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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학교 송년특집 <동해에서 묵은해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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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토학교 송년특집 <동해에서 묵은해 보내기>

[알림] 답사 키워드는 '동해용왕과 수로부인과 해신당'

참 다사다난했던...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조용히 안으로 성찰하며 '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국토학교(교장 박태순. 소설가)가 제9강을 송년특집으로 준비합니다. 이번 답사 주제는 <동해에서 묵은해 보내기>이며 답사 키워드는 '동해용왕과 수로부인과 해신당'입니다.

12월의 마지막 주말인 26-27일 1박2일로, 동해의 넘실대는 겨울바닷가에서 강릉-동해-삼척-울진땅을 밟으며 동해용왕과 수로부인, 해신당을 만나며...'나'와 이야기합니다.

박태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답사지 배경 설명>을 들어봅니다.

<답사지 배경 설명>

우리 국토에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물론 독도와 울릉도이지만, 육지 쪽에서는 간절곶과 호미곶이다. 그리고 감포 대왕암, 추암 촛대바위, 강릉 정동진 등은 해맞이공원으로 조성되어 새해 일출을 보려는 이들의 명소로 각광을 받는다.

태양 자체로서는 묵은해와 새해가 따로 나뉠 턱이야 없다. 하지만 우리의 세시풍속은 묵은해 보내기의 '송구'와 새해맞이의 '영신'으로 천지인 합일의 순환과 연속을 확인한다. 특히 한해의 끝을 세모(歲暮)라 하여 묵은해 저물녘을 아쉽게 배웅하려는 송년 민속과 행사가 다양하게 마련돼왔다.

'망년회(忘年會)'는 일본에서 들어온 고약한 풍습이었고 한국 전통문화로서는 도무지 상상도 해볼 수 없는 짓거리가 될 노릇이었다. 지난 한해는 함부로 잊어버려서는 아니 되는 것이었기에 '망년'이란 망발이 되기 십상이고 어디까지나 '송년'의 범주에서 애틋하게 뒤를 돌아보아 자기 자신의 마음부터 가다듬었다.

우리 세시풍속은 동짓달로 들어서면서부터 묵은해 전송의 온갖 행사들을 벌여왔다.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은 이로부터 낮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하매 '작은 설날'이라 불렀고 집집마다 대문에 팥죽을 발라 역신(疫神)을 얼씬도 못하게 하고 마을 젊은이들은 처용 탈을 쓰고 동네방네 풍물을 울리며 돌아다녀 우물이라든가 부엌 등에 치성을 해주는 지신밟기의 풍속이 고려시대로부터 있어왔다.

섣달 그믐날을 납일(臘日)이라고도 했는데 궁중에서는 나례도감이라는 관청마저 두어 나례(儺禮) 제의를 크게 열었다. 사냥해온 짐승을 제물로 바쳐 액막이 제사를 올렸던 고대 천손족의 풍류 노마드 풍속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송년파티라기 보다는 종년(終年) 세레모니였다.

수세(守歲)라 하고 별세(別歲)라 하기도 한다. 섣달 그믐밤을 날밤으로 새우는 풍속은 묵은해를 지키기 위한 것(守)이라 했고 또는 묵은해를 정성스레 전별 보내려는 것(別)이었다. 그리고 섣달 그믐날의 저녁과 밤을 제석(除夕), 제야(除夜)라 한다. '덜어내는 저녁', '덜어내는 밤'이라니 한해의 마지막 저녁, 마지막 밤을 성의껏 덜어내어야 새해가 뜨고 새날이 밝는 것이던가. <농가월령가>의 '12월령' 끝 대목에 이러한 가사가 있다.

"새 등잔 세(細)발 심지 장등(長燈)하여 새울 적에, 웃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세배 하는구나."

새로 마련한 잔등의 가느다란 심지로 말갛게 불을 돋우어 집 안팎을 환하게 밝히는 것은 한 해의 마지막 밤을 지키어 깍듯하게 송별하려 함이었다. 여기에 모든 식구들은 초롱불마저 들고 묵은세배를 드리려고 오락가락한다는 것이니 겅정거리는 어린애들이 그야말로 명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강릉 헌화로ⓒ강릉시

묵은세배는 이처럼 섣달 그믐밤에 드리는 것이어서 구세배(舊歲拜)라 하기도 했다. "지난 1년 동안 조상님과 웃어른 보살핌으로 복 많이 받았습니다" 하는 과거완료형의 감사 배례이니 새해의 "복 많이 받으셔요" 하는 미래진행형 세배와는 성격이 다르다.

