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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금메달' 틈타 '낙하산 사장' 내린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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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금메달' 틈타 '낙하산 사장' 내린 MB

[최진봉의 뷰파인더] MBC 김재철 사장 '유감'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온 국민이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감격하고 있을 때,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이사회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재철 청주 MBC 사장을 MBC의 새로운 사장에 선임했다.

방문진은 엄기영 전 MBC 사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장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인사권에 대한 간섭을 통해 보수 성향의 임원을 일방적으로 임명했고 이로써 엄 전 사장의 사퇴를 초래했다. 그리고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눈과 귀가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경기에 온통 쏠려있는 틈을 타 MBC 신임사장을 선임했다. 공영방송의 보루인 MBC 문제의 사회적 여론화와 국민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문진의 물타기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친MB' 김재철 사장에게 '독립성' 기대할 수 있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재철 신임 사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친 정부인사로,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충청북도에 업무보고를 받으러 방문했을 때 언론사 사장 신분으로 자신의 업무와 아무 상관관계도 없는 청주공항 활성화 방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등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면접에서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반대 촛불 시위로 이어진 <PD수첩> 보도와 관련해 <PD수첩>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불법파업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노조와의 갈등도 예고했다.

그렇게 예고된 갈등은 어느새 현실이 되고 말았다. 김재철 신임사장은 2일 오전 여의도 MBC 사옥으로 첫 출근을 시도했으나 MBC 노조원들의 저지로 결국 출근이 무산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와 방문진은 이러한 사태가 일어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김재철씨의 사장 선임을 밀어붙였다.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불도저식 업무처리가 MBC 사장 선임에 빛을 발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일개 기업의 CEO가 업무를 처리하듯이 앞뒤 안보고 밀어붙이면 되는 자리인가. 국민들과 관련단체들의 다양한 의견과 여론을 종합해서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특히, 국민의 알권리를 위임받아 사회적 권력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공영방송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할 때는 국민들의 오해를 살 수 있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 언론의 감시와 견제의 대상인 정부가 친 정부성향의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누가봐도 공영방송의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국민을 대신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올바른 감시와 비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김재철 MBC 사장처럼 친정부적 성향의 인사에게서 공영방송의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MBC 신임사장의 선임은 공영방송의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이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감격하고 있을때, 방문진은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김재철 청주 MBC 사장을 MBC의 새로운 사장에 선임했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프레시안(손문상)

기형적인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언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정치권력이 이처럼 공영방송의 비판과 감시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잘못된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MBC 사장 선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구는 방문진이고, 이 방문진의 이사들은 정부의 지휘를 받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국가기관이 선임하고 있다. 결국,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는 정부기관이 방문진의 이사를 선임하고, 여기서 선임된 이사들이 MBC 사장을 선임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고 있어 대통령의 입김이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면서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방문진이나 KBS 이사의 선임을 비영리 단체나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전문가 집단이 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그래서 공영방송이 그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에 의해 휘둘리게 되면 결국 무늬만 공영방송인 정권 홍보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는 황당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상황이 현실이 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은 더 이상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친 정부성향 사장이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공영방송의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은 무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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