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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다시 석탄 시대로 돌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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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다시 석탄 시대로 돌아가는가?

[토론회] 전기요금 올려야 나라가 산다!

"제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은 여태까지 쌓인 한국 전력 정책의 고질적 문제들을 모두 안고 있다. 낮은 전기 요금을 필두로 하는, 전형적인 이명박 전 대통령 식의 전력 계획은 폐기해야 한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전력 정책이 필요하다." (진상현 경북대학교 교수)

지난 1월 31일 발표 이후 줄곧 논란이 되고 있는 6차 전력 수급 계획의 문제점을 짚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석탄 화력 발전소 증설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전력 수급 계획을 놓고 찬반 의견이 정면 충돌했다.

6차 전력 수급 계획은 2027년까지 전력 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지난 2월 1일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가 시민·사회단체의 격렬한 반발로 무산되는 등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직전 이 계획이 발표된 배경을 놓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권력 공백기에 국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 2월 7일 오후 전력 수급 기본 계획 공청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강당 앞에서 경찰이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막아서고 있다. 공청회는 2월 1일 한 번 무산되고 나서, 7일 강행되었다. 시민·사회단체는 공청회 강행이 재벌에 특혜를 주고 기후 변화를 외면한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졸속으로 처리하기 위한 부당한 행위라며 무효를 주장했다. ⓒ뉴시스

환경부의 반기 "새 정부 출범하는데 왜?"

지식경제부는 지난 7일 한 차례 무산되었던 공청회를 강행한 데 이어서, 22일 전력정책심의회를 열어 이번 6차 전력 수급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25일 환경부는 "이번 전력 수급 계획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다른 부처의 행정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환경부가 전력 수급 계획에 반기를 들고 나선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화력 발전소의 증설'이다. 6차 전력 수급 계획은 18기의 화력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1580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충당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중 석탄 화력 발전소는 12기(1074만 킬로와트), LNG(액화 천연가스) 화력 발전소는 6기(506만 킬로와트)다.

환경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 향후 20년간의 전원 믹스(에너지원별 특성을 고려한 전체 전원 비율 조정)를 원점에서 재설정"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언급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이 계획을 확정하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고 공약 이행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석탄 화력 발전소, 이산화탄소 배출량 430만 톤 더 많아

단순한 경제성만 놓고 보면 석탄 화력 발전소가 LNG 화력 발전소보다 효율적인 게 사실이다.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환경평가본부장도 "경제성 평가에서는 LNG 화력 발전소보다 석탄 화력 발전소가 우수하다"고 인정했다. 영흥 화력 7, 8호기(인천시 옹진군)가 석탄 화력 발전소로 건설될 경우 LNG 화력 발전소로 건설될 때보다 14조6788억 원(30년간, 할인율 3.9퍼센트 기준)이 절감된다.

그러나 강광규 본부장은 비용·편익을 수치로 산출한 결과를 두고 석탄 화력 발전소가 올바른 전력 정책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석탄 화력 발전소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 중요한 이유로 "대기 오염의 사회적 비용을 너무 적게 추정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광규 본부장의 발표를 보면, 석탄 화력 발전소는 LNG 화력 발전소보다 대기오염 물질인 황산화물(SOx), 프로메튬(Pm), 질소산화물(NOx)을 각각 연간 265톤, 207톤, 332톤(1년 기준) 더 배출한다. 대기오염 물질이 증가할수록 이에 따른 유형, 무형의 사회적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석탄 화력 발전소는 LNG 화력 발전소보다 대표적인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도 연간 430만 톤이나 더 배출한다. 이렇게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한다면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 기체를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0퍼센트 줄이겠다"고 한 약속이 무색해진다.

강광규 본부장은 "이 밖에도 석탄 화력 발전소가 일으키는 중금속 피해와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추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앞으로 석탄과 LNG 가격의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가 LNG 화력 발전소보다 낫다는) 현재의 경제성 평가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석탄 화력 발전소, 미국에서도 퇴출 1순위"

이런 지적에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등은 "현실적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 외에 어떤 대안이 있느냐"며 반문했다. 이번 '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발전 설비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김 교수는 "화력 발전소 18기의 건설은 불가피하다"며 "오히려 수급 적기에 설비가 완공돼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론에 환경 단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가 퇴출당하는 추세임을 지적했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미국의 환경 단체 시에라 클럽의 발표를 보면, 현재까지 미국의 석탄 화력 발전소 510여 기 중 139기의 발전소가 퇴출당했거나 퇴출이 예고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에너지 정보청 자료 역시 2012년까지 106기의 석탄 화력이 폐쇄되고 2020년까지 추가로 100기 이상이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석탄 화력 발전소 퇴출 움직임은 그것의 사회적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자료를 보면, 석탄 화력 발전소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1만3200명이다. 질병(천식, 호흡기 질환)에 따른 건강 비용도 연간 1000억 달러에 이른다. 또 석탄 화력 발전소 때문에 연간 33톤의 수은이 미국의 하천이나 바다로 배출된다. 미국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독성 수은의 기준이 정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당인리의 화력 발전소. ⓒ뉴시스

가정용·산업용 전기 수요 조절…결국은 요금 인상!

그렇다면, 석탄 화력 발전소 등을 건설하지 않을 방도가 있을까? 결국 수요 관리 즉 '아껴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였다.

특히 수요 관리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전기 요금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한국의 전기 요금은 최근 1년 6개월 동안 네 차례나 인상됐음에도 가정용, 산업용 모두 아주 저렴한 편이다. 이 때문에 한국과 비슷한 경제 규모의 산업 국가와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저렴한 전기 요금은 전력 수요 조절을 어렵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꼽혀 왔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전기 요금 원가 보상률(총수입을 원가로 나눈 것)은 87.4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전기를 100원에 사서 시민에게 87원에 판 격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은 수년째 조(兆) 단위의 적자에 시달리며 천문학적인 부채의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산업용 전기 요금은 더욱 싸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2퍼센트 수준이다. 게다가 전기 요금을 많이 쓸수록 올라가는 누진제는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된다. 가정보다 훨씬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체들이 전력 소비에서 되레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6차 전력 수급 계획에 따르면 전기 요금 상승률은 향후 물가 상승률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진상현 경북대학교 교수는 "15년간 물가는 점점 오르는데 전기 요금 인상률은 그것의 3분의 1로 잡고 있으니까 실제로는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반면 최광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은 "산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며 "한국의 경제 성장이 지속한다면 전력 소비는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 저렴한 전기 요금이라는 당근을 계속해서 산업계 또 일반 가정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렴한 전력 공급을 전제로 한 이런 산업계의 주장이 외국과 비교했을 때 안이한 대응이라는 반론도 이어졌다. 특히 한국 기업의 낮은 자가발전 비중이 지적되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2012년 산업용 전력 소비 비중이 국내 전체 소비량의 55.3퍼센트에 육박한다"며 "산업용 전기의 대부분을 한국전력에만 의지하는 것은 국가 전력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계의 경쟁력에도 결국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광훈 정책위원은 "특히 한국 산업 부분의 자가발전량은 국가 전력 공급량의 4퍼센트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기업은 자가 발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0년 기준으로 일본은 산업 부분의 자가발전 비중이 국가 전체 공급량의 20퍼센트 수준에 진입했다"며 "한국이 산업용 전기를 자가발전하는 데서 뒤처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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