19세기 무렵까지만 해도 전국 전토에서 행해지고 있었던 이러한 우리 나름의 '올드 랭 자인' 구세배와 '해피 뉴 이어' 신세배, 그 앞뒤 갈무리의 미풍양속 가족파티를 왜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일까. 뛰면서 생각해야 했고 남녀노소 모두 바쁘고 또 바쁘게만 만들었던 '파시스트 속도전 사회'가 이산가족 현상을 초래하게 한 탓일 것이라는 반성은 무책임한 발언이 될 뿐이겠다. 제대로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을 구분 못하는 천민자본가의 변명 같은….

<주역>은 64괘로 이루어져 있는데 63괘는 '기제(旣濟)'라 하고 마지막이 되는 64괘는 '미제(未濟)'라고 한다. '미제'인 64괘의 괘사에는 대단히 문학적인 비유 설명이 나온다. 여우가 개울을 건너는데 그 꼬리가 그만 물에 빠져 젖어버렸다고 한다. 여우의 몸통은 개울을 거의 다 건넌 처지인데 하필이면 꼬랑지를 물에 적시다니 여우는 도강(渡江)상륙의 새 출발보다는 꼬리의 월강(越江)부터 제대로 완성시켜야 한다.

미완성으로의 회귀이고 새로운 순환의 출발이다. <주역>의 63괘와 64괘를 연말 연초의 세시풍속에 해당시켜보면 묵은해 보내기의 연말은 '기제'가 되고 새해맞이의 연초는 '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

셰익스피어는 이러한 긴 제목의 희곡을 쓰기도 했지만, 우리 속담에도 '유종의 미'라는 것이 있다. 연말을 정성껏 기분 좋게 마감을 하여야 연초가 더욱 아름답게 풀리게 될 일이다.

"일신(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

오늘이 새롭고 나날이 새롭고 다달이 새롭기 위해서는 어제를 새롭게 확인하고 그제를 새롭게 환기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동해 새해맞이 못지않게 동해 묵은해 보내기의 종무식(終務式) 투어를 기획해보는 까닭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송구영신, 온고지신, 법고창신(法古創新)을 항상 요청받는다.


교장선생님이 마련하신 답사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답사 일정>

12월 26일(토요일)


07:30 서울에서 출발 (7시 20분까지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 유진여행사 경기76아 9111호에 탑승바랍니다.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있습니다.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11:00-11:30 강릉 사천진 교문암(蛟門岩)과 교산(蛟山)
교산은 이무기산이란 뜻이고 교문암은 이무기의 용꿈 전설을 간직한 바위인데 강릉 사천면 바닷가에 있다. 교산의 산세는 이무기가 납작 엎드려 바다를 향해 뻗어나가는 듯한 형상인데 이 구릉의 외가에서 태어난 허균(許筠, 1569~1618)은 자신의 호를 '교산'이라 지었다.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어 '용비어천'으로 하늘 올라가야 하는 것처럼 허균은 용이 되기 위한 이무기의 사명으로 태어났다고 믿었기에 평생토록 용꿈과 함께 '용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강릉 사천에서 관찰하는 동해 바다는 난세의 영웅이 대망을 품는 망망대해의 이미지이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오늘의 사천바다에서 허균의 역사 사적은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기만 하고 자그마한 어촌과 한적한 해수욕장의 주변부 풍경이 단출하게만 보일 따름이다. 송년기행의 바다 나들이 첫 장면은 겸허한 풍경 속에서 거대담론의 풍경을 찾아보려는 것이 된다.

