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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축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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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축구 이야기

[中國探究]<76>

지난 2월 10일, 도쿄에서 거행된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한국 축구는 중국에게 3:0으로 패배했다. 이 게임의 결과는 한국과 중국 대표팀 간의 일상적인 경기만은 아니었다. 양국 축구교류사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다.

중국의 발전은 모든 분야에서 눈부시다.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위상이 강화되고 있지만 오로지 축구 경기에서만은 발전이 더디었고 한국을 이기지 못하였다. 지난 32년간 한국은 중국과의 축구 게임에서 무패의 전적을 유지해왔다. 이를 그들 스스로 '공한증(恐韓症)'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이번 게임이 역설적으로 한중우호(?)에 크게 기여하기도 하였다. 그 댓가로 우리 대표팀은 네티즌들로부터 크게 비난을 받았다. 그렇다면 스포츠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하지만 중국은 이제 축구에서마저도 우리를 압박할 날이 멀지 않았을까? 신예 까오홍보(高洪波) 감독은 '중국축구는 아직 멀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대전제는 대대적인 '축구수술'을 했을 때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왜 축구에 열광하는가? 전문가들은 축구가 대중적 성격을 강하게 지닌 집단 스포츠로서 상업화와 프로화의 기수로 등장했음을 지적한다. 더욱이 축구는 서구 열강의 공격적 민족주의와 관련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들의 입장에 따르면 축구가 다윈(Darwin)주의와 백인우월주의 사상 속에서 제국주의를 강화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찬양되었다고 비판한다. 결국 축구는 민족주의적 스포츠의 대표가 되었고 애국주의로 포장되었다. 여기에는 승리만능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축구의 현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1994년 4월 17일에 출범한 중국 프로축구리그는 1부(갑A)리그에 16개팀, 2부(갑B)리그 14개팀 등이 활동하고 있다. 게임당 평균 관중 수는 2만명 정도이다. 사회체제 때문에 중국의 프로리그는 민간자본으로만 운영되지 않는다. 철저한 지역연고에 바탕을 두고 팀의 운영도 50%는 연고지 정부가, 나머지 50% 정도가 스폰서 기업이 맡고 있다. 프로 축구클럽 가운데 산둥 루능(魯能)이나 상하이 선화(申花)같은 클럽의 1급 선수는 년봉이 300만위엔(한화 5억 천만원) 정도로 받고 있고, 그 다음 단계는 200만위엔(한화 3억 4천만원) 정도다. 50만위엔(한화 8천 5백만원)을 받는 선수들도 비일비재하다. 대 클럽인 산둥은 시즌 중에 클럽에서 투자액이 8,000만위엔(한화 136억) 정도가 된다, 이에 비해 랴오닝팀은 1,500만위엔(한화 25억 5천만원)이고, 그 밖의 팀들은 일반적으로 3,000만위엔(한화 51억원)에서 4,000만위엔(한화 68억원) 정도 투자 하는 것이다.

중국축구는 축구관련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 중국의 중앙방송인 CCTV에는 스포츠 채널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축구의 밤(足球之夜)'과 '천하축구(天下足球)'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가 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 축구를 빠짐없이 중계하고 있다. '천하축구'는 2시간 정도 방송하고, 주요 경기 대부분을 중계한다. 방송뿐만 아니라 축구전문신문과 잡지도 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정말 축구 실력이 없는 것일까? 더욱이 다른 국가와의 게임은 잘하는데 한국 팀만 만나면 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일까? 정말 공포심 때문일까? 여러 가지 다양한 분석이 있을 수 있으나 일차적으로 축구를 대하는 자세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2006년도에 출판된 중국인 장홍제(張宏杰)가 쓴『중국인은 한국인에 비해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책에서 중국인과 한국인의 축구에 대한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나름대로 타당한 점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인들은 축구를 목숨을 걸고 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 예로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한일전에 출전하는 한국대표선수들에게 일본에게 지면 현해탄을 건너지 말라고 훈시를 했다. 그는 대표선수들이 일본에게 지면 현해탄에 빠져 죽으라는 의미라고 해석하였다. 그만큼 국가대항 게임에 목숨을 걸고 하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대표팀은 게임에서 지면 운동장에 주저앉아 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관중들도 일심동체가 된다. 중국인들에게는 그러한 점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으나 울기는커녕 그들의 표정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고, 그들은 '이 세상에는 축구보다 더 중요한 일도 많이 있다'라는 자세라고 하면서 한국과 중국인의 축구에 대한 인상을 적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축구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축구는 너무 복잡하다. 중국인들도 축구 게임을 '정치적으로 하는 축구(政治球)', '인정에 겨워 하는 축구(人情球)' '체면을 강조하는 명함 축구(名片球)' 등으로 자조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축구가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의 단서가 최근 밝혀지고 있다.

