언젠가부터 또 다른 별명이 붙었다. '착한 경제학자'다. 정 원장은 수년 전부터 협동과 연대를 원리로 하는 '사회적 경제'를 화두로 던지며 이제는 '협동조합 전도사'로 다시금 알려지고 있다.

그는 이날도 "시장에서는 실업자가 양산되고, 정부는 돈이 없는 상태에서 개인들 스스로가 살 길을 찾는 게 사회적 경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30년간 사회적 경제를 10%로 늘리면 GDP가 1%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월드컵 정신'으로 협동조합을 꾸려 경제를 일으킬 것을 주장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강의실에서 열린 이날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진행했다. 편집자

▲ 정태인 새사연 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박정희의 '생물학적 2세' 박근혜, 아버지 업적 따라할 것"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 됐다. 박정희 대통령을 승계하는 생물학적 2세가 대통령이 됐다. 육군 참모총장을 많이 기용한다든지 스타일들이 아버지를 닮은 부분이 꽤 있는 것 같다. 대학 시절에 박정희 정권과 싸워온 사람으로서 박 대통령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정태인 :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숨진 게 1979년이었다. 제가 78학번인데, 대학교 1,2학년 때는 박정희, 말기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이었다.

저는 글 쓰고 공부할 때, 박현채 선생 영향을 많이 받았다. 누구든 자기가 존경한 분을 따라가게 돼 있는데, 아마 박근혜 대통령이 존경하는 건 자신의 아버지일 것 같다. 아마 박 대통령이 앞으로 할 일은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으로 알려진 것들을 찾아내서 수행하는 일일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5.16 쿠데타 이후 처음 한 일이 '깡패 잡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조폭이 없다. 그래서 (유사한 박 대통령의 공약을) 찾아봤더니 '4대 사회악'이라고 만들어서 부르더라.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가정폭력. 3개월 이내 본때를 보일 것이다.

두 번째가 새마을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은 "잘 살아보세"를 부르며 희망도 없고 술만 마시던 사람들을 희망 갖게 하고, 국민 동원하는 데 성공한 운동이다. 성공한 건 틀림없다. 제가 '사회적 경제' 개념을 공부하기 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가장 평가할 건 새마을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알고 보니, 새마을운동이 없앤 게 사회적 경제였다. 사회적 경제는 인류 탄생과 함께 늘 존재했다. 서로 돕는 게 사회적 경제다. 예전엔 식량을 공유하고 품앗이, 두레같은 조직이 마을마다 있었다. 해방기 이후는 조합의 천국이었다. 정부를 믿을 수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근데 새마을운동이 이걸 다 없애버렸다.

박 대통령이 '제2의 새마을운동'을 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하면서) 요즘 협동조합이 붐이다. 그런데 새마을운동을 하겠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조합에 대한) 자주적인 움직임을 중앙이 조직하면 이 붐은 사라질 것이다.

반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절대 직접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사회적 경제를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박원순은 오랫동안 시민사회활동한 감이 있다. 조합은 직접 손을 대면 문제가 생긴다.

세 번째는 경부고속도로. 처음에는 이것과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를 하고, 박 대통령이 국민담화문 발표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야당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알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는 바로 미래창조과학부구나' 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내세운 게 '융합'이다. 이건 뭔가 연결되는 것이다. 도로간 연결이 아니라 이제는 산업간 연결이다. 근데 시작부터 걸리적거리게 하니 화를 내고 이런 게 아닌가. 새누리당 대표도 '통섭'을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통섭이라든지 융합이라든지 이런 개념들이 그 사람들 머릿속에서 이해가 됐을까 의문이다. 인수위 보고서를 보면, 표제는 좋다. 사회적 자본, 융합 얘기도 나오더라. 근데 내용은 관료들이 하던 것을 그대로 나열한 것이더라. 그래서 개념과 정책이 따로 노는 상태다. 국가가 개입할 부분과 놔둬야할 것을 구분해야 하는데 이걸 구분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첫 번째(깡패 잡기)는 잘 잡아들일 거고, 두 번째(새마을운동)도 잘 할 거고, 세 번째(미래창조과학부)는 성공할지 좀 의심스럽다.

"결국 수출에 목 매… 경제민주화 물 건너갈 것"

프레시안 : 보수 세력이 슬로건 만드는 데 실력이 있다. 생애맞춤형 복지, 경제민주화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가져서 그래서 대통령까지 됐다. 근데 지금 보니, (국정 과제에서) 복지 핵심도 경제민주화도 다 빠졌다. 어떻게 보나.