강릉시 문화관광 사이트 바로보기->http://www.gntour.go.kr/Tours/main.jsp

11:50-12:30 점심식사(강릉 초당동의 초당순두부)

12:40-13:30 초당동 허난설헌 생가터, 허균·허난설헌기념관, 경포해수욕장 산보
여름의 해수욕, 봄가을의 등산, 겨울의 스키 행락 인파가 동해를 온통 꼼짝달싹 못하게 휘어잡고 있는데 레저 관광문화와 직접 관련이 닿지 않는 동해의 문화역사경관을 살펴볼 겨를이 도무지 없다. 동해를 고대 시대에는 '창해(蒼海)'라 하였는데 경포대에서는 남해, 서해와는 달리 넓고 깊은 동해 해양문화를 대표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관동8경의 하나인 경포호와 경포대의 누대는 한국 풍류도의 '신선도 경관'으로 조영돼 왔다. 역대 시인묵객들은 경포 석호(潟湖)와 사구(砂丘)와 사빈(沙濱)의 모래해안, 그리고 바다가 협주해주는 음률을 찬탄해왔다. 물론 그들은 해수욕 문화라는 것을 전혀 알 턱이 없었지만 경포대 일대의 풍경에서 선경(仙景)의 세계를 찾아보려 했다.

초당동에서 태어난 난설헌(蘭雪軒) 허초희(許楚姬, 1563~1589)는 우리 역사의 가장 빼어난 여류시인임에 틀림없는데 천상의 선녀가 지상으로 잠시 유배돼 내려온 것이 그 자신이라 믿어 주옥같은 신선시(神仙詩)들을 썼다. 허난설헌의 안목으로 관찰하는 경포호와 경포대는 지상 유배 선녀가 선망하는 천상 광한전 백옥루의 판타지이고 그리고 동해바다는 그녀가 목란배를 타고 천상으로 올라가야 하는 은하수의 이미지이다. 그녀의 원초적인 감동을 해끝 세모의 경포호반 수로에서 얼마만큼 되새김질해볼 수 있을까.

<역사인물기행 소특집 ② : 강릉의 허초희 허균 남매 자취>
국토학교 제8강의 <호남 단풍길, 침엽수길> 편에서 <역사인물기행 소특집 ① : 부안의 허균 자취>를 추적해 보았던 바 있습니다. 강릉 사천진과 경포대와 초당동 일대에서 허초희 허균 남매의 자취를 제대로 답사해보아야 하겠는데 이에 <역사인물기행 소특집 ②>를 새롭게 작성합니다. 다만 제9강 답사지역 일정표가 되는 이 문서 속에 <소특집>을 삽입 첨부하는 것은 이를 읽어내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국토학교카페>가 운영되고 있으니 이 카페에 소특집 ②의 문서를 수록하도록 합니다.
<국토학교카페 바로가기->http://cafe.naver.com/dadsaschool>

<주변의 찾아갈만한 곳 : 선교장(船橋莊)>
강릉 토박이 재력가가 서울의 궁궐을 본떠서 아흔아홉칸보다 더 웅대한 1백20여칸의 대저택 장원을 조영하였다. 경포대 전망의 우수한 자연환경을 건축환경으로 끌어들여 탁월한 문화공간을 창출해내고 있었다. 정원에 조영된 '활래정(活來亭)' 정자와 연못, 접빈객이 득시글했던 바깥채, 이야기꽃 만발의 사랑채인 '열화당(悅話堂)', 중문과 안채 그리고 별채에 이르기까지 조선건축의 화려와 조화의 미학이 옹숭깊다. 유럽에는 '살롱문화', '패트론 문예'가 있어왔지만 실로 19세기 강릉에는 열화당의 사랑방문화가 '관동문화'의 특성을 발휘해 보이고 있었다.

14:00-15:20 강릉 남대천- 안인진- 정동진- 헌화로
대관령에서 흘러내려오는 남대천은 강릉 시내를 관류하여 동해로 들어가는데 해안사구와 사빈의 삼각주마다 어촌과 포구와 나루가 포근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람의 접근마저 어렵게 하던 침식해안단구들은 지질학적 시간들을 층층이 간직하여 신비스러운 풍경을 연출해주고 있었다. 남대천 물길과 바닷길의 수려한 경관을 심호흡하면서 강릉항(안목)-안인진-정동진을 가로지르며 보리밭과 밀밭 사잇길을 걸어 다녔던 일은 꿈결 같은 추억으로서만 간직되어 있을 뿐인데 오늘에는 그러한 도보여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도시의 거대투자자본 및 행정의 토건개발자본이 레저 관광산업 진흥의 명목으로 이 해안절경지대에 개입하고 간섭한다. 아스팔트 드라이브 코스마다 유흥 위락단지 지역으로 탈바꿈시키면서 해안 스카이라인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강릉-정동진-삼척 왕래의 '바다열차'가 부지런히 관광유람객들을 불러 모으고 안목항에는 유람선 선착장이 들어서서 사천진 방면과 정동진 방면의 두 코스로 크루즈 관광 바닷길을 개발해낸다.

