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성격' 김재철 MBC 새 사장 "방문진 뜻대로?"

'<PD수첩>진상조사위원회, 단체 협약 개정' 등 내놔…노조와 정면충돌?

김재철 문화방송(MBC) 신임 사장은 26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면접 자리에서 시종일관 웃는 표정이었다. 면접을 마치고 기자들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이 보도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한 번 쌓은 친분은 끝까지 간다"고 답하는 등 여전히 태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온화한 성격…"방문진 흔드는 대로 휘둘릴까"

"MBC에서 MB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과의 각별한 친분을 자랑하는 김재철 사장은 1차 투표에서 4표, 2차 투표에서 5표를 받는 등 여당 이사 다수의 지지를 확보했다. 그는 엄기영 전 사장의 자진 사퇴가 있던 날부터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엄기영 전 사장이 선임된 지난 2008년 1월에도 김 전 사장은 사장 후보에 응모했었다. 당시 노조가 "한나라당 행사에 공공연히 참석해왔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삼자 전 사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저로서는 (MB와) 부인할 수 없는 오랜 친분관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그러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정치인들과도 친밀한 관계가 동시에 있다. 회사가 부여한 제 직무의 결과일 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내부에서 그는 '카리스마'보다는 '온화함'과 '친화력' 등으로 설명된다. 후배들을 잘 챙기는 편이고 따르는 이들도 많다는 평가다. 동시에 리더십이 없고 우유부단한 성격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보도국 시절 정치부를 오래 했으나 정치부장이나 국장 등의 간부를 하지 않았던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지방 계열사 사장으로 경영 성과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한 MBC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의 성격과 친한나라당 성향 등을 종합해 볼 때 방문진의 요구대로 휘둘리며 소위 'MBC 개혁 과제'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라며 "'구악'스러운 인물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MBC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PD수첩>진상조사위 구성, 단체 협약 개정"

그러나 '우유부단한 성격'이라는 평가와 달리 김재철 사장이 출근하면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다수다. 일단 MBC 노조가 "강도 높은 출근 저지 투쟁"을 선언하고 있기도 하지만 김재철 사장 역시 '<PD수첩>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단체 협약 개정' 등 그간 방문진 여당 이사들이 요구해온 과제를 면접에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한상혁 방문진 이사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외부인사를 영입해 '<PD수첩>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한 이사가 "취재 원본을 공개하는 것은 취재원 보호 등에서 민감한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김 사장은 "<PD수첩>이 정당했는지 내부적으로 정리하자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단체 협약에 대해서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모 이사는 "김 사장은 공정 방송 조항 등에 개정하겟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간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단체 협약상 공정 방송 관련 조항의 삭제를 요구해왔다.

또 그는 핵심 과제로 '지역MBC 광역화'를 밝혀 이에 따른 반발도 예상된다. 그는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제일 강조하는 것은 광역화"라며 "19개 지역 MBC 광고 매출이 많이 떨어졌고 인력도 줄였다. 청주는 100만 가구, 충주는 5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를 합치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