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의 줄기찬 금융개혁 요구에 머뭇거리던 오바마 대통령이 21일 월가의 대형은행들에 대해 전쟁을 선언한 것은 건보개혁에 이어 또하나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은행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납세자들과 미국 경제를 위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싸우길 원한다면 기꺼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의 대형은행들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선언했다. ⓒ로이터=뉴시스 |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이번 방안에는 사실상 '글래스-스티걸법'의 부활을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주목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글래스-스티걸법'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해 상업은행이 고객의 예금으로 투자하는 자기매매를 금지하도록 한 것으로 1933년 대공황 당시 도입됐으나 월가의 로비에 의해 1999년 끝내 폐지됐다.
이후 상업은행도 투자은행 업무를 겸할 수 있게 되면서 대형화와 위험한 투자가 횡행하게 되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자 '글래스-스티걸법 폐지' 등 금융규제 완화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상업은행들은 '프랍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수익 창출을 위해 자기자본으로 거래하는 위험한 투자)과 헤지펀드, 사모펀드 운용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으로 위험투자를 감행하는 은행까지 보호를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은행들이 더 이상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프랍 트레이딩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대마불사의 인질로 잡혀있을 수 없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납세자들이 더 이상 대마불사의 인질로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은행의 대형화에 대한 규제 의지도 역설했다.
상업은행에 대한 프랍 트레이딩 규제가 시행되면 투자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변신한 JP모건,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은행들은 파생상품 같은 고수익 위험 상품에 투자할 수 없게 된다.
이때문에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유동성 긴축에 대한 우려로 이날 2% 넘게 급락하고, 특히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월가의 대형은행주들의 주가는 4% 이상 급락했다.
22일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 지수는 2.19%(37.66 포인트) 폭락하며 1700선이 무너졌다. 미국발 금융규제 강화 소식에 외국인들이 현·선물 시장에서 대량 매물을 쏟아내 결국 1684.35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 중국 상하이, 홍콩(H지수),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2% 이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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