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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로, 해상으로, 공중으로'…머나먼 길 포르토프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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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로, 해상으로, 공중으로'…머나먼 길 포르토프랭스

[신음하는 아이티]<1> 구호의 발걸음

지진으로 최악의 재난을 당한 아이티의 참상을 전하기 위해 본사 황준호 기자가 현지에 파견됐다. 15일(한국시간) 서울을 떠나 16일(현지시간) 현재 아이티의 이웃 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에 머물고 있는 황 기자가 첫 번째 소식을 전해 왔다. <편집자>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한 여인이 국제기구의 구호물자를 받으려고 손을 뻗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아이티와 함께 히스파니올라섬을 양분하고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은 겉으로 보기엔 차분한 모습이다. 산토도밍고의 거리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고, 신호에 걸려 차가 서면 돈벌이를 하려고 서쪽에 있는 나라 아이티에서 온 빈민들이 구걸하는 풍경도 그대로다.

그러나 16일 만난 현지 한인들의 말에 따르면, 아이티의 비극을 바라보는 도미니카 정부와 국민들은 시선은 복잡하다.

도미니카의 경제가 미국과 구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그렇잖아도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마당에 이웃 나라에서 난민들까지 밀려들어올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까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치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옆 나라의 재난에 마냥 안타까워 할 수만은 없는 도미니카지만, 산토도밍고는 지금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때 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각국에서 파견된 구조요원들과 국제 구호 단체 사람들, 언론인들이 이곳을 거쳐 아이티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대형 호텔들은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붐비고, 슈퍼마켓과 마트에서는 가지고 갈 비상식량 등을 사는 외국인들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온 언론인들도 호텔에 여장을 풀고 물, 침낭, 심지어 텐트까지 장만하고 다음 날 아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 차원의 구호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긴급구호대 35명도 16일 밤 이곳에 도착, 현지 협력단 봉사단원들과 함께 다음 날 길을 떠날 예정이다. 지진 현장을 직접 보고 정부·여당의 추가적인 지원 대책을 검토하기 위해 날아 온 한나라당의 원희룡 의원도 떠날 채비를 마쳤다.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가려면 산토도밍고에서 서쪽으로 이동해 히마니(Jimani)라는 국경 도시로 우선 가야 한다. 평소 같으면 5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지금은 10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게 도미니카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아이티로 들어가고 나오는 행렬들이 뒤섞여 있고, 도미니카 군·경들이 이를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마니에서 국경을 넘어 포르토프랭스까지 가려면 70~80km 가량을 차로 달려야 한다. 이 역시도 평소라면 1시간 조금 넘게 걸리지만,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두 배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포르토프랭스의 교통과 통신이 여전히 복구될 기미가 없어 소식을 전하려면 위성전화를 사용해야 하는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 각종 연락과 구호물자 지원 대책 논의 등을 어렵사리 할 수 있다. 포르토프랭스에는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남은 한인들과 선교사들과 함께 들어간 한국의 몇몇 기자들이 머물고 있다.

▲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 피난민들이 미국으로 피신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로이터=뉴시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문 예정…힐러리도 찾아

이런 가운데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와 주요국의 지도자들이 잇달아 아이티에 들어오면서 희생자 구조와 이재민 구호가 힘을 얻고 있다.

우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7일(현지시간) 아이티를 방문할 예정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반 총장은 이날 새벽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아이티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난 뒤 당일 저녁 돌아갈 예정이다

반 총장은 특히 이번 강진으로 평화유지군 등 유엔 직원 37명이 사망한데 대해 조의를 표하고 생사가 확인되고 있지 않은 직원 330여 명의 신병을 적극적으로 파악하라고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엘리자베스 비르 대변인은 16일 이번 지진은 사태는 유엔이 겪은 최악의 재난이라면서, 2004년 동남아 쓰나미 사태 때만 해도 현지의 정부 조직이 기능을 했지만 아이티는 정부의 행정력이 정지되어 구호 작업을 조율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르 대변인은 이어 1500명의 인력과 115마리의 수색견을 갖춘 27개의 국제구조팀이 지진 잔해에서 58명을 구조했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이번 지진에 대한 세계 각지의 구호 자금이 이날까지 5억4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6일 포르토프랭스의 공항으로 들어와 르네 프레발 대통령을 만났다. 클린턴 장관은 구호 작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공항에만 머물며, 그곳에 임시로 마련된 텐트 안에서 프레발 대통령과 회담했다.

회담 후 클린턴 장관은 "아이티 국민이 호된 시련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래에 더 강하고 더 좋은 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격려했다.

▲ 16일 포르토프랭스를 찾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로이터=뉴시스

지진 구호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은 현재 아이티 정부의 동의하에 포르토프랭스 공항 관제권을 행사하며 구호물자를 실은 각국 비행기들의 이착륙을 통제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또한 아이티 의회가 통금령과 같은 일부 권한을 미국 정부에 위임하는 조치를 취하면 지원이 더욱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현재 프로토프랭스항 인근 해역에 항공모함 '칼 빈슨'호를 띄워 놓고 19기의 헬리콥터로 구호물자 수송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 작전에 동원된 미군 병력은 9000~1만 명가량이다. 이에 따라 이번 지진 사태를 계기로 아이티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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