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땅따먹기냐" 방송3사 중계권 갈등에 '눈살'

SBS '독점 중계'- MBC·KBS '단신 보도'… 올림픽 중계 '파행'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SBS의 독점 중계와 이에 반발한 한국방송(KBS)와 문화방송(MBC)의 축소 보도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동계 올림픽을 둔 각 방송사간 중계권 갈등과 자사 이기주의가 '올림픽 중계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KBS, MBC '이정수 선수 금메달' 단신 처리

KBS는 지난 14일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우승한 이정수 선수의 금메달 획득 소식을 메인 뉴스인 <뉴스9>에서 전하지 않고 스포츠뉴스 다섯번째 소식으로 단신 처리했다. MBC도 <뉴스데스크>에서 이 소식을 다섯 번째 뉴스로 30초 안팎으로 짧게 전달했다.

두 방송사는 영상도 SBS가 무료로 제공하는 2분 짜리 동영상을 사용하지 않고 스틸 사진으로 대체했다. KBS는 "SBS가 매일 2분 분량의 경기 영상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SBS 화면 제공'임을 알리라고 요구해 안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도 KBS와 MBC는 단신 처리했고 MBC는 미국 CNN 방송이 제공한 영상을 사용했다.

KBS는 13일 <뉴스 9>에서 "이번 올림픽은 독점 중계권사인 SBS의 취재 제한으로 KBS와 MBC 등 중계권이 없는 방송사는 뉴스 보도에도 많은 제약을 받게 됐다. SBS가 경기 화면 제공에도 제한을 둬 정상적인 취재와 보도가 불가능해졌다"며 SBS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SBS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정에 맞게 타 매체에 취재 협조와 영상 제공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방송 파행에 시청자들의 비난은 높다. 한 시청자(신승경)은 KBS 게시판에 "올림픽이 동네 땅따먹기 시합이냐"면서 "독점 중계하는 SBS도 문제지만 공영방송 KBS도 하나 다를 것 없다.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동네 땅따먹기 시합도 아니고 감정 상했다고 보도를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비판했다.

'독점 중계' SBS 비난 봇물 …한국선수 '일장기' 표시 사건까지

가장 비난이 쏟아지는 대상은 이번 동계올림픽의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는 SBS. SBS 홈페이지의 'SBS에 바란다'게시판과 올림픽 특별 페이지의 '응원게시판'은 SBS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 채워져 있을 정도다.

특히 SBS가 독점 중계권을 갖고도 비인기 종목 중계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한 시청자(김종원)은 "한국 선수 메달 유력 종목만 무한 재탕하는데 경기 좀 방송하라"면서 "동계 올림픽 자체를 좀 보고 싶다"고 비난했고 다른 시청자(정은영)도 "무슨 생각으로 독점 했는지 모르나 독점을 했으면 제대로 방송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다른 시청자(오세오)는 "올림픽 기간인데 올림픽 분위기가 전혀 없다. 골라 보는 선택권도 없고 보고픈 종목도 지상파 방송에서는 못 보고 케이블 없으면 볼 권리조차 박탈된다"면서 "독점해서 '올림픽 채널'이라고 떠들기만 하지 재방송이나 하고 제대로 (중계한)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SBS는 한국 선수의 국적을 일장기로 표시하는 방송사고까지 내 논란을 가중시켰다. SBS는 15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m 결선'에서 한국팀 대표 박도영 선수를 비추면서 '일장기, 박도영'으로 표시한 자막을 내보냈다 곧 수정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SBS 게시판에 비난의 글을 연달아 올리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SBS는 이날 밤 <8뉴스>에서 ""국기 잘못 표시…시청자께 사과"라는 제목의 16번째 단신 뉴스로 "15일 아침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 중계도중 박도영 선수를 소개하는 화면에서 잠시 국기가 잘못 표시되는 실수가 있었다"며 "이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리고 앞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중계방송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간단한 사과방송을 냈다.

그러나 이 사과 방송도 별다른 해명 없이 김소원 앵커의 멘트만으로 16초짜리 단신으로 짧게 처리된데다 직전에 SBS 회장의 선수단 방문 소식을 전한 후 내보내 빈축을 샀다.

SBS, 높은 시청률에 '화색' …2016년 하계 올림픽까지 갈등 반복?

그러나 SBS는 이러한 비난 여론에도 '독점 중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SBS가 14일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1시 40분까지 중계한 'SBS스포츠밴쿠버2010'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SBS는 평균 시청률 12.5%(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고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 경기는 23.6%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시간 동안 KBS, MBC 등은 한 프로그램도 10%를 넘기지 못했다.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 경기 동시간대 KBS 1TV 시청률은 6%에 그쳤고, KBS 2TV와 MBC는 각각 4.3%와 3%였다.

한편 SBS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2012 하계-2014 동계-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줄줄이 단독 중계권을 따낸 상태라 이번 동계 올림픽과 같은 갈등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