▲ 정태인 새사연 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정태인 : 선거에서 이기려고 보편복지, 경제민주화 개념을 넣었을 거다. 저는 여기에 사회적경제도 넣는데, 이 세 가지가 없으면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수출은 아마 마이너스가 될 거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25%, 홍콩까지 치면 30%. 미국은 10.5%. 유럽, 일본 순으로 수출을 많이 한다. 또 우리가 중국을 통해서 수출하는 게 있다. 그러면 중국도 수출이 잘돼야 우리나라도 수출을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유럽·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다 0%~1%대에서 헤매니까 우리도 마이너스 될 수 있다.

만든 물건을 팔아야하는데, 사는 사람들은 돈이 없다. 임금 적게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노동생산성하고 임금이 거의 같은 속도로 늘어났는데, IMF 전후로 격차가 나기 시작했다. 일은 열심히 하고 생산성도 높아지는데 임금은 그 반만 늘어난다. 그래서 소비를 못 하니, 빚을 내서 사게 했다. 우리 가계 지출이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신용카드 나눠주고 소비시키면서 생산성과 임금 격차분을 그렇게 메웠다. 그런데 지금은 가계부채가 워낙 심하니 빚을 내서 하는 사람 없다. 임금이 오르거나 소득재분배를 시켜야 한다. 그래서 보편복지, 경제민주화가 중요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지금처럼 하청 단가를 인하하면 생산성 올릴 수 없다. 중소기업이 생산성 못 높이면 임금도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이 88%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생산성을 높이려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함부로 하게 하면 안 된다. 이걸 후퇴시킨다는 건 중소기업이 생산성 높여서 임금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다.

결국 남는 건 수출이다. 결국은 수출에 목을 매게 돼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는 물 건너 갈 것이다.

보편복지도 당연히 어렵다. 경제성장률이 2% 이하면 증세가 아닌 이상 보편복지를 하기가 힘들다.

"박근혜가 재벌 통제? 총수들 잡아 넣기만 하면…"

프레시안 :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재벌에 휘둘리지 않았다고 하는 평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강력한 통치력으로 재벌들 잘 이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는 것 같다.

정태인 : 박정희 대통령이 재벌을 통제한 건 정부가 돈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외국에서 차관을 배분하는 걸 정부가 했다. 그러니 재벌들이 잘 보일 수밖에 없었다. 또 금융산업이 국가 통제에 의해 움직였다. 당시 재벌들이 자본배분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재벌에 대한 군홧발로 눌렀다. 사실 이건 전두환 대통령이 제일 잘했다. 1979년 경제위기 위기 이후에 재벌들을 서빙고 대공분실로 불렀다. 그래서 딱 여섯 글자 물었다. '찍을래, 죽을래'. 굉장히 신속한 구조조정이었다. 당연히 지금은 그렇게 안 된다.

딱 하나 방법이 있다. 총수들을 법대로 집어 넣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출에 목매야 하는 대통령인데, 과연 이것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경제에 관한 참모들이 다 정부관료 출신들인데, 경제관료들은 이런 일을 상상하지 못한다. 사실 노무현이나 김대중이나 마찬가지이긴 한데, 새누리당이 과연 정치 자금을 안 받았을까?

프레시안 : 노동자 임금이 높아야 한다고 했는데, 임금을 높이거나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싶은 경제정책이 있다면?

정태인 : 작년에 이와 관련해서 <리셋 코리아>라는 책을 냈다. 최저임금 올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또 하나는 참여정부 때 도입한 EITC(근로장려세제; 일정소득 이하의 근로 소득자를 대상으로 소득에 비례한 세액공제액이 소득세액보다 많은 경우 그 차액을 환급해 주는 제도. 편집자주) 확대다. 노동자가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벗어나면 손해라고 생각하고 일을 안 할 수도 있다. 일한만큼 급료에 더 붙여주는 것이다. 한도가 800만 원까지인데 이걸 확대해서 부부합산해서 1200만 원 정도로 되게 하고, 최장 2년인데 3년까지로 하는 식으로 확대해야 한다. 가장 낮은 수준의 정치다.

