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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반대, 진보진영의 말바꾸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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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수신료 반대, 진보진영의 말바꾸기인가?"

[수신료 따져보기] ① 수신료 인상, 해묵은 충돌 '일촉즉발'

한 달에 2500원. 대한민국에서 TV를 가진 가정이라면 누구나 내는 수신료다. 전기요금이나 아파트 관리비에 통합되어 징수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수신료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렇게 모인 수신료는 2008년 기준 5468억 원. 이중 3%는 교육방송(EBS) 재원으로 쓰이고 약 6%는 한국전력공사에 위탁수수료로 지급된다.
▲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고지서 샘플, 청구내역에 'TV 수신료 2500원'이라고 기재된 내역이 보인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와 KBS는 "올해 상반기 이내"를 목표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수신료는 5000~6000원 수준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상 폭을 밝혔다. 이어 한나라당은 올해 하반기 가칭 '공영방송법(방송공사법)'을 제정해 한국방송 재원의 80%는 수신료로 충당하고 광고는 20%를 못 넘기게 하는 등의 규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2년 전만해도 한나라당은 '수신료 인상'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KBS의 수신료 인상에 맞대응으로 국회에 '수신료 분리징수안'까지 제출했을 정도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수신료 인상 추진은 180도 바뀐 셈.

반면 당시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던 지금 야당과 진보적 시민사회는 이명박 정부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까지 경고하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수신료 인상'을 두고 찬반 양측이 바뀌어 있는 형국인 셈.

"수신료 인상은 '공영성' 강화인가, '관영성' 강화인가"

과거 시민사회와 학계는 '공영방송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수신료 인상 논의를 진행해왔다. 1981년 월 2500원으로 책정된 이후 30년간 수신료는 단 한번도 오른 적이 없다. 당시 역시 월 2500원이던 신문구독료가 15000원으로 오른 차이를 봐도 수신료는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지적이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 구조가 공영방송 중심임을 감안할 때 지상파 방송의 수신료 수입이 14.3%(2007년 매출액 기준)에 불과한 것은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면서 "공영 중심의 지상파 체제를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공적 재원의 투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상은 분명 기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의 수신료 인상 움직임을 '방송의 공영성 강화'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은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신년 하례회에서 "수신료 인상이 이뤄지면 연간 7000억~8000억 규모의 광고가 민간 시장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의 목표가 '광고 시장 활성화' 즉, 새로 생길 종편채널의 광고 재원 확보에 맞춰져 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비판을 쏟아냈다. 미디어행동은 12일 최시중 위원장에게 내는 공개질의서에서 "종편을 위한 수신료 인상은 시민의 주머니를 착복하면서 방송의 공공성 해체와 사유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수신료는 국민들이 KBS를 보고 준 돈인데 이 돈이 결과적으로 종편 지원금으로 쓰여지는 황당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또 시청자위원회 등 KBS에 대한 시민 차원의 견제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수신료 비중을 높이고 광고 비중을 일방적으로 낮추는 것은 KBS의 '관영성'을 강화시키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KBS의 한 PD는 "사실상 KBS 재원의 성격 자체가 바뀌는 것으로 자칫하면 KBS의 조직적 발전이나 공영방송 발전 담론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말로는 공익적 프로그램을 늘인다면서 친정부적이고 하나마나한 구색맞추기 프로그램만 만드는 식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S '땡전뉴스'의 분노를 되살리다?

"어떻게 하면 편파방송 KBS 수신료 안낼 수 있을까요, KBS 뉴스 다큐, 심층토론 등을 보기가 싫어집니다. 물론 <수상한 삼형제>도 그렇고요. 정말 공영방송 맞나요, 한심하십니다." (유재호)

"수신료 인상분은 제일 수혜를 많이 받는 MB에게 받으세요. 왜 서민과 관련도 없으면서 공영방송이라는 단어를 쓰는지. 정권 방송이라고 바꾸실 생각은 없나요?" (정중식)


한국방송(KBS)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 올라온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들이다. 수신료는 방송법이나 헌법재판소의 판결 내용에도 나와 있듯 KBS를 시청햐는 대금이 아니라 TV를 소유하는 가구는 누구나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준조세 성격의 요금이다.

김재영 교수는 "현실적으로 수신료의 최대 수혜기관은 KBS고 국민적 정서도 '수신료=KBS' 식으로 형성되어 있어 'KBS가 과연 공영방송다운가'가 수신료 인상과 직결된 문제일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수신료 인상의 핵심 관건은 'KBS가 수신료를 받을만한 조직인지'를 평가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후반에도 시민들은 전두환 정권 당시 이른바 '땡전뉴스''를 거듭하는 KBS에 대한 반발로 대대적인 '시청료 거부 운동'을 전개했다. 1985년 8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그간 산발적으로 시도되던 시청료 거부운동을 범국민행동으로 전개할 것을 결의했고 이 운동은 이듬해 9월 '보도지침' 폭로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당시 시청료 징수율이 1985년 76%에서 1987년 57%, 1988년 44%로 크게 하락할 정도로 '시청료 거부운동'의 대단했다"면서 "시청료 거부 운동은 군사정권하에서 전국적으로 진행된 최초의 조직화된 시민운동이었고 1987년 이후 국내 방송민주화의 초석이 됐다"고 평가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모습. 수신료 인상은 'KBS가 과연 공영방송다운가'와 직결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지금의 KBS도 당시 시청료 거부 운동을 불러일으킬 당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많다. KBS 뉴스프로그램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동정 보도가 매일 등장하고 최근 세종시 보도와 원전 수주 관련 보도에서 가장 대표적이듯 노골적인 정권 홍보 보도도 난무한다는 비판이다.

KBS의 한 기자는 "김인규 사장의 취임 이후 오히려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와 압박은 더욱 강도높고 교묘해졌다"면서 "차라리 시민사회에서 '수신료 거부 운동'이 벌여야 한다. 경영진에 시민들의 민심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신료의 제도적 가치 훼손" vs "정파적 인상 움직임에 단호히 대처"

그러나 소위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진보적 시민사회에서도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에 돌입할 것이냐를 두고는 찬반 논란이 있다. "정략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수신료 인상은 당연히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수신료 납부 거부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반대가 맞부딪힌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지금 이명박 정부가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동시에 수신료 거부 운동에도 반대한다"면서 "수신료는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기본 조권은 당연히 재원의 안정화다. 그 조건을 확보한 다음에 내용을 가지고 시비를 걸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재영 교수도 "현재 수신료 인상 움직임은 잘못된 것임에 분명하나 이에 대응하는 대중적인 방식 등은 좀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며 "오늘날 김인규 체제의 KBS가 몇 년 갈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변할 것이기에 '제도'로서의 수신료 가치를 훼손하는 식이 되면 향후에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최민희 전 방송위원은 지난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 토론회에서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조중동 종편의 재원을 마련해야겠다는 사고가 어떻게 가능하느냐"면서 "정파적, 정치적 계산에 따라 제기된 문제를 자꾸 양심적인 쪽에서 공영방송 재원의 문제, 라는 정상적, 합리적 의제로 바꾸는 것은 일종의 착종"이라고 비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도 "1986년 '시청료 거부 운동'으로 수신료 징수율이 50% 아래로 떨어져도 KBS가 망한 적은 없다"면서 "수신료의 성격을 두고는 논란이 있지만 KBS가 해야할 공적 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시민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수신료 거부'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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