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동 학대, 부모만 문제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동 학대, 부모만 문제인가?

[최진봉의 뷰파인더] 아동 성폭력 근절, 우리 모두가 나서야

수년 전 미국 미네소타 대학(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할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미네소타 대학에서 운영하던 학생 아파트 단지에 한국인 가정이 몇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모가 어느날 경찰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았다. 미국 경찰의 뜬금없는 출석통보에 당황한 한국인 부모는 긴장된 마음으로 경찰서를 찾았다. 그 부모는 자신들이 왜 경찰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았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서 또 한번 당황했다.

미국 경찰은 이 한국인 부모가 자신들의 자녀에게 폭행을 가했는지를 조사하고 확인하기 위해 이들을 호출했다. 미국 경찰은 이들 부모를 의심하게 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의 제보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신체검사 때 학생의 엉덩이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선생님이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던 것이다.

가정의 아동 폭력 감시하는 미국

미국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집에서 폭행을 당하거나 학대를 받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신체검사중 어린이가 폭행을 당한 흔적을 발견하게 되면 부모에게 통보하지 않고 즉시 경찰서에 신고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거나 최고 6개월의 금고형을 선고받게 된다.

공공기관를 통한 아동폭력 감시의 사각지대인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아동폭력이나 학대를 철저히 감시하여 가정내 아동 폭력과 학대를 뿌리뽑겠다는 미국 사회의 의지가 엿 보이는 부분이다. 아이의 멍자국은 몽고반점이었고 다행히 경찰서에 호출된 한국 부모들은 무사히 풀려났다.

이뿐 아니다. 또 다른 한국 엄마는 미국 경찰에 아이를 빼앗길 뻔한 사건을 겪었다. 당시 중학교에 다니는 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던 이 한국 엄마는 급한 볼일이 있어 아이들만 남겨둔채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동생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대화 도중 엄마가 한국방문으로 인해 누나와 단 둘이 지내고 있다고 말을 했고 이 말을 들은 선생님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마친후 가정폭력과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탁해서 돌보는 자원봉사자의 가정에 아이들을 위탁해 보호하도록 조치했다. 일주일 만에 한국에서 돌아온 한국엄마는 아이들이 없어진 것을 알고 크게 당황했고 이웃으로부터 경찰에서 아이들을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는 경찰서를 찾아 아이들을 돌려 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엄마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 했다. 부모가 성인이 안된 아이들만 방치한 것은 명백한 아동학대 행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자신이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미국의 법 체계를 잘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실수라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한국 엄마의 깊은 반성과 간청에 미국 경찰도 정상을 참작하여 며칠 간의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아이들을 엄마에게 돌려 보냈다.

가정폭력을 '집'에다 신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여중생이 친아버지에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해 온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작년에는 아버지가 학교도 못 가게 하는 바람에 아이는 한 해 동안 72일이나 결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아이에게 우리 사회 어느 누구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담임 선생님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쉬운일이 아니라… 제가 힘을 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라며 부모 자식 간의 문제라 제 제3자인 선생님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법이 개정되어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즉시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학교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사항을 인지했을 경우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아이의 부모에게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적학대를 받는 아동의 3분의1은 가해자가 부모인걸로 나타났다. 따라서, 학교나 공공기관이 아동학대나 성폭행 사례를 발견할 경우 부모에게 알리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나 아동보호 기관에 즉시 보고하도록 강제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족에 의해 성적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공식 집계된 것만 한 해 3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을 성적학대와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 감시자로 나서야 한다. 가정이 더이상 아이들의 보호처가 되지 못 할 경우, 사회가 그들의 보호처가 되어 주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