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가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3일 정기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상정, 처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 관계자는 "3일 이사회에서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안건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안은 MBC 경영진에게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최홍재 이사가 발의했다. 방문진 이사회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결의한 후 1주일 안에 MBC 사장은 조사 위원, 조사 기간 등을 방문진에게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PD수첩> 무죄 판결 이후 더 뿔났다"
방문진의 한 야당 이사는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이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오히려 강경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PD수첩> 무죄 판결 이후 MBC를 비난하는 보수 언론의 논조가 더욱 강경해진 것도 최근 움직임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1일에는 "엄기영 사장의 MBC 해사 행위"라는 칼럼을 써 MBC 경영진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간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엄기영 사장에게 재차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압박해왔다. 지난 12일에는 현재 공백 상태인 보궐 임원 선임에 합의해주는 조건으로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만약 '<PD수첩> 진상조사위' 구성안이 통과될 경우 엄기영 사장의 선택과 관계없이 MBC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간 엄기영 사장은 방문진의 거듭된 진상조사위 구성 요구에 대해 일단 "좀 더 생각해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만약 엄 사장이 이사회 의결 후에도 진상조사위 구성을 거부할 경우 오는 2월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엄 사장에 대한 방문진 이사회의 압박은 더욱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근행 본부장은 "엄 사장이 거부하면 대주주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사장이라며 '해임' 등을 들어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 사장이 진상조사위 구성을 받아들일 경우에는 편집·제작 독립권 침해 등을 거론하는 MBC 내부 반발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만약 엄 사장이 그러한 압박을 받아들일 경우 내부로부터의 퇴진 운동을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발상"이라며 "행여 어떤 사안에 대해 진상조사위가 필요하다면 경영진이 판단하고 구성할 문제지 방문진이 특정 프로그램을 지목해서 조사위를 구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햇다.
그러나 방문진 여당 측 이사들이 '역풍'을 우려해 '<PD수첩> 진상조사위' 구성안 처리를 포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 전원이 1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은데다 향후 2,3심 등도 남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문진으로서는 '진상조사위' 구성을 강제하는데 따른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만약 3일 이사회에서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안이 처리될 경우 절차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방문진 정관에는 '이사회 개최 7일 전까지 안건을 명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방문진 관계자는 "만약 3일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처리된다면 '소집 기한 단축' 조항을 이용해 이사회를 다시 소집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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