그런데 정부가 모든 걸 할 수 없다. 노조가 커야 한다. 노동조합이 스스로 목소리 커지면 협상이든 투쟁이든 할 수 있다. 근데 우리나라는 노조 조직률이 너무 낮다. 스웨덴은 노조 조직률이 70%다. 그래서 선거에서 이기기도 한다. 우리는 민주노총 5%, 한국노총 5% 합쳐서 10%밖에 안 되니 노동 대표성도 약하고 힘이 약하다. 노조를 키우고 협상력을 강화해서 임금이 올라가면 내수도 늘어난다. 우리나라에 생경해서 안 된다고 하는데, 이런 생경한 것을 도입하는 게 바로 정치다. 국민들에게 '이거 안하면 전망 없다'는 걸 설득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근혜식 '융합', 군대에서 창조하라고 시키는 격"

프레시안 : 원로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진보개혁세력이 분배개혁 얘기하는데 성장은 관심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성장하려면 수출이 답이 아니냐고 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FTA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찌 생각하나.

정태인 : 그러니까 원로라는 거다. 옛날 생각하는 거다. 2008년 금융위기가 얼마나 큰 위기인지에 대해 감각이 없는 것 같다. 2008년은 1929년 대공황처럼 패닉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1929년 경험이 있어 각국이 일제히 돈을 풀었기 때문에 패닉으로 들어가는 건 막았다. 대신 정부 부채가 늘어나고 일본형 장기침체에 돌입했다. 수출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돈 갖고 있는 나라가 중동 다음이 동아시아다. 세계경제를 크게 나눠보면, 소비 늘려서 경제성장을 시킨 나라가 있다. 남유럽·미국·영국인데, 이들 국가들이 빈부격차가 다 심했다. 가계에 빚 줘서 소비를 늘렸다. 한마디로 '부채소비주도형'이다. 그리고 이들 국가에 수출을 하는 게 '수출주도형' 동아시아다. 그런데 부채소비주도형이 망했다. 그럼 수출주도형도 망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한국·일본·대만이 쌓아두는 외환보유고가 4조 달러가 넘는다. 근데 갖고 있어봐야 아무소용 없다. 동아시아에 개발 안 된 데가 많다. 이런데 인프라 놓는 데 써야 한다. 이곳 내수 늘어나면 선진국들이 수출할 것 아닌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빈부격차 심한데, 가난한 사람들이 돈 없어서 소비 못하게 하는 걸 해결해야 한다. 다들 형편이 안 좋아지면 큰 소비는 줄이기 어려우니 동네 소비부터 줄이게 된다. 그럼 바로 자영업이 타격받는다. 작년에 고용률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대부분이 자영업이다. 그 다음이 20대 비정규직. 우리나라 실업률이 4%로 세계적으로 보면 낮은데 알보고면 위장 실업률이다. 실업률이 낮은 만큼 자영업자가 많다. 직장에서 실업급여를 제대로 못 받으니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아진다. 이게 가계부채의 뇌관 건드릴 수 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영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집값 떨어지고, 자영업 망하면 터질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운이 좋아서 폭탄이 안 터졌다. 천운이다. 세계금융위기가 안 터졌으면 하려던 대로 경제성장률 높이는 데만 치중해서 폭탄을 맞았을텐데, 세계경제 때문에 확장정책을 못쓴 게 경제 폭탄 막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5년은 버텼는데, 다음 5년은 아마 버티기 힘들 것이다. 지금 박 대통령 정책을 봤을 때는 갑자기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 한 가계부채 폭탄은 터진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절망자살'한 분이 많다. 노동자들의 자살, 노동자들이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에서 뭔가 기대할 수 있을까.

정태인 : 인수위 안에 '노사정위원회'라는 게 있는데 내용이 없다. 노사정위가 국민의 정부 때 위기 극복할 때 효과를 발휘했다. 다음 참여정부 때도 노사정위를 활성화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박 대통령 보니, 오히려 줄푸세의 '세', 법과 질서를 세우는 쪽으로 갈 것 같다.
사실 5년이면 긴 시간 아니다. 저는 지금까지 정책만 만들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이번에 <리셋코리아> 책 쓰면서도 많이 허술하다고 느꼈다. 그럼 다음 선거에 이긴다 하더라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책 만들 수 있느냐 하면 아니다. 우리에게는 5년이 남은 게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시민운동, 노동운동 조직이 5년간 총력을 다해도 어려운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가 다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베낄 모델이 없다. 박정희 시절에는 일본이 고도성장하고 미국이 도와주니 일본을 베끼면 될 일이었다. '융합'이라고 하는 건 근데 그야말로 창조적으로 잘해야 하는데, 기본적인 시민민주주의 가치 없이는 안 된다. 군대에서 창조하라고 해봐라. 잘 되나. 자기의 사고방식과 어울리지 않고 관료들이 얽어매놓은 상태에서, 기강 잡는다고 다 잘 될까.