안보공원이 생겨나고 아트월드야외미술관이니 선크루즈조각공원이니 하는 휴양소가 조성된다. 모래시계공원을 비롯한 해맞이공원과 해수욕장들로 해안선이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화려하고 요란하고 자극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려 하는 관광산업을 방문자들이 마다할 턱은 없다. 동해명품경관의 소비자 역할을 하기는 할 노릇이로되 가능한대로 저급 아니라 고급이어야 좋겠다. 이왕이면 소비만 아니라 문화경관 생산자의 안목도 새롭게 갖출 노릇인데 눈이 번쩍 뜨일 적에 무엇이 보이는 것일까.

'동해 비너스'라 할 신라시대 수로부인의 동해 편력과 전설적인 사랑, 그리고 큐피드와 같은 미소년도 아닌 소몰이 노인임에도 자청하여 철쭉꽃을 갖다 바치는 수상쩍은 사내의 로맨스가 문화상품이 된다. 해맞이의 명소가 된 정동진에서 금진-심곡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신라향가 <헌화가>의 배경이 되는 층층단애의 철쭉꽃 벼랑 지대의 풍경과 흡사하다고 추정하여 '헌화로'를 조성해놓고 있다. 다만 수로부인의 사랑을 더욱 세련되게 아로새기고자 한다면 '헌화로'라 명명된 벼랑바닷길의 조잡한 콘텐츠를 어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노릇이다.

15:50-16:40 추암 촛대바위
'애국가 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는 동해시 추암동의 촛대바위 일대는 대표적인 해맞이공원으로 각광을 받는다. 저녁노을의 바다 산책길로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추암 촛대바위ⓒ동해시

17:00-18:20 저녁식사(동해시 전복대가의 전복삼계탕)

19:00 숙박 (동해시 망상오토캠핑리조트, 다인실)
강릉시 옥계 남동쪽 4km 지점에 있는 망상(望祥) 해수욕장은 동해시 묵호항의 시설 확장과 북평 임해공업단지 조성으로 강릉-삼척 간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원활한 곳에 자리 잡았는데 인근의 항만공업지역과는 달리 청정 해역과 수려한 해변 경관을 갖추어 뒤늦게 관광지로 발돋움되고 있다. 동해시는 오토캠핑의 자동차야영장과 함께 고급 리조트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12월 27일(일요일)

06:00-08:00 동해 해맞이 바닷가 산책
내가 머물게 된 <해 뜨는 집>의 숙박 침실에서 신새벽의 대장엄 해돋이를 맞이할 수 있다. 긴 밤 지새우고 진주보다 더 곱게, 아침이슬보다 더 영롱하게, 내 맘에 맺힌 설움보다 더 강렬하게, 그리고 발레리가 읊어대는 <해변의 묘지>에서보다 더 붉게 솟구는 태양을 만나고…, 물론 해 뜨는 바다의 광장을 <해변의 길손>으로 산책해보아야 한다.

동해시의 12월 27일 해돋이 일출시간 - 07:37// 일몰시간 - 17:12
월출시간 - 13:05// 월몰시간 - 02:29 (음력 11월 7일/ 물때-4물)

동해시 문화관광 사이트 바로보기->http://www.dhtour.go.kr/kor/

08:30-09:10 아침식사 (동해시 어달동 횟집거리의 곰치국)

09:40-10:20 수로부인공원-삼척 새천년해안도로
삼척시는 2000년 1월에 '새천년해안도로'를 개통하였는데 동해안 드라이브의 대표적인 명품도로로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삼척시는 동해시의 촛대바위 해안 경계 쪽에 '수로부인공원'을 조성해놓고 있다.