새해가 되면서 중국 서점가에는 두 권의 책이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권은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20여년의 경력을 가진 축구전문 기자들인 리청펑(李承鵬), 리우샤오신(劉曉新), 우저리(吳策力) 등이 중국 내 축구인사 130여명을 직접 인터뷰한 뒤『중국축구내막(中國足球內幕)』이라는 책을 출판하여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중국축구의 비리에 대한 보고서다. 중국축구는 그동안 '승부조작(假球)', '도박축구(賭球)', '뇌물축구(黑球)' 등으로 보고 이에 대해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의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권은 하오홍쥔(郝洪軍)이라는 기자가 쓴『축구이야기(球事兒)』다. 제목 자체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축구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동북사투리로 쌍소리고, 욕지거리의 의미가 있다. 축구가 개판이라는 풍자이다. 이 책도 소제목에서 밝히고 있듯이 축구비리에 대한 폭로이자 실제로 축구와 관련된 반부패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중국정부의 중국축구 비리 척결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두 책은 중국축구 비리에 대해서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이유는 중국축구 비리의 온상이 혁파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중국 축구는 축구복권이 합법화되면서 관중들이 승부에 폭발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한 일부 축구 클럽의 구단주들은 심판을 매수하여 승부를 조작하고, 이를 묵인하는 축구협회 임원과 여기에 가담하는 심판진들, 더 나아가 폭력조직까지 관여하는 난장판으로 변했다는 보고서이다. 저자들은 출판 이후 폭로로 인해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 100만 위엔(한화 약 1억 7천만원)짜리 보험을 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이 책의 출판에 이어 지난 1월 27일에는 중국축구협회 부회장 겸 중국축구관리판공실 주임이자 당서기였던 조선족 출신 난용(南勇)과 중국축구협회 부주석 량이민(楊一民), 전 심판위원회 주석 겸 축구협회 여자부 주임 장젠창(張健强) 등이 축구관련 비리로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되어 현재 공안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난용은 체포될 당시 600만 위엔(한화 약 10억)짜리 현금카드를 소지하고 있어 뇌물을 주기 위한 것으로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고, 인터넷에는 축구비리와 관련된 인사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중국 언론들은 난용의 범죄행위가 최종확인 될 경우 사형을 언도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축구 비리의 구조는 어떤가? 축구협회 관료에서부터 클럽의 구단주, 선수에서 심판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승부조작, 도박, 수뢰[假賭黑]'가 중국 축구에 만연하고 있다. 관리들은 각종 유형 무형의 뇌물을 받고 경기에 영향을 미치며, 국가대표로 선발해주는 댓가로 뇌물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축구 클럽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도박세력들과 결탁하기도 하였다. 또한 선수와 심판 축구문제는 그동안 잠복했던 문제가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1995년 갑A 제16차 게임에서 옌비엔(延邊) 시엔다이(現代)는 수비만 하고 공격을 하지 않았다. 승부조작 때문이었다. 이러한 예는 비일비재하다.

중국축구협회가 비리에 관련된 경우이다. 중국의 축구협회는 절대 권력을 갖고 있다.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축구협회가 불법을 저지르는 첫 번째 방법은 심판배정에서 힘을 발휘한다. 2004년 10월 2일의 베이징 꿔안팀(國安)이 썬양에서 심판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를 들어 게임을 보이코트하기도 하였다. 중국의 축구 시합이 심판의 조종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판의 배정은 축구협회가 하고 있다. 따라서 각 클럽은 여러 가지 심판을 위한 '접대' 루트를 갖고 있다. 식사접대나 골프접대가 모두 그렇다. 두 번째로 축구협회는 국가대표 감독 선임권을 갖고 있다.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 선발권을 갖고 있다. 이렇게 선발된 선수는 몸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선발을 둘러싸고 비리가 싹튼다. 더욱이 국가대표 감독은 당연히 축구협회 인사들과의 좋은 관계여야만 얻는 것이 많다.

심판의 경우를 보자. 중국시합에서 심판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비리를 저지르는 심판이 시도 때도 없이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것을 중국인들은 '헤이사오(黑哨)'라고 부른다. 특히 베이징체육학원 출신으로 구성된 심판위원회를 '베이티빵(北體幇)'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축구협회와 인연을 맺고 이곳 출신의 혈통을 강조하는데, 최근 네 명의 심판위원회 책임자(주임)가 바로 이곳 출신들이었다. 1954년에 베이징체육학원 축구학과에 입학했던 광시(廣西) 출신의 한쭝떠(韓重德)을 시작으로 1990년대 웨이샤오훼이(蔚少輝)도 동문이었고, 이후 이번에 체포된 장젠창(張健强)과 이후 리동성(李冬生)도 모두 베이징체육학원 졸업생들이었다.

