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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182>

태국인 부부가 너무나 차가 타고 싶어서 차를 샀다. 80만원을 주었다. 차종이 97년식 라노스다. 부부는 20일 동안 신나게 차를 몰았다. 하지만 운전면허가 없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한국인 부장이 그 광경을 보고 너무나 아슬아슬해서 충고했다.
"면허 없이 차 몰다 사고 나면, 감옥 갈 텐데!"
"그럼 어떡해요?"
"당장 차 팔아."
"누구한테 팔아요?"
"판 사람한테 다시 가져가라고 해."

중고차 판매상이 차를 가져갔다. 돈은 팔아서 주겠다고 하면서!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부부는 인수증 한 장 받지 않고 차를 내주었으니까. 이것이 태국인의 특징이다. 아무 증빙서도 받지 않고 자기 물건을 쉽게 내주는데 그리고선 후회하는 게 특기다.
역시 판매상은 석 달이 지나도록 차 값을 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태국인 남편 명의로 자동차세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겁이 덜컥 났다. 돈은 고사하고, 아직도 차 주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니 사고 나면 차주가 처벌 받을 게 아닌가? 보험도 안 들었는데!
몸이 단 부부는 그제서야 나를 찾아왔다.
"차라리 폐차시켜 버릴까요?"
역시 과격하다. 극단적 낙관에서 극단적 비관으로 가는데 몇 초 안 걸린다.
일단 그들을 안심시켰다.
"무슨 소리? 차 값을 받아내야지."
판매상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차 값을 안 주죠?"
"줄 겁니다. 20일 탄 값 빼고요. 하지만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노동자센터는 빠지세요."
"우리가 왜 빠져요? 노동자한테 위임받은 수임자입니다."
그러나 판매상은 수임자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듯
"하여간 상관 말라니까요."한다.
할 수 없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찰에 신고할까요?"
그는 비로소 다소곳해졌다.
"경찰에 신고할 일도 아니고요. 하여간 곧 해결해 드릴께요."

며칠 후 차 값을 받았다.
이것저것 비용을 제하고 50만 원.
그것만 해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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