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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KBS'도 수신료를 받을 권리는 있다"

[토론회] 모순투성이 '수신료 인상', 어떻게 볼 것인가

"지금의 상황은 '나쁜 공영 방송'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나 미디어 환경은 한 번 고착화하면 쉽게 바뀔 수 없다. 나쁜 공영 방송이더라도 광고에만 의존하는 '다매체 다채널' 방송 환경을 생각하면 수신료 인상은 의미가 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이명박 정부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나서자 시민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KBS의 친정권적 성격과 종합편성채널을 위한 정책임을 들어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신료가 공영 방송 체제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마냥 '반대'만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회의실에서는 민주당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과 미디어행동이 공동 주최한 "KBS 수신료 인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KBS와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수신료 인상 추진의 모순점을 짚으면서 동시에 시민사회의 대응 방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왜 광고를 줄이고 수신료 올려야 하는가?"

김승수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TV를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수신료를 내야한다'는 논리를 놓고 "집집마다 수도 시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돗물 값을 내라고 하면 난리가 나지 않겠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수신료 징수의 필요조건은 수상기를 보유하는 것이나 수상기를 보유했다고 해서 수신료를 내야한다는 논리는 정당성이 떨어진다"면서 "텔레비전을 채우는 콘텐츠, 즉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 KBS의 정치적 독립성, 품질, 지역 서비스 증대, 난시청 지역 해소 등이 수신료 징수의 충분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은 수신료를 인상해서 매년 1조2000억 원가량의 수신료를 부담해야할 당위성, 정당성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KBS는 '광고주의 압박이 심한가?', '광고 수입이 모자라 경영에 문제가 있는가?' '왜 광고를 줄이고 막대한 수신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지 계약 관계인 국민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과연 전국의 난시청 가구 수를 제대로 확인했는가, 또 실직자, 신용파산자, 재난 지역 가구 등에 적절한 면제 조치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난시청 가구는 유료방송 시청료를 납부하는 이중 부담을 하고 있다. 문제는 난시청 판정을 KBS가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는 난시청 지역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수신료 인상을 왜 KBS가 추진하나, 별도 위원회 세워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신료 산정과 관리 감독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승수 교수는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방송통신위원회-국회 승인'의 절차를 거치는 수신료 인상 결정 과정을 두고 "방통위가 수신료 금액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공영 방송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고, 최종 결정하는 국회에도 분명한 처리 기준이 있어야 한다"면서 "수신료 결정권을 정부 여당이 쥐고 있는 것은 공영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립적인 '방송재정조사위원회' 같은 기구를 둬 KBS와 EBS의 경영 상태를 조사하고 예산액을 산정하도록 하면 객관성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다"며 "그런 후 여론조사와 전문가 조사를 실시해 적정 요금 수준을 국회에 제안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강혜란 소장도 "수신료 인상은 공영 방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수신료 인상 논의를 위한 기구가 발족되어야 하고, 적정 수신료를 산정하고 이를 관리·감독할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KBS만을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수신료 인상임을 분명히 하는 전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신료 인상 시기가 매우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KBS 수신료는 소득에 관계 없이 무차별 징수이기 때문에 간접세보다 역진성이 더 크다"면서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가 400만 명이 넘고 최저 생계비를 못버는 사람이 2008년 기준 273만 명 가량이며 국민들이 700조가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은 국민의 생활을 헤아리지 않고 너무 쉽게 이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료 공공서비스의 완전 소멸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수신료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는 여전히 난제다. 강혜란 소장은 "지금의 상황은 '나쁜 공영 방송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무료 공공서비스가 자본에 의해 완전히 소멸하는 것을 막는 일이말로 '미디어법'에 반대했던 가장 핵심 아니냐"고 말했다.

강 소장은 "언론운동 진영의 핵심 역할은 첫째 수신료의 역할과 사회적 의미를 공고히 하는 것이고 둘째는 수신료를 보수 언론의 종편 안착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정권의 의도를 폭로, 무산시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서 강 소장은 "공공서비스를 위한 수신료 인상이라면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KBS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고로 수신료 인상은 현재 불가하다"고 입장을 정리하고 나서, "수신료 인상분은 공공서비스 안정화와 차별화 시스템에 전면 투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합편성채널에 광고를 밀어주기 위한 수신료 인상 시도를 막기 위해 KBS2TV의 광고 축소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허미옥 참언론 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은 'KBS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등의 수신료 인상 반대 논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KBS가 보도 등에서 이상한 행태로 가면서 MBC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나 KBS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주장 등은 사실 근거를 찾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기자협회보 자료 등을 봐도 KBS와 MBC의 신뢰도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이런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허미옥 국장은 '수신료 거부 운동'에 대해서도 "전 국민의 동의를 얻고 있다는데 그 전 국민이 누구인지 모르겠고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경제적, 정치적 상황에서 얼마나 호응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가령 KBS의 보수화가 문제다라고 한다면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그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하지 말자' 보다는 긍정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방송의 공익성을 강화하면 시청자들이 얻게 되는 복지를 설명하고 이것들을 KBS가 하지 않아 시청자들이 어떤 피해를 보는지를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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