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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미국도 대학생은 '등록금 상환제'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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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미국도 대학생은 '등록금 상환제'가 괴롭다

[최진봉의 뷰파인더]<39>오르는 등록금, '상환제'가 대책?

최근까지 미국에서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단 등록금이 비싸지 않았고, 각종 장학금이 풍부해 장학금 수혜의 기회가 많았으며, 무엇보다 학자금 대출이 용이해 학비와 생활비를 쉽게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대학에 재학중인 많은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통해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쪼들리기 시작한 미국 대학들이 장학금 혜택은 대폭 줄이고 등록금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미국 학생들의 대학 공부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교육부와 인구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08년까지 20년 동안 기숙사비를 포함한 미국 대학 등록금은 120.7%가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중산층의 가계소득은 고작 17.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8년 7월부터 2009년 7월까지1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2.1%로 뒷걸음질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 등록금만 평균 4.4%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 정부가 파산위기에 처해 있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경우에는 등록금을 무려 32%나 인상해 학생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는 등 곤혹을 치렀으며, 다른 지역의 공립대학들도 등록금을 평균 6% 인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속 늘어나는 대학생 부채


이러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과 장학 혜택 감소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학자금 대출을 통해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액이 전년에 비해 약 25%가 증가해, 역대 연간 최고 인상률이었던 17%(1994~1995)를 훨씬 뛰어 넘어 최고 인상률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은 또한 지난해 미국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부채가 2만3천186달러인 것으로 보도하면서 올해에는 대학생들의 부채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미국의 대학생들은 대학 졸업 전에는 상당한 채무를 짊어지게 되고, 졸업 후에는 대출금을 갚는데 허덕이고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로스쿨(Law School)과정을 마치고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제크 레셔츠(31세) 씨는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있지만 대학과 로스쿨을 다니면서 등록금과 생활비로 대출받은 17만5천 달러를 갚기 위해 결혼도 미루고 있다. 미시간주에 있는 센트럴미시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는 코디 솔로는 올 여름 졸업 때까지 대출받는 학자금이 약 6만 달러에 이른다.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해서 대출금을 갚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탓에 취직이 쉽지 않아 고민스럽다.

'상환제'가 아니라 등록금을 낮춰야


만약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경우, 미국의 대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대출금을 갚지 못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대학생들이 막대한 부채의 늪에 빠져 허덕이며 파산을 고려하는 처지에 처하게 된 이유는 바로 미국 정부와 교육당국이 대학생들의 학자금 문제 해결방안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와 교육당국은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문제 해결방안으로 대학 등록금을 낮추는 정책 대신 학자금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미국 정부와 교육당국의 이러한 학자금 대출 증가를 통한 학자금 문제 해결정책은 결국 미국 대학생들을 채무자로 전락시켜 그들이 오랜 기간 동안 빚더미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대학 등록금을 낮춰 학생들이 경제적인 부담감 없이 학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당장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늘리는 손쉬운 해결책을 택한 미국정부의 등록금 정책이 미국 대학생들의 삶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및 등록금 상한제 관련법안이 통과 되어 올해 1학기부터 74만 명 정도의 대학생들이 재학중 등록금 전액과 학기당 100만 원의 생활비를 대출받고 졸업후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근본적인 학자금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지금처럼 실업률이 증가하고 고용불안 상황이 계속되면 대출받은 학자금은 결국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채무자로 내몰아 파산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문제를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보다는 대학 등록금을 낮추는 일에 정부와 교육당국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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