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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본질적 전환, 그래도 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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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핵문제 본질적 전환, 그래도 협상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2호 <1>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은 기존 북핵문제의 성격을 본질적으로 전환시켜놓았다. 1차, 2차와 달리 3차 핵실험은 사실상 북한의 대미 핵전략의 근본적 수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북한은 수세적 차원의 '자위적' 핵억지력을 넘어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공세적' 핵보유 국가로의 의도를 숨기지 않게 되었다. 2002년 2차 핵위기 당시만 해도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자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핵보유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북핵문제의 본질적 전환

그러나 지금은 차원이 달라져 있다. 2010년 우라늄농축 능력을 실물로 공개했고 이는 원자로 활동을 통해 어렵사리 플루토늄을 추출하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원심분리기 가동으로 핵물질의 자동적 다량확보가 가능해진 조건이다. 여기에 더하여 2012년 12월 은하 3호 로켓발사는 미국과 한국 정부도 인정할 정도의 성공으로 평가되었다. 핵물질 다량 확보와 장거리 운반수단 확보라는 변화된 조건에 더하여 이번 3차 핵실험이 북한 표현대로 '소형화·경량화' '다종화'에 성공한 것이라면 이는 북핵의 위협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이 되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 지난 12일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3차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사진은 평양역 앞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성공 소식을 보고 있는 평양 시민들 모습 ⓒAP=연합뉴스

또한 3차 핵실험은 중국의 적극 만류와 오바마 2가 행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가 제멋대로식 강경대응의 일환으로 강행한 것이다. 과거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이 사라졌을 때 미국을 압박하고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위기조성용으로 선택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협상파의 대북정책을 지켜보지도 않고 선제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고 이는 곧 과거의 '협상을 통한 확산'에서 '확산을 통한 협상'으로 전략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협상에 치중하고 안되면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핵확산을 우선 최대화하고 핵보유 능력을 극대화한 연후에 협상 여부를 선택하겠다는 매우 공세적인 대미전략으로 바뀐 것이다.

3차 핵실험으로 북핵문제는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으로 전환되었고 그만큼 상황의 심각성에 더해 해결의 복잡성과 난해함이 가중되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핵실험 이후 우리의 대응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상황 악화만 한탄하며 감정과 분노를 앞세운 위험천만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3차 핵실험 이후 우리 사회와 언론에서는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핵위협의 위험성을 우려하며 다양한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현실적 균형감각보다는 감정적이고 즉자적인 해법에 머물고 있다.

북핵해법: 감정적이고 비현실적인 대안들

우선 북핵위기가 해결난망임을 한탄하면서 이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고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바, 이는 매우 비현실적인 감성적 반응에 다름 아니다. 아무리 북핵문제가 질적으로 전환되고 위기가 심화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비핵화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핵비확산 체제가 엄존하고 5개국 외에는 핵보유의 공식 인정이 불가능한 구조에서 불량국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 국가로 인정할 경우 이는 우리의 국가전략과 국방정책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정책과 국제규범까지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는 순간 그 논리적 귀결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자체 핵무장을 정당화하게 되고 이는 순식간에 동북아의 핵도미노를 막을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사태가 심각하다 하더라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의 정당한 정책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문제해결이 아니라 문제회피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공식인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한반도 비핵화 포기가 가당치 않은 주장인 것과 마찬가지로 당장의 비핵화를 위해 이른바 '선제 타격론'이 거론되는 것 역시 무리한 감정적 논의에 불과하다. 비핵화를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경주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하고 진지한 것이어야 한다. 북핵실험이라는 안보위협에 대응하여 곧바로 선제타격을 언급하는 것은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 전쟁을 불사하는 과도한 주장일 뿐이다. 핵사용의 명백한 징후 포착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선제타격이 명명백백 가능하다는 확실함도 부족한 상태에서 이른바 선제타격론은 그야말로 한반도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 중차대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이 역시 무모하고 감정 섞인 넋두리에 불과하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 역시 백해무익일 뿐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정당성을 내세워 북한을 비판하고 설득하고 제재해온 마당에 이제 우리도 핵무장을 한다면 그간 우리 주장과 입장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 되고 만다. 실효적으로도 과연 미국의 핵우산 하에서 핵무장을 더한다 한들 그것이 북핵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실질적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오히려 우리의 핵무장은 일본과 북한에 핵보유를 정당화해주는 불필요한 빌미가 될 뿐이다. 더욱이 현실적으로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의 핵무장을 결코 동의하기 어렵기도 하다. 정당하지 못하고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제재 만능론 역시 곰곰이 그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 안보리 논의를 통해 북한을 정말 아프게 하고 꼼짝 못하게 하는 촘촘한 대북제재가 통과되고 유엔 회원국들의 강제의무조항으로 규정함으로써 북한이 결국 핵포기를 선택하게끔 하는 강력한 추가제재가 가능하다면 아무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제재의 실효성이 여전히 의문이라는 점이다. 금융제재, 선박검색, 수출입 통제, 사치품 제한 등 다양한 추가제재가 통과되더라도 실제에서는 중국의 적극적 참여와 결심이 없으면 북중관계의 지리적 특성상 제재의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 이른바 '물샐틈없는' 제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재는 제재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북한을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오기 위한 제재여야 한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재이지만 그 목적은 협상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다. 유엔의 제재결의안에 매번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제재만능주의에 빠지면 결과적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는 효과는 미흡하고 오히려 상황 악화와 함께 협상불능으로 되고 만다는 위험성이 있다.

