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으론 안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으론 안된다

[한반도 브리핑] 평화와 비핵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북의 6자회담 복귀가 좋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공동성명이 발표된 2005년과 오늘의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서 북한에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 좋은가? 그렇지 않다. 공동성명에서 천명한대로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도 이제 9.19 공동성명을 뛰어 넘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인가? 북은 9.19 공동성명에서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를 위반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북이 이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은 합당한 요구가 아닌가? 이러한 질문들은 과거에 집착해 그간의 사태 발전을 도외시하고 있으며, 미래를 생각지 못하고 있다.
▲ 8일 오후 평양 공항에 도착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마중나온 북측 인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9.19 공동성명은 낡은 것이다

2005년 9월 북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공약했다. 비핵화와 관련한 북의 핵심적인 공약이다.

그러나 2009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대응해 북은 이 공약을 결정적으로 훼손했다. "새로 추출되는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하고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2005년 9월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이 생겨난 것이다.

2005년 9월에 포기하기로 공약한 "모든 핵무기"에 '신생 핵무기'도 포함이 되는지는 논외로 치자. 그래도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에 2005년 당시 현존하지 않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북의 6자회담 복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촉구하는 사람들은 북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9.19 공동성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고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했다고 공식화하고 있다.

북 외무성이 6월 13일 성명에서 "자체의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 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고 나섰으니, 6자회담 당사국들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할 의무를 안고 있는 것이다.

북의 9.19 공동성명 이행을 촉구하는 사람들은 북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존중"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존중" 촉구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위해서 북이 플루토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까지도 포기해야 한다면 9.19 공동성명은 이제 다시 쓰여야 할 운명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이 뭐라고 얘기했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푸켓(7월)과 카불(11월)의 기자회견에서 북에 요구한 것은 "검증가능한 비핵화"라는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9.19 공동성명대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이 그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단순화시켜서 그 본질적 부분을 볼 때 군사적 압박이나 경제 제재가 "평화적인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9.19 공동성명대로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경제 제재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군사력 사용을 포함하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가 9.19 공동성명의 목적에 위배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들은 이를 공식화·명문화할 의지가 있는가.

만약 그러한 의지가 없거나, 차마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다면 9.19 공동성명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평화적 해결의 의지를 천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9.19 공동성명은 "상호 존중과 평등의 정신" 아래 합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6자회담 참가국 중 특정 국가의 로켓 발사는 미사일 기술로 전용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규탄과 제재를 받고, 다른 국가의 로켓 발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상호 존중과 평등의 정신"은 이미 심각히 훼손된 것이거나, 적어도 그 당사국은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9.19 공동성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상호 존중과 평등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북이 로켓을 발사하면 이를 존중하고 다른 국가와 평등하게 취급하자고 주장하는 셈이다.

평화체제, 한국 정부의 소원대로 하는 길

이번 평양회담에서 북미간 "상호존중과 평등의 정신"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핵심적인 과정이다. 회담과 협상을 하기 위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천진난만한 구호에 불과하다. 오늘의 현실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호존중과 평등의 정신"이라는 핵심적 전제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나면, 그 후는 외통수만 남아 있다. 북의 핵무기와 플루토늄 프로그램과 우라늄 프로그램, 그리고 미사일 프로그램까지 포함해서 한국 정부의 소원대로 '빅딜'을 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전쟁상태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성하는 방법 이외의 길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다른 대안도 없다.

따라서 북도 평화협정을 내세우고 있고, 미국 정부도 평화협정을 공식적으로 운위하고 있다. 미국도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고, 북도 비핵화를 열어놓고 있다. 앞으로의 협상을 위한 원칙에 합의할 구조는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미국과 북한은 평화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더 이상 한 걸음도 진전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당연히 한국에도 좋은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평화도 마찬가지이다. 북미 평화협정과 함께, 9.19 공동성명대로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평화와 비핵화 두 개의 바퀴를 함께 굴릴 것인가. 아니면 전쟁 상태와 핵무장이라는 두 개의 질곡에 눌려 있을 것인가. 한반도는 다시 기로에 서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