▲ 정태인 새사연 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디테일 강한 박원순, '협동조합의 기적' 만들 것"

프레시안 :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에 관심 많다고 알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얼마나 도움된다고 보나

정태인 : 경제민주화는 사실 별 거 아니다. 경제에도 민주주의가 들어가는 게 경제민주주의다. 민주주의 요점은 1인 1표제다. 이건희도 나도 1표. 근데 왜 기업은 1인 1표가 안 되나. 기업은 1주 1표다. 주식을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은 의사결정권 갖는다. 근데 우리나라 재벌 총수 일가가 대체로 1% 갖고 있다. 소액주주다. 근데 순환출자 통해 1주 50표를 행사한다. 1인 1표에 가깝게 하는 게 경제민주화다. 근데 협동조합은 자체가 1인 1표다. 얼마 냈건 간에 얼마나 일하건 간에 조합원은 다 1인 1표다. 이건 민주주의다. 만일 협동조합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우리 경제 전체 민주주의는 커진다. 에밀리아 로마냐(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주. 편집자주)는 협동조합이 굉장히 많다. 대기업은 없다. 중소기업, 협동조합 구분 안 된다. 경제에서도 민주주의 관철된 상태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스페인 북부에 위치)은 재벌과 비슷하지만 1인 1표를 행사한다. 민주주의 재벌인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 사회적 경제라고 하는 건 인류 역사와 함께했고,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늘어난다. 협동조합은 경제민주주의뿐 아니라 정치적 민주주의 효과도 있다. 풀뿌리는 새누리가 갖고 있다. 동네 복덕방이나 요식업자들. 그런데 만일 생협이나 마을기업 있으면, 꼭 정치색이 왼쪽이 아니라 하더라도 민주주의 훈련이 돼있는 풀뿌리가 경제조직으로 있으면 굉장히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 이하라고 했는데, 사회적 경제의 비중은 제로에 가깝다. 1%나 될까 싶다. 근데 사회적 경제가 많은 곳은 그 비중이 10% 정도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30년간 사회적 경제를 10%로 늘리면 GDP가 1% 늘어난다. 지금 2% 늘어나기도 힘든데 어마어마한 것이다. 월드컵할 때 놀라운 협동정신 끓어오르는데 그런 기질이 매우 중요하다. 제가 보기엔 박원순 시장의 실험이 중요하다. 사회적 경제 역사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1000만 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게 없다. 게다가 디테일에 굉장히 뛰어나서 하면 안 되는 일을 안 한다. 어쩌면 서울에서 상당히 많은 기업이 생존하고 모범을 보이고 그래서 네트워크를 이뤄서 한국에 협동조합이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자마니(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교수)가 한국이 한강의 기적 이룬 것처럼 협동조합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중국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상하이 시장이 자마니한테 협동조합 어떻게 할 수 있냐고 했더니, 박원순을 수입하라고 하더라.

프레시안 : 원주가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이 굉장히 잘 된 도시인데, 비중이 0.36%라고 한다. 약간 비관적인 게, 협동조합이 신뢰나 민주주의적 협조가 필요한데 과연 될까하는 회의가 있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시키기 위해 뭐가 필요한가.

정태인 : 첫째도 마지막도 신뢰다. 조합원 사이의 신뢰,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 중요하다. 그게 깨지는 순간 협동조합 깨진다. 몬드라곤이나 에밀리아 로만도 그래서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오랫동안 조그만 조직들이 신뢰에 입각해 정보 공유하는 시스템. 에밀리안은 수천 개 그룹이 모여 자동차를 만든다. 페라리, 람보르기니도 만든다. 이건 굉장히 오래간 쌓인 신뢰 없이는 안 된다.

우리나라도 사실 협동이 굉장히 잘 되는 나라다. 월드컵 때도 국가라는 정체성 하나로 뭉치고, 광장에서 구경하다가 휴지까지 싹 줍지 않나. 그런데 지난 30년, 특히 1995, 1996년 이후 경쟁 강조하고 아무도 2등 기억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도 나돌고, '부자 되세요' 카피가 나도는 분위기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래서 제가 찾은 모델이 캐나다 '퀘벡모델'이다. 퀘벡 주 정부와 퀘벡시민운동 단체가 만나 경제 나쁘니 서로 경제정책 세웠다. 경제정책 수행을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서 육아나 주택 등 사회적 서비스를 국가와 시민단체가 해결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센 게 시민사회다. 중국은 시민사회 없다. 일본은 튼튼한데 굉장히 낮은 수준의 지역공동체에만 틀어박혔다. 국가는 나몰라라 한다. 그래서 서울시 2,3년 사이가 중요하다고 본다. 상당히 성공할 것 같다. 우리나라가 '카피'도 잘 하니 퍼져나가면 10%까지 되지 않을까. '월드컵 정신'으로 말이다. 아마 그 과정에서 신뢰도 쌓일 거다.

