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방통위에 대한 감사를 하면서 일부 소속기관의 운영실태를 살펴보는 차원이라며 방문진, 한국전파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대한 예비감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예비감사는 본감사에 앞서 포괄적인 자료조사 차원"이라며 "예비감사가 끝나고 나면 본 감사의 목적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본감사는 2월 중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MBC 표적감사'?
이번 방문진 감사가 주의를 끄는 까닭은 방문진이 MBC의 관리·감독 기구인만큼 사실상 MBC에 대한 표적감사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행법 상 감사원은 MBC를 감사할 직접적인 권한이 없으나 방문진을 통해 MBC의 예산, 인사, 정책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
MBC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방문진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것은 MBC 자체에 대한 감사를 벌이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면서 "MBC가 방문진에 제출하는 경영 관련 보고, 프로그램 관련 보고 등이 일차적인 관심 대상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진 감사는 지난해 한나라당이 'MBC 직접 감사'를 추진하다 무산된 이후 시도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08년 10월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MBC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방문진 법 개정안을 내놔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샀다. 또 지난 10월에는 방송개혁시민연대가 감사원에 방문진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방문진-감사원' 결탁해 MBC 쑥대밭 만들 수도"
현재 감사원은 방문진에 관한 기초적 자료 외에 MBC의 자료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 관계자는 "감사원은 방문진의 예산과 직원 등 방문진 운영에 관한 기초자료를 요구한 상태"라며 "아직 MBC가 보고한 자료 등을 요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진도 MBC의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MBC가 공개한 자료와 경영진이 보고한 자료만을 가지고 있다"면서 "감사원이 요청하면 방문진은 이들 자료를 줄 수 있을 것이나 그외의 MBC 관련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할지 여부는 MBC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감사원이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MBC에 대한 표적 감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러나 현 방문진 이사회와 MBC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MBC가 '현행법상 감사대상이 아니다'라며 자료 제출 등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MBC에서는 김우룡 이사장 등 현 이사회가 들어선 이후 MBC 경영에 과잉 간섭을 인해 '섭정 체제'라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MBC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방문진과 감사원이 서로 짜고 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감사원이 방문진에 포괄적인 자료 요청을 하고 방문진이 이를 빌미삼아 MBC 자료를 받아내려고 하다보면 감사가 진행되는 두세달 동안 MBC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할 때도…'정치적 목적' 의구심"
게다가 지난 2008년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이 해임될 당시와 같이 감사원이 방문진 감사로 엄기영 사장 해임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정 전 사장이 해임될 당시 감사원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특별감사를 시작해 '방만경영' 등을 이유로 KBS 이사회에 '해임'을 요구하면서 '명분'을 제공했다.
MBC 역시 2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12월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임원 8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이후 방문진이 보도·제작·편성본부장의 보궐 선임을 거부하면서 경영공백 상태가 50일 넘게 이어지면서 '사실상 엄기영 사장의 백기항복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정상모 방문진 이사는 28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라고 하나 12년만에 갑자기 감사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그 결과 방송 저널리즘의 기능이 위축되지 않을까 상당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 MBC 관계자는 "시점으로 보나 정연주 전 사장 해임 당시를 생각해보나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는 정치적 성격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방문진으로서는 불과 2달 전에 엄 사장을 재신임한 터라 '해임'할 명분이 없는 상황 아닌가. 감사원 감사가 그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설령 이번 감사가 엄 사장 해임으로 즉각 이어지지 않더라도 정권이 엄 사장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엄 사장 해임 시도로 이어질 경우 MBC 안팎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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