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독재 정권이 언론을 통제하는 방법은 국가 권력 기관을 이용한 정치적인 탄압인 반면 비교적 민주주의가 정착한 나라에서 정치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는 방법은 주로 경제적인 압력을 통한 간접 탄압 방법이다. 미국을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언론은 대부분 정치 권력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또 다른 권력인 경제 권력에 의해 장악되어 있는 실정이다. 경제 권력이 언론에 압력을 가하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 중 하나는 언론사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고 중단이다.
최근 급발진 등 자동차 결함으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인해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가 미국에서 토요타 자동차의 문제점을 최초로 보도한 미국의 대표적인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ABC의 지역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광고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번에 토요타 자동차가 광고를 중단한 ABC 지역 방송국들은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플로리다, 조지아, 앨라바마,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5개 주로 미국 내 전체 토요타 자동차 판매량의 20v퍼센트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토요타 리콜' 부른 ABC, '광고 중단'으로 보복?
토요타 자동차가 ABC 지역 방송국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중단하게 된 배경은 ABC가 자신들을 겨냥해 토요타 자동차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한데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 실제로 토요타가 미국에서 자동차의 결함을 인정하고 대규모 리콜을 발표 하는 등 지금과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게된 시발점은 바로 지난해 11월 맨처음 토요타 자동차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해 보도한 ABC 방송국의 탐사취재부장인 브라이언 로스(Brian Ross) 기자가 쓴 "폭주하는 토요타 자동차(Runaway Toyotas)"라는 제목의 기사 였다. 로스 기자는 지난해부터 '폭주하는 토요타 자동차'라는 제목으로 토요타 자동차의 문제점을 시리즈 형식으로 집중 보도해 왔다. 토요타 자동차의 문제점을 지적한 ABC의 집중 보도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자, 미국내 다른 매체들도 앞다투어 토요타 자동차의 결함을 집중 조명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결국 토요타는 자동차의 결함을 인정하고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게 됐다.
이어 토요타 자동차는 자신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ABC 방송사에 자사 광고를 전격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토요타의 ABC에 대한 광고 중단 조치는 막강한 힘을 가진 경제 권력이 언론의 정당한 취재와 탐사 보도 행위에 대한 탄압 행위다. 자사에 유리한 보도를 하는 언론사에 광고량을 늘려주어 안정적인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당근과 자사에 불리한 보도를 하는 언론사에 광고량을 줄이거나 중단하여 경제적인 타격을 입히는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여 언론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경제 권력이 광고를 통해 언론사를 압박한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GM자동차'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를 상대로 광고를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GM자동차'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광고를 중단한 이유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자동차 칼럼니스트인 댄 네일(Dan Neil)이 GM의 '폰티액(Pontiac G6)'은 다른 자동차 회사의 차량과 경쟁이 안되는 차량이라고 혹평하는 칼럼을 신문에 게재하자, 이를 문제 삼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광고를 전면 중단했었다. 이러한 경제 권력에 의한 언론사의 취재와 보도 내용에 대한 압력 행사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훼손하는 행위로 근절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광고 차별, 세금 가지고 사리사욕 채우기?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이명박 정부가 토요타나 GM자동차처럼 광고를 당근과 채찍 삼아 보수 신문사와 진보 신문사들을 차별하는 방법으로 신문사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 및 공공기관의 신문 광고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 동아일보>(이하 조·중·동)등 친정부적 성향의 보수 신문사에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중앙행정기관과 공기업 등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전국 10대 일간지에 발주한 정부광고 468억 800만 원 중 조·중·동 3사에 게재된 정부 광고가 전체 정부 광고 48.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향신문>, <한겨레>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의 신문사에 게재된 정부 광고는 15.3퍼센트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조·중·동 등 보수 신문사들의 정부 광고 게재량은 2008년에 비해 증가한 반면, <한겨레>과 <경향신문>의 정부 광고 게재량은 2008년에 비해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달리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언론사에 정부 관련 광고를 게재한다. 정부에 호의적인 보수 신문사에 더 많은 광고를 게재하고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신문사에 광고를 덜 게재히는 것은 공금(세금)을 가지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기업들이 자신의 돈을 가지고 자사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광고를 통해 압력을 가하는 것도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비난를 받고 있는데,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친정부적인 신문사와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신문사를 차별하는 것은 더 신랄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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