이와 함께 심판 배정에도 이들의 영향력이 행사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과 관련된 심판들의 명단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심판위원회는 심판들에 대한 초빙, 선발, 연수, 테스트, 처벌 등의 권한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심판들의 운명이 그들의 손에 달려있다. 당연히 심판위원회의 지시를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심판들은 전문적인 직업심판이 아니라 겸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수입은 적다. 승부조작이나 도박 유혹에 약하고 뒷돈을 챙길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영국처럼 심판위원회의 자신의 소득에 대해 공개하는 제도가 중국에는 없다. 심판이 축구협회의 눈치를 봐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축구심판의 등급 때문이다. 만약 일반적인 2급 심판에서 국제심판이 되려면 능력이외에도 관계가 중요하고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심판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2001년 이번에 체포된 장젠창이 심판위원회 주임자리를 물러나면서 자신의 인맥들을 심판위원회에 심어놓았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심판 공젠핑(龔建平)과 장젠쥔(張建軍)의 부정 심판 사건이 세상에 폭로되었다. 이들을 심판으로 선발했던 사람이 바로 심판위원장 장젠창이었다. 그는 산동사람으로 당시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산동사람 건드리지마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권력이 컸던 중국계 거물이었다. 많은 이들이 비리에 연루되었지만 결과는 심판 공젠핑 한사람만 희생양으로 처벌당하였다. 그는 2000-2001 1부 리그와 2부 리그 심판을 보면서 9차례에 걸쳐서 뇌물을 받았고, 모두 합쳐 37만 위엔(한화 약 6000만원)을 수뢰하여 10년형을 언도받았다. 그는 형 집행 중 2003년 7월 11일 베이징 304병원에서 골수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클럽의 경우를 보자. 클럽이 승부조작으로 얻는 이익은 첫째, 상대팀에게 돈을 받고 저주는 경우, 둘째, 도박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경우, 셋째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 대체로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경우는 첫째 구단주가 돈이 없는 경우 구단을 유지하려고 할 경우, 둘째, 구단주가 팀을 소유하는 목적 자체가 승부조작과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인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선수가 승부조작에 반발하면 돈을 뿌려 선수를 매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의 리그처럼 독립적인 감독기관이 존재하여 언제든지 체크할 수 있어야 이러한 악습을 막을 수 있다.

최근 중국축구협회가 2009년 11월 6일자로 승부조작, 도박 등 범죄행위에 엄격하게 대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금년 들어서는 국가체육총국 국장 류펑(劉鵬)이 중국축구개혁 6대조치를 발표하였다. 국가체육총국은 국무원에 <체육법>의 현실을 반영하여 수정하고 심의를 의뢰하였고, '직업축구구락부기준'을 마련하고 '구락부자격심사와 관리감독위원회'를 설립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위원회는 국가체육총국, 공안부, 민정부, 사법부, 중국인민은행, 국가세무총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 등 국가 기관이 공동으로 '전국축구리그쇄신종합처리협조팀'을 구성하여 축구리그의 종합적인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더욱 주목할 것은 각 성, 구, 시에 유소년 팀을 조직하고 전체 4,000만위엔(한화 약 68억)을 투입하여 전국 초, 중, 고 리그를 위해 42개 도시의 2200개 학교를 시험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다. 체포된 난용의 뒤를 이어 국가체육총국 축구운동관리센터 주임에 임명된 웨이디(偉迪)는 축구계와는 인연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중국축구가 해결해야할 6대과제를 설정하고 새로운 개혁에 나서기로 약속하였다.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라는 영국 시인 셜리의 싯귀를 인용하면서 중국축구가 기대에 차있다.

중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처럼 지나치게 '관본위'의 정책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축구의 즐거움의 핵심은 자유로움에 있다. 축구의 격언처럼 '공은 둥글다'라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제 중국 축구는 각 분야별로 건전한 게임 규칙을 확립해야만 한다. 만약 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고 숨은 규칙, '첸궤이저(潛規則)'를 여전히 신봉한다면 중국축구의 발전은 요원하다. 이번에 32년만의 1승을 거둔 중국대표팀이 이를 계기로 한중 양국의 축구도 함께 건전하게 발전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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