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태는 정권의 직할통치 야심이 부른 참극"

언론노조 · 시민사회 "김우룡, 역사의 죄인 될 것"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의 일방적인 이사 임명에 엄기영 문화방송(MBC) 사장이 자진 사퇴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총파업 찬반 투표를 예정하고 있는 상황.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10일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 사장의 자진 사퇴는) 정권의 직할통치 야심이 부른 참극이요 방문진 섭정 야욕이 부른 비극"이라며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 MBC 장악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공영방송' 수호 못하는 방문진, 해체해야"

이들은 김우룡 이사장 등 방문진 여당 측 이사들이 이사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정권의 지령이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영방송의 가치를 정권에 헌납하는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사 선임은 방문진의 권한"이라는 김우룡 이사장 등 여당 측 이사들의 주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주식회사의 주주가 임원을 임명하려면 사장은 왜 있겠는가. 사장이 제작, 보도본부장을 임명하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면서 "방문진이 방송장악을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며 이런 사람들을 뽑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방문진은 MBC의 공적기능을 위해 공영구조로 만들어 방문진법에 따라 자율 운영하도록 했으나 이명박 정권의 독재를 위한 들러리로 앞장 섰다"며 "방문진은 원래 목표인 방송의 공적 기능을 할 수 없으면 해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공영방송 장악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쫓아내고, 언론법을 날치기 하고, 드디어 MBC를 점령하려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공영방송 종사자들, 노동자들이 공정 방송을 위해 떨쳐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MBC 노동자들은 단순히 엄기영 사장 퇴진 저지 운동의 수준을 넘어서서 올바른 방송 구도를 하기 위한 적극적인 불복종 운동, 적극적인 공정방송 실천운동에 나서야 한다"며 "KBS SBS YTN 노동자들도 함께 떨쳐 일어나야 한다. 여기서 대강 눈치보고 넘어가게 되면 우리 국민들은 암흑 속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 규탄 기자회견'. ⓒ프레시안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기다렸던 하이에나 덫(MBC)에 걸려들었다. 오랜 시간 준비했다"며 "MBC 사태는 이명박 정권이 붕괴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위원장은 "MBC는 87년 이후 정권과 수많은 싸움을 해 왔지만, 단 한 번도 물러서거나 지지 않았다"면서 "KBS, SBS, YTN 등 모든 방송사와 신문 등 언론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해서 뚜벅뚜벅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염경철 KBS 새노조위원장도 "2008년 8월8일 정권이 정연주 사장을 축출했던 전후로 일어났던 일들이 MBC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며 "MB특보인 김인규 사장이 들어오고 난 뒤 KBS는 너무 무기력하게 주저앉고 있다. MBC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면 마지막 창구가 닫히리라는 위기감이 있다. 함께 싸우겠다"라고 결의했다.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저희 MBC 구성원들에 한국 사회가 거는 기대가 무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생각한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MBC가 이 땅의 마지막 희망의 증거가 되고 민주주의를 살리는 싸움의 시발점이 되도록 MBC 구성원들이 목숨 바쳐 싸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