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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MBC, 통·폐합만이 해법인가?"

[최진봉의 뷰파인더] 미국 지역방송의 생존 방법

지역방송국의 광역화를 선언한 MBC가 진통을 겪고 있다. 지역방송국 광역화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진주-마산 MBC는 사측과 노조 간의 마찰로 진주-마산 통합사장으로 선임된 김종국 신임 사장이 출근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지역 방송국들간 통·폐합을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사측의 주장과 지방자치 정착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지역언론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노조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정반대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MBC 사측이 내세우는 지역MBC 통합의 명분은 경영의 효율성이다. 제한된 광고 시장을 놓고 방송 플랫폼들 간 경쟁이 치열한, 방송국 간 무한 경쟁 시대를 대비한다는 구실이다. 즉, 이익을 내지 못하는 지역방송국들을 통폐합해 경영의 합리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결국, 돈의 문제다.

무조건 통·폐합이 아니라 책임있는 경비 절감으로

지역방송국의 통폐합을 단순히 경제적 논리만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지역사회에 미치는 언론의 영향력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 아니다. 지역 언론은 지역문화의 발전과 지방자치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만을 앞세워 지역언론사를 통폐합하는 것은 사회의 공적기관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

한국의 지역방송국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처럼, 미국의 지역방송국들도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들의 출현으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지역방송국들은 이러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방송국 통폐합과 같이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하기 보다 지역언론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역방송국을 유지하면서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역방송국간 공동취재 방안이다.

지역 방송국 간 공동취재는 미국의 1500여 개 지역 신문사들과 뉴스 공급 계약을 맺고 지역뉴스를 공급받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통신사 AP의 뉴스 취재 모델을 인용한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폭스(FOX)와 NBC는 작년 1월부터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지역 뉴스를 제작할 때 두 방송사 중 한 방송사가 취재한 취재 원본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 방송사는 한 방송사가 취재한 취재원본을 이용해 자신들의 방송 포멧에 맞게 뉴스를 편집해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한 방송국에서 취재한 내용을 두 방송국에서 함께 사용 함으로써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편집이 되기 전 원본 테이프를 공유함으로써 두 방송사가 자신의 방송사 특성과 포맷에 맞게 뉴스를 자체적으로 편집해 방송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다양한 시각의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라

두 번째로 많이 활용되는 경비절감 방안은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의 양성이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뉴스 취재는 카메라맨, 취재기자, 그리고 편집 담당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 기술과 방송 기자재의 눈부신 발달로 한 사람이 비디오 카메라와 컴퓨터 편집 프로그램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미국의 일부 지역방송국들은 이러한 기술을 적극 활용해 한 사람이 취재, 편집, 제작을 모두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 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WUSA라는 지역방송국은 작년부터 뉴스취재 인력을 촬영과 취재, 그리고 제작 등 모든 것을 한 사람이 모두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로 교체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전문채널인 CNN도 지난 2008년부터 미국의 10개 도시에서 한 사람이 취재와 촬영, 그리고 편집까지 해내는 멀티미디어 저널리스트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의 지역방송국들은 자체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을 지역 라디오 방송국과 케이블 TV, 그리고 인터넷 웹사이트에 판매해 경영 수익을 올리고 있다.

'언론 독립' 위한 지역방송국 체질 개선

지역방송국은 지역문화 발전과 지역사회의 여론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나아가,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시와 견제를 위해서도 지역방송국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처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역방송국도 자체적인 운영이 안되면 지금의 MBC 지역방송국들처럼 외부로부터 지속적인 압력과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방송국들은 자체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언론사의 경제적인 독립은 언론의 자유와 권력에 대한 비판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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