동해용왕이 수로부인을 용궁으로 납치하여 뭇사람들이 해가(海歌)인 <거북아 네 목을 내놓아라> 하는 노래를 부르게 한 바닷가라고 하는 것인데 물론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바다전망대인 수로부인공원에는 여의주를 조성해놓고 있는데 일명 '드래곤 볼'이라 부른다. 원형의 구조물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우주공상 영상을 살필 수 있게 하여 어린이들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강릉의 헌화로와 삼척의 수로부인공원은 그리스로마신화 음률만 좋아할 것이 아니라 동해에서 신라 천년의 사랑노래를 한껏 불러보아야 하겠음을 일깨운다. 한국 음악인들은 할 일이 많으니 수로부인 사랑노래를 작곡해 주어야 할 것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만 아니라 한국화가가 그린 <용궁 초대 수로부인> 미술작품을 기다린다. 신라향가 문화콘텐츠를 오늘의 동해안에 상륙시키려면 그 노래가 지녀온 무형문화유산을 아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여 조형 디자인 자체부터 더욱 세련되게 더욱 고상하게 고양시켜야만 할 일이다.

<현장학습 과제>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1) 금관가야 개국 설화에 나오는 김수로왕 김해 구지봉(龜旨峰)의 거북이 노래와, 수로부인 구출을 위해 부른 동해안 해가(海歌)의 거북이 노래 사이에는 미묘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이를 어찌 이해해야 할까. 거북이 노래는 남근찬가의 콘셉트일 터인데 이에 관한 남성합창(김수로)/ 여성합창(수로부인)일 것인지?

(2) 개운포(울산 울주 처용암) 앞바다에 나타나 용왕의 아들임을 자처하였던 '처용가' 속의 동해 용왕 이미지와, 수로부인을 납치하여 용궁을 구경시킨다는 삼척-강릉 쪽의 동해 용왕 이미지는 서로 어떻게 비교될 수 있는 것일까. 수로부인의 동해용왕이 '제우스' 유형으로 폭군의 사랑 방식이라면 처용의 동해용왕은 '디오니소스' 유형이어서 사랑도 미움도 남김없이 다 받아들이고 동시에 몽땅 다 주어버리는 것일지?

이에 관한 구체적인 검토와 분석 및 토의는 국토학교카페의 온라인 교실을 통해 진행될 것입니다(http://cafe.naver.com/dadsaschool).

10:40-11:40 삼척 해신당공원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 신남마을)
한국 기층문화는 다양한 형태의 성 민속과 성 신앙을 가져왔다. 남근석-여근석의 성석(性石)이라든가 골맥이 당산의 여서낭, 남서낭들은 지역에 따라 색다른 신격(神格)을 나타낸다. 동해의 경우에도 별신굿 서사무가라든가 용왕 전설들은 동해의 해신을 '남성명사'로 간주한다. 하지만 동해 어촌들의 해신당은 이를 '여성명사'로 파악한다. 어민들에게 동해 해신이 여신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풍어, 풍년, 다산, 다복을 갖게 해주는 신화코드는 남성구실 아니라 여성구실에 닿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삼척 해신당공원ⓒ삼척시

그러하지만 동해의 어촌들마다 늘비하였던 해신당 또는 해랑당의 당제 풍어축제는 정작 여신 섬기기보다는 남근목 바치기가 더 뻑지근한 축제 한마당이 되어왔다. 여신을 공궤하기 위해 남근목들을 다섯, 일곱 등 홀수의 숫자로 여러 벌 마련하여 해신당 바깥에 걸어놓는다. 당 안의 해신 영정보다 당 바깥 문짝에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남근목들이 더 주목을 받고 사랑을 받는 한국형 링가숭배 신앙이었다(다만 요즘에는 남근목 매달아놓기를 없애버렸는데 웬 고얀 것들이 도둑질을 해가곤 하기 때문이라는 것).

삼강오륜의 봉건윤리가 엄격할 적에도 해신당의 남근목들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근하였을지언정 불륜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고기잡이 처녀와 총각의 해난사고와 사랑에 관한 민담을 바탕에 깔아 해신당 당제를 벌여왔던 이러한 성 민속축제가 거의 모든 어촌에서 사라져버리기에 이른 것도 풍기문란 따위의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연근해 어업이 무너지고 생활의 바탕과 생계의 터전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신남마을 또한 해신당의 당제를 유지하기 힘든 형편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오늘에는 새마을운동 아니라 옛마을운동의 문화자원 마련에 모든 지자체들이 갈급스러워 한다. 관광사업 진작을 위해 삼척시가 이에 직접 투자하여 섹스뮤지엄 형태의 성 민속공원을 조성했다.