심지어 북한정권 교체론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이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체제결속을 돕고 북한의 핵집착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핵문제가 도저히 협상과 제재로도 해결되지 않음을 이유로 일각에서 지도부 제거와 망명정부 수립, 군사적 개입 등 구체적인 레짐 체인지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북한 정권이 민주화되고 개혁적으로 교체되어야 한다는 데서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외부에서 기획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내부의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내부의 주체적 역량과 요구에 의해 민주화와 정권교체가 이루어짐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와 우리의 민주화 과정이 입증하고 있다. 외부에서 압박하는 정권교체 시도 특히 적대적 관계 하에서 상대방 정권을 바꾸려는 시도는 역으로 독재정권의 권력강화와 체제유지에 이바지했을 뿐이다. 지금 북한의 핵보유가 권력을 지키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임이 명백한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이 나서 본격적인 레짐체인지를 시도한다면 오히려 북한은 체제결속에 나서고 핵무기를 늘리는데 매진할 것이다.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문제가 더욱 악화될 뿐이다.

그래도 협상이다

북핵실험 국면에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당장 핵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안과 노력은 여전히 차분하고 현실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비핵화 포기론이나 선제 타격론 그리고 핵무장론이나 제재만능론, 정권교체론은 각각 속은 시원할지언정 뾰족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결국 다시 돌아서 해답은 협상에 의한 노력을 더욱 강하게 더욱 정교하게 그리고 더욱 인내심을 갖고 기울이는 것 외에 없다. 무력적 군사개입으로 핵무기를 탈취할 수 없고, 제재와 압박으로 핵무기를 스스로 내놓게 하지 못한다면 결국 남은 옵션은 진지하고 통 큰 협상을 통해 다시 한번 핵폐기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그리고 협상은 남북관계가 유지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남북관계를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과 개입력이 확보되어야만 협상의 힘을 우리는 갖게 된다.

물론 협상을 위한 판이 너무 커졌고 상호 신뢰가 이미 바닥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옵션과 제재효과가 별무득이라면 부득불 우리의 선택은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핵에 대한 우리 자체의 억지력을 확대하고 약속을 어긴 북한에 대한 책임묻기로서 제재는 당연히 가해져야 한다. 그러나 억지력 강화도 북한이 불필요한 도발에 나서지 않고 협상장으로 오게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고 제재 역시 북한이 다시 6자회담장에 나올 수 있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 목표이다. 억지력을 강화하고 제재를 이행하면서 동시에 우리는 또다시 통큰 협상과 대담판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 현실에서 가장 냉정하고 이성적인 접근법일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라는 끈을 놓지 말아야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실험이라는 어려운 국면에서 안보를 강화하고 대북 억제력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여전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가동을 역설하고 있다. 인수위가 채택한 국정과제에서도,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매우 이성적이고 차분한 정세인식이 아닐 수 없다.

▲ 지난 25일에 열린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 ⓒ프레시안(최형락)

북핵문제가 악화될수록 우리는 남북관계라는 끈을 유지해야 한다.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고조가 위기로 치닫지 않고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남북관계다. 남북관계가 유지되면 한반도에서 긴장은 관리되고 완화될 수 있다. 부시 행정부와 북한이 강경 대 강경의 극한 대결을 할 때에도 남북관계 유지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 긴장고조를 막아낼 수 있었다.

또한 북핵문제가 협상으로 전환될 때를 대비해서도 우리는 남북관계라는 신뢰의 끈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재 국면 이후에는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협상에 대비하지 않고 남북관계를 중단할 경우 정작 협상이 시작되면 우리는 외교적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핵 1차 위기 당시 북미협상을 어깨너머로 지켜봐야만 했던 김영삼 정부의 치욕은 지금도 생생하다. 북핵협상이 가동될 경우 남북관계라는 지렛대를 가져야만 우리는 북미협상을 촉진하고 협상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해진다. 남북관계가 망실된 조건에서는 북미협상에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룸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북핵문제가 악화될 경우에도, 북핵문제가 협상으로 진전될 경우에도 우리는 남북관계라는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북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유지되어야 함은 바로 그 때문이다. 북핵과 남북관계 병행론을 지금 박근혜 정부가 진지하게 들여다 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원칙에 강한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포기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3·4월호(제22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 전망과 제언'입니다.

* 원제 : 박근혜 정부 출범과 북핵 문제: 남북관계라는 끈을 놓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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