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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퇴 부른 방문진, 뿌리부터 뜯어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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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퇴 부른 방문진, 뿌리부터 뜯어 고쳐야

[최진봉의 뷰파인더] 공영 방송과 방송문화진흥회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도를 넘은 간섭이 엄기영 MBC 사장의 사퇴를 불러왔다. 방송국을 운영하는 사장의 의견을 묵살하고 방문진이 일방적으로 자기들의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임원을 선임, 엄기영 사장의 사퇴를 압박해 결국 물러나게 만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공영 방송은 무늬만 공영 방송인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았다.

공영 방송 '빛 좋은 개살구' 만든 방문진

상업 방송과 대비되는 개념인 공영 방송은 공적 기관의 성격이 강한 방송이 일반 기업이나 개인에 의해 장악되어 개인이나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단체나 비영리단체가 방송국을 소유하도록 해 국민들을 위한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자세로 공영성이 높은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탄생했다. 상업 방송의 경우, 방송이 소유주 개인의 이익 창출을 위해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상업 방송 소유주들은 방송국 운영을 통한 개인의 이익 창출을 위해 정치 권력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데, 상업 방송국 소유주들이 정권에 유리한 보도를 내보내면 정권은 방송국과 관련된 각종 규제와 제도를 완화시켜 주어서 방송국 소유주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으로 친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상업 방송의 폐혜를 막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공영 방송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비영리단체가 방송국을 소유,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정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방송국이 바로 공영 방송이다. 그런데 최근의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의 공영 방송은 겉모양은 그럴싸하게 공영 방송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실제로는 정치 권력에 휘둘리는 영락없이 속 빈 강정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공영 방송이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은 모습으로 전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 중 하나가 바로 방문진이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1일 MBC 차기 사장 선임 절차 논의에 앞서 지휘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관리·감독' 방문진이 '인사권' 행사?

아이러니하게도 방문진은 지난 1988년 군사정권 아래 있던 MBC를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 언론계가 힘을 합쳐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당시 KBS가 가지고 있던 MBC 주식 70퍼센트를 방문진에 양도함으로써 MBC의 소유가 비영리단체인 방문진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 후 방문진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MBC가 공영 방송의 면모를 갖추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새로 구성된 방문진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만으로 MBC에 대해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사장의 고유 권한의 범위에 속하는 인사권에 대한 간섭을 통해 방송국 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한편 엄기영 사장이 사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에 방문진이 MBC 임원진을 직접 임명하면서 여당에서 추천한 방문진 이사들이 내세운 방문진법 5조2항을 보면 방문진이 방송사업자의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방문진법은 방송사업자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의 구체적인 범위와 내용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이라면 방송국의 경영 실적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말할 것이고, 만약 방송국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근거로 방송국의 최고 책임자인 사장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을 근거로 사장의 동의 없이 부하 직원을 방문진이 직접 임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로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장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꼴이다.

방통위가 선임하는 방문진…근본적 문제 해결해야

이렇게 방문진이 상식을 벗어나 도를 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방문진 이사들의 선임 방식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방문진 이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정치적 합의에 따라 선임하고 있다. 즉, 정부기관인 방통위가 비영리 단체인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정치 권력으로부터 MBC의 독립과 자율을 지키야 할 방문진이 정치적인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미국 공영 방송인 PBS는 이러한 정치 권력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사장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PBS 이사회의 이사들을 선임 할 때 미국 전역에 있는 PBS 지역 방송국들이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이사들을 선출하고 있다. 미국 공영 방송 PBS처럼 MBC가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중립적인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소유의 주체인 방문진의 이사 선임을 정부기관이 아닌 비영리 단체 또는 중립적인 단체가 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정부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현행 방문진 이사 선임 제도의 개선과 필요에 따라 입맛대로 해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방송의 자율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는 애매한 방문진법의 조항 개정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이참에 방문진 이사 선임 제도와 방문진법 조항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또 다시 제2의 MBC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잘못이 발견 되었을 때 바로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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