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회 강행…'묵묵부답' 엄기영 사퇴 임박?

김우룡 "올바른 MBC 위한 임원 뽑아"…노조 "총파업"

문화방송(MBC) 보궐 임원를 선임하고자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가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이사회는 엄기영 사장의 동의 없이 방문진 여당 측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제작본부장, 보도본부장 등 보궐 임원 선임을 추진하는 자리다.

방문진 여당 측 이사들은 제작본부장에 선임자 노조에 소속된 윤혁 부국장, 보도본부장에 황희만 울산 MBC 사장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이대로 선임되면 엄기영 사장이 사의를 표하리라는 관측이다. 이미 후임 MBC 사장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김우룡 "올바른 MBC 세우기 위한 보궐 임원 선임할 것"

MBC 노동조합(위원장 이근행)은 이날 방문진 여당 이사들이 모인 롯데호텔 신관 12층 회의실에 찾아가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회의실 출입을 막는 롯데호텔 관계자들과 MBC 노조, 취재진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이근행 위원장은 회의실에 들어가 "오늘 이사회가 추진하는 것은 본래 MBC를 지켜야할 방문진이 오히려 정치 권력의 뜻에 따라 MBC를 통제하려는 적반하장의 상황"이라며 "손발 다 잘린 사장이 어떻게 언론사를 끌어갈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이 위원장은 "이는 군사 독재 정권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만약 방문진이 일방적으로 보궐 이사를 선임하면 MBC 구성원들은 방문진 해체 투쟁에 나서 언론 독립을 지켜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이근행 위원장의 항의에 강하게 반박했다. 김 이사장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이사 선임은 방문진의 권한이고 다만 사장이 추천한 사람을 고려하는 것뿐"이라며 "특히 엄기영 사장은 '뉴 MBC 플랜'을 발표하지 않았나. MBC 개혁을 잘 추진할 수 있는 상징성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김우룡 이사장은 "MBC 노동조합은 '언론 자유' 운운하는데 방문진은 '올바른 MBC를 세우겠다'는 생각을 초지일관하고 있다"며 "MBC 노조가 방문진 회의를 방해하는 것은 업무 방해로 위법이라는 것을 명심하라"라며 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이사 선임 문제는 엄기영 사장의 설명을 듣고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MBC 노조가 지명한 사람을 선택하지 말라는 것은 또 다른 편가르기 아니냐"고 반발했다.

엄기영 사장은 당초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이날 회의에 참석했으나 "한 말씀 하시라"는 이근행 위원장의 재촉에도 "방문진 이사회가 진행되도록 협조해달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은 일체하지 않았다. 엄 사장은 '오늘 방문진 안건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애매모호한 미소 외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이사회 전날인 7일 저녁 별도의 모임을 갖고 이날 보궐 이사 선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환 이사는 '여당 이사들끼리 모여서 무슨 결정을 했느냐'는 이근행 위원장의 추궁에 "'엄 사장 말 듣고 판단하겠다'는 것 외에 없다"고 답했다.

여당 이사들만 모여…야당 이사들 반발

이날 롯데호텔 신관 12층에서 열린 회의에는 여당 측 이사들 외에 야당 이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당초 이날 이사회는 오전 7시 30분께 롯데호텔 1층 식당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날 오전 7시께부터 1층 로비 커피숍에 함께 모여있었으나 여당 이사들은 '화장실에 간다'는 등의 이유를 대고 빠져나와 14층에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이사들은 "변경된 장소를 통지받지 못했다"고 반발하며 14층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이사회가 여당 이사들의 참석 만으로 보궐 이사 선임안을 통과시키면 절차상 불법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MBC 노조는 이날 정오 중앙집행위원회, 오후 6시 대의원 대회 등을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근행 위원장은 "방문진이 임원 선임을 강행할 경우 보궐 임원 출근 저지, 퇴진 싸움과 동시에 낙하산 사장 선임 저지를 위한 총파업 조합원 찬반 투표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