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는 이날 오전 8시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이사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의 저지와 김우룡 이사장과 엄기영 사장의 의견차로 연기됐다.
MBC 노조 조합원 5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호텔 정문 앞에 모여 방문진 이사와 엄기영 사장의 회의장 출입을 저지했다. 이 때문에 김우룡 이사장, 차기환 이사, 한상혁 이사를 제외한 정상모, 최홍재, 문재환, 김광동 이사 등은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방문진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차기환 이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이사회 무산'을 선언했다. 차 이사는 "노조의 위법한 물리력 행사로 이사회 성원이 되지 않아 이사회를 연기한다"며 "이날 정오에 열릴 예정이었던 임시 주주총회도 자동 무산됐다"고 말했다.
▲ MBC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방문진 이사의 회의장 출입을 막고 있다. ⓒMBC 노동조합 |
"'보궐 임원' 협의안 두고 엄기영 사장이 막판 뒤집어"?
이날 이사회 무산에는 실제로 보궐 임원 인선을 둔 김우룡 이사장과 엄기영 사장의 의견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과 엄 사장은 14일 자정까지 보궐 임원 후보군 선정을 위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섭정' 논란이 일었다.
차 이사는 "김 이사장과 엄 사장이 14일 밤늦게까지 협의를 했고 겨우 단일안에 이르렀다. 김 이사장이 엄 사장의 의사를 상당 부분 수용했음에도 엄 사장이 갑자기 새로운 의견을 제시해 단일안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 이사는 "구체적인 협의의 내용은 김 이사장과 엄 사장만이 알고 있고 그 내용은 오늘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에게도 공개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러나 엄 사장이 상당 폭의 교체를 요구해 단일안 마련이 사실상 무산된 것은 분명하고 두 분이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이사장은 엄 사장의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했고 이에 일부 이사들의 불만이 있을 정도였는데도 무산됐다"며 '이에 김 이사장이 유감을 표했느냐'는 질문에 "기자 입장이면 어떨지 생각해보라"고 말해 김 이사장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 엄기영 사장이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의 질책에 답하고 있다. ⓒMBC 노동조합 |
앞서 엄기영 사장은 8시 10분께 이사회 보고를 위해 호텔앞에 도착해 "김 이사장으로부터 어떤 요구를 받았느냐"는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의 추궁에 "MBC 사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며 "그런 요구는 다 뿌리쳤다. 내가 생각한 대로 하겠다. 관철시키겠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MBC 관계자는 방문진의 '엄기영 사장의 막판 파투' 해석에 "김우룡 이사장에게 유리한 주장을 내놓은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절차적으로 봐도 엄 사장이 2배수의 인사를 추천하는 것인데 최종 협의가 되지 않은 것을 보면 방문진의 '파투'"라며 "엄 사장 안에 김 이사장이 이견을 제시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이사회 재소집"…"김우룡 퇴진 투쟁"
이날 이사회가 무산됨에 따라 방문진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보궐 임원 선임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차 이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가능한 빨리 마무리짓겠다"면서 "방송국은 연말에 일정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기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석인 임원들은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이사회 무산 결정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좋은 말로 '협의'지 김 이사장이 MBC의 경영진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승인해 사장의 권한인 '경영진 선임'을 침해한 것"이라며 "엄 사장의 인사권은 완전히 없어진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엄 사장이 자신의 자존심으로 인사권을 지켜내며 싸울지 지켜보겠다"면서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식물 사장'을 협박하는 김우룡 이사장 퇴진 투쟁도 강력하게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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