프레시안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원장직을 올해로 3년째 하고 있다고 들었다. 올해 새사연에서 하고자 하는 연구가 어떤 게 있나?

정태인 : 세 가지가 있다. 우선 한국의 불평등에 관한 것이다. 현재 불평등 관련 지표가 매끈하지 않다. 이걸 다듬고, 불평등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찾아보려 한다. 또 하나는 아직 말씀 안 드렸는데, 서울시 종합계획을 세워보려고 한다. 국가정책만 만들 게 아니라, 서울도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 서울시도 (보수 진영에) 뺏기면 끝이다. 희망이 없다. 국가는 보수적으로 가니, 1/4인 서울이라도 올바른 정책 써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수단 갖고 어떻게 정책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려 한다.

세 번째는 에버트 재단이라고, 독일 사민당파의 큰 재단이 전 세계에서 하는 프로젝트인 미래경제프로젝트가 있다. 아시아, 미국, 중남미, 유럽 내에서 각각 한 국가가 같이 하는데, 그 중 우리도 대상이 됐다. 에버트 재단하고 생태경제 관련 연구를 하려 한다. 이렇게 세 가지에 집중할 건데 문제는 돈이 없다.(웃음) 우리가 연구원이 10명인데 재야에서 제일 큰 연구원이다.

"복지 재원 마련 명목으로 민영화 선언하면 찬성 여론 늘 수도"

청중 1 : 임금이 상승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한미 FTA 통과 전이라면 가능할텐데, 설령 노조 강화하는 식으로 법령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그걸 빌미로 외국 기업들이 ISD 등을 통해 압박할 수도 있지 않나.


▲ 정태인 새사연 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정태인 : 일단 노조 강화에 따른 문제는 ISD 대상이 아니다. ISD는 외국 기업이 이익을 해칠만한 정부정책에 대해 소송 할 수 있는데, '임금을 얼마로 해야 한다'든지 하는 내용은 없다. 다만 노조가 강해지고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이 다른 국가로 이전하겠다고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외국인 주주가 빠져나가는 일도 가능하다. 그런데, 외국인 자본 빠져나가면 우리야 좋다. 우리가 사오면 된다. 그리고 대기업은 공장 이전이 힘들다. 우리나라에 핵심부품 공장이 많이 남아있는데, 이걸 중국으로 이전한다면, 품질 때문에라도 안 된다.

FTA에도 노동챕터가 있긴 한데, 후진국이 저임금 받으면 강대국에 불리하니 후진국 노동 인권을 오히려 강화하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노동자보다 환경이 더 좋은 측면이 있으니 전혀 해당 안 된다. 사실 제가 '반 FTA전도사'라고 하는데, 사실 노동권에 한해 한미 FTA는 큰 문제가 없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이 복지를 할 방법이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하기는 힘들 테고, 공기업을 파는 것이다. 한전이 자산이 40~50조인데 이거 팔고, 코레일도 40조 정도인데 이걸 팔고, 그럼 복지할 수 있다. 대신 철도나 전기도 복지인데, 고급서비스 만드는 대신 보통사람들에게 적자 보면서 제공한 서비스는 없앨 가능성이 있다.

한미FTA가 무서운 건 민영화와 연결될 때다. 민영화 폐해가 크면 다시 국유화해야 하지만, 한미FTA 때문에 그게 불가능진다. 공공서비스가 민영화됐을 때 다시 국유화되기 어렵다는 게 가장 무서운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민영화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재벌이 요구하는 것도 있다. 의료, 물, 가스 등이다. 그런 것들이 한미 FTA와 결합하면, 규제 강화하거나 다시 공기업으로 바꾸는 게 안 된다. 그게 가장 문제 ISD와 걸려있기 때문에 그래서 큰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청중 2 : 서울시에서 일하고 있는데, 박원순 시장의 이상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관료의 문제가 크게 부딪힌다. 어떻게 하면 관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정태인 : 5년 짧다고 한 게 바로 그 이유다. 첫째로, 관료는 위에서 지시한 게 정확하면 한다. 근데 추상적으로 하면 눈치봐서 원래대로 돌아간다. 박원순 시장은 큰 그림이나 아주 세밀한 건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다 할 순 없다. 두 번째는 재선 가능성이다. 다음에 당선 안 될 거 같으면 적당히 한다. 지금의 관료들은 재벌, 언론과 3각 동맹을 맺고 있다. 조금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원래 자기가 가던 방향, 즉 시장에 맡기고 재벌에 맡기는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다. 지금 박원순 시장은 빨리 재선 가능성 높이는 게 관료 충성도를 높이는 길이다. 재선 가능성은, 보수 진영에서 잘 생긴 홍정욱 전 의원이 나온다는 설이 있어서 잘 모르겠다. (웃음)

