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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마고기 안철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

[기고] '반대의 연합'은 더 이상 불필요한가?

'데마고기(demagogy)'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으로는 선동정치가가 특정한 문제에 대하여 정치적인 의도로 유포시키는 '선동적 허위선전'이라는 뜻을 가진다. 원래 그리스의 데마고그(demagog)는 '대중적 지도자'를 의미하였는데, 지금은 '쟁점을 혼란시키는 선전선동'으로 그 뜻이 변질되어 '참주선동(僭主煽動)'으로 번역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윌러드 올포트(Gordon Willard Allport)의 '유언비어의 정식(定式)'에 의하면, 대중 속에 침투하는 데마고기의 힘은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 조건에 의하여 결정된다.

① 그 내용이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을 유발하는 중요성을 가져야 하며, ② 그 사항에 대하여 확정적인 판단을 내릴 충분한 정보를 얻을 길이 없고, 그런 의미에서 사태가 애매한 것일 때 힘을 얻게 된다. 특히 사회변동기에 데마고기가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두산백과> 참고)

▲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오는 11일 귀국한다. 안철수 전 원장은 귀국 즉시, 서울 노원 병 재보궐 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안 전 원장이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 ⓒ연합뉴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서울 '노원 병' 국회의원 출마와 관련하여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의 비난이 쇄도하자,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선거본부장을 지냈던 송호창 의원이 지난 6일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야권은 대안과 비전이 아닌 반여 후보 단일화에 모든 것을 건 '반대의 연합'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요구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정치도 거대여당을 뛰어넘는 대안세력의 성장도 가능하지 않다"라고.

대단히 매력적인 데마고기(demagogy)이다.

송호창 의원의 논평과 비슷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같은 날 민주당의 대선평가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 '단일화 맹신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본 사람이 87%였다고 한다.

이것 역시 혼란을 가져올 명제이다. 정리하면, 단일화에 대한 '맹신'(盲信)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지 '단일화'가 패배 원인이 아니다. 쉽게 말해서 승리를 하려면 '단일화'만으로는 부족한 것이지, '단일화'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요컨대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과 '정권심판론'이라는 네거티브 전략에 갇혀 미래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패배한 것이다.

'비전이 없다는 문제'의 답은 비전을 준비하는 것이지 '반대의 연합'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반대의 연합'을 공고히 해야 할 때다. 안철수 세력은 그 '반대의 연합'이라는 틀 안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장악해 나가야지, 그 연합을 깨어서는 안 된다. 단적인 예로 보수신문들이 이 갈등을 유용하게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반대 연합의 해체'가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반증한다.

'새로운 비전의 제시'와 '연합 전술'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비전'을 이유로 '연합'을 부정하는 것은 데마고기이다. 강한 적(敵)을 상대로 한 합종(合從)과 연횡(連衡)은 언제나 유의미하다.

'연합'을 부정하는 것은 민주당과 정의당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아마도 안철수 세력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를 내는 4파전이 되더라도 이를 돌파하여 승리하겠다는 의중이다. 이로써 '야권의 리더'로 부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야권이 혁신되어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야권의 리더쉽은 공백상태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종전 지지자들을 감싸 안아야 진정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 전 원장에게 표를 던질 유권자 상당수가 바로 그 '반대의 연합'의 틀 안에서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 정치인의 제1 덕목이다.

안철수 전 원장의 정치적 비전은 아직 어떤 유권자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아이돌 스타처럼 이미지로 군림해 왔으며, 그 이미지조차 꽤 많이 소모되어 서서히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스윙보터(swing voter)를 획득하는 게임이다. 즉 선거에서 이기려면 스윙보터를 매료시키고, 반대파로 하여금 종전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선입견에 의심을 품게 해야 한다."(1월 15일 자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을 버려라" 중)그런데 스윙보터에게 집중하려면 자기 진영(鎭營)이 공고해야 한다.

요컨대 '반대의 연합'만으로는 부족한 것이지 '반대의 연합'이 틀린 것이 아니다. 더구나 안철수 세력이 독립적인 정치적 결사체로 성장하기 위한 토양 역시 '반대의 연합' 안에 있다. 현재의 균열은 안철수 세력에게 호감을 가졌던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정치적인 의미에서 '안철수 승리'의 상징성이 더 큰 곳은 '노원 병'이 아니라 '부산 영도'이다. 왜냐하면 적(敵)이 더 강할수록 그 승리가 더 값지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노원 병'에서 쉽게 당선되려고 한다는 오해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 그리고 '반대의 연합'은 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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