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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거부로 MBC 임원 선임 또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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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거부로 MBC 임원 선임 또 파행

경영본부장만 선임, 보도 등 세 본부장은 실패 …임시 주총 연기

문화방송(MBC) 차기 보궐 임원 선임안을 두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와 엄기영 MBC 사장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방문진은 21일 오전 7시 30분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임시 이사회에서 야당 이사들이 '선별 투표'에 반발해 퇴장하는 등 파행 속에서 보도, 경영, TV제작, 편성본부장 선임안을 의결했으나 경영본부장에 김재형 기획조정실 부실장을 선임했을 뿐 나머지 세 본부장은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선임하지 못했다.

엄기영 "방문진이 '본부장 선임안' 받지 않으면…"

엄 사장은 이날 경영본부장과 TV제작본부장에 각각 3명, 보도본부장과 편성본부장에 각각 2명의 후보를 내고 그 중 1순위 후보를 밝히는 식으로 임원 선임안을 제출했다. 이미 MBC 사내에는 엄기영 사장이 원하는 인사안이 알려져 있는 상황.

엄기영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본부장 선임안을 제출하고 "이사회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사장으로서 책임지고 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그렇게 되면 선택을 피할 수 없는 길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사퇴'까지 시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 사장은 이사회 전날에도 방문진 이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면 사장 못한다"며 각 본부장마다 엄 사장이 제시한 1순위 후보를 선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본부장별 '선별 투표' …"방문진이 섭정 넘어 직접 통치하나"

방문진 이사들은 '엄기영 사장이 추천한 1순위 후보를 받아들일 것이냐'를 두고 표결에 붙였으나 부결시키고 각 본부장 별로 '선별 투표'를 진행했다. 이에 한상혁, 정상모, 고진 이사 등 야당 추천 이사들은 9시 50분께 '선별 투표는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정상모 이사는 "선별 투표는 방문진 섭정을 넘어 직접 통치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이제까지 MBC의 모든 문제는 방문진의 섭정에서 시작됐는데 이런 식으로 간다면 더 큰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혁 이사는 "들러리는 나가고 거수기는 남는 셈"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야당 이사들의 퇴장 이후 이사장을 포함한 여당 추천 이사 5명은 각 후보의 이름을 적어내는 식으로 투표했으나 경영본부장을 제외한 다른 세 명의 본부장 선임은 의결하지 못했다. 숫자상으로는 김우룡 이사장만으로도 본부장 선임이 가능한 상황. 차기환 이사는 "경영본부장 외에 나머지 세 본부장은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어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당 이사들 간에도 의견이 갈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최홍재, 문재완 이사는 10시 쯤 미리 회의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퇴장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차 이사는 대해 "회의가 끝나고 먼저 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보도, 편성, TV제작본부장 선임안이 부결됨에 따라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됐던 임시 주주총회도 연기됐다. 차기환 이사는 "적어도 4명 중 2명 이상을 선임할 수 있을 때 주총을 여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라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를 열어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 이근행 MBC 노동조합 본부장(왼쪽)이 21일 임시 이사회 회의장 앞에서 엄기영 MBC 사장과 만나 항의하고 있다. ⓒ미디어스

김우룡 "경영진이 제 역할 했나"…노조 "MBC 망치는 것은 방문진"

한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은 이날 이사회장 앞에서 김우룡 이사장과 엄기영 사장을 만나 각기 항의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김 이사장에게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본부장들을 해임할 것이냐", "회사를 망치고 있는 것은 방문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면 물을 수 있다"며 "경영진이 제 역할을 했는지 여부를 잘 생각해보라. 여러분의 뜻을 최대한 반영해서 결정하겠다. MBC를 걱정하는 사람을 책임자로 모셔야하지 않겠느냐"고 응수했다.

또 엄기영 사장은 "이사회에 내가 추천한 인사가 관철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면서 '만약 관철되지 않은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엄중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에둘러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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