청중 3 : 노조에서 일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비교해서 박근혜의 경제정책 핵심인 사람이 누구냐. 이명박 정부와 비교했을 때 어떤 이가 잡고 있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로, 인천공항의 지분매각은 현재로선 여론이 안 좋지만 혹시라도 매각할 가능성이 있는지.

정태인 : 이명박 경제정책의 핵심은 이명박에 있었다. 초기는 강만수, 최중경이었는데 나머지는 이명박이 주도했다 박근혜의 경제정책은 모르겠다. 재정부 장관 후보자인 현오석이나 청와대 경제수석인 조원동, 두 사람이 굉장히 다르다. 누군가 이 두 사람을 배치한 건가 싶은데, 그럴만한 사람 없다. 잘 모르겠다.

인천공항도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 물, 가스 등으로 우선순위가 있는데 인천공항도 사실 굉장히 탐날 만하다. 복지를 이유로 팔 수도 있다. 복지 재원 마련을 명분으로 할 수 있다. 증세 없이 하는 건 국가자산 파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아마 복지 위해 한다고 하면 찬성여론이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청중 4 : 영리병원도 이미 참여정부 때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과거 참여정부에 관여했던 분들을 포함한 민주당이 과연 반대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태인 : 참여정부는 네트워크산업 민영화는 막았다. 대신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다. 삼성의 오랜 꿈이 의료민영화다. 건강보험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그게 박근혜 창조경제에 'U헬스'로 들어가 있다. 원격진료라든가 그럴 듯 해 보인다. 근데 그 전제가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민간에 건강보험이 갖는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게 들어가 있다. 이건 민간의료보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다.

민영화는 지금까지는 운동이 다 막았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2008년 가을에 터졌는데 그 전까지 사고칠 게 많았는데 그걸 막은 건 촛불이었다. 박 대통령도 미국 가서 쇠고기는 함부로 못 건드릴 것이다.

▲ 정태인 새사연 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 노원병 출마? 정동영이 전주 출마하는 격"

프레시안 : 오늘 주제와 상관없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질문하겠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4월 재보궐선거에서 노원병에 출마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는가.

정태인 : 정동영 전 장관이 전주에 나가서 국회의원 된 적이 있었다. 딱 그 느낌이었다. 대통령감은 아닌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대통령 후보까지 했으면, 어려운 곳에 나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너무 쉬운 곳을 선택하지 않았다. '상도의'에 어긋나지 않나. 그걸 진보정의당과 상의해서 결정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안 전 후보가 혼자 결정하는 버릇이 있다. 사람들이랑 상의한 것 같지도 않고, 이런 태도는 굉장히 위험하다.

부산 영도에 나간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다 감동했을 것이다. 나는 안 전 후보가 2014년 경기지사 선거에 나가야 한다고 전부터 생각했다. 그래서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다시 나가고, 안 전 후보가 경기에 쌍포로 나가서 (야권 진영에) 붐을 일으켰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대선 당시 안 전 후보를 도와줬던 경제학자들을 언젠가 만났었다. 그때, 그분들한테 만약 둘이 그렇게 나가면 나중에 둘 중 누가 대통령 될 거고, 아마 박원순 시장이 양보할 것 같다고 말했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노원병에 나간다고 하니 좀 아쉽다.

프레시안 : 마지막 질문 드리겠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종인 박사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를 선창하면서 박근혜 정권 창출의 공로자이자 또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로 부각됐었다. 만일 차기 대선에서 야권이 승기를 잡는다면, 정태인 원장도 그만큼의 아이콘 될 수 있을까?

정태인 : 김종인 전 장관도 그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그 분 보니, 온갖 군데에 관여를 하시더라. 저도 뭐 하나 맡기기에는 불안한 사람이다. 술도 좋아하고, 로맨틱하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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