해신당과 당산나무는 전통시대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여기에 매년 남근목 깎기 경연대회를 벌여 수집한 발칙한 모양새들의 남근목 조각공원을 세우고 솟대와 장승도 동원한다. 동해안별신굿과 뱃고사 등 어업생활문화 자료들을 보여주는 어촌민속전시관, 그리고 세계 성 민속과 성 관련 물목들을 다양하게 진열하고 아울러 영상 제공하고 있는 섹스숍도 마련해놓고 있다. 해외여행 수집품 위주의 섹스미술관이라든가 러브랜드 따위와는 달리 우리전통의 성문화를 리모델링하여 공개하는 것임을 내세우고 있다. 초중고생들의 수학여행 방문은 사양하고 있으나 가족 나들이의 성교육 상품으로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도 한다. 기층문화의 마을공동체 민속을 제대로 유지하면서 표층문화의 링가숭배 섹스산업을 합류시키고 있는 것일지 강호제현의 정직한 관찰과 품평 평가가 요청된다.

삼척시 문화관광 사이트 바로보기->http://tour.samcheok.go.kr/main/

12:00-13:20 점심식사 (이 일대 최대 규모인 죽변어시장에서 자유식 합니다. 함께 온 가족, 또는 일행이나 편안한 동행들이 짝을 지어 좋아하는 메뉴를 찾아 송년점심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13:40-14:00 울진 봉평 신라비 (국보 242호,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울진 죽변 봉평 해안에서 1988년에 발견된 '신라비'는 524년(법흥왕 11)에 이 지역에서 일어났던 놀라운 사건을 기록해놓고 있다. 당시에는 죽변 일대를 '거벌모라'라고 불렀는데 고구려에 속하였다가 신라에 편입하게 된 주민들은 차별과 억압을 받아 항쟁사건을 일으켰던 것. 더구나 항쟁의 주모자는 일본으로 망명하였을 것으로 추론하는 주장도 제기되었는데 <거벌모라 자유민(自由民) 페스티벌>을 열자고 제의해본다.

울진군 문화관광 사이트 바로보기->http://tour.uljin.go.kr/open_content/main_page/

14:30-15:30 울진 불영계곡 불영사
동해의 해양과 울진-봉화의 산악은 서로 대비되기도 하고 조화되기도 한다. 불영천과 왕피천은 백두대간의 심심산골을 삐뚤빼뚤 열어놓는 역할을 한다. 특히 불영계곡 계수미(溪水美)는 비록 홍수 방지의 제방공사, 하천정비사업으로 훼손되기는 했을지라도 여전히 국토미의 비경을 간수한다.

<주변의 찾아가볼만한 곳 :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소광리 금강송 생태 숲에는 1,700여 그루의 소나무들이 국가의 특별보호를 받고 있다. 금강송 생태보존 및 복원사업, 금강송 주제의 생태관, 야생화 관찰장, 버섯 생태 관찰장 및 송이버섯 축제, 생태탐방로, 산악레포츠 시설 등을 연차적으로 갖추어나갈 것이라 하는데 의욕만 너무 앞세우지는 마오소서.

15:30 서울로 출발

국토학교 12월 참가비는 15만원입니다(교통비와 숙박비, 3회 식사와 뒤풀이, 입장료, 여행보험료,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10-2471-7410 또는 050-5609-5609 이메일master@huschool.com으로 해주세요.

국토학교는 지난 4월에 개교하여 국토답사를 매월 빠짐없이 해왔는데 국토강좌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제1강 (4월) : 남한강 뱃길 따라 영남대로 옛길 따라
제2강 (5월) : 영남 전통마을 순례 (답사 키워드 - 산은 책이다)
제3강 (6월) : 호남의 누정문화 원림문화 (풍경의 발견과 재발견)
제4강 (7월) : 북강원의 요산요수 (동해안 풍류길 되살린다)
제5강 (8월) : 내포지방에 부는 바람 (백제의 미소와 제2의 지중해)
제6강 (9월) : 금강문화권의 초대장 (옛이야기 재잘대는 실개천 휘돌아)
제7강 (10월): 낙동강 따라 가야 달빛기행 (우리 땅의 고고학 상상력)
제8강 (11월): 만추의 호남 단풍길, 침엽수길 (대자연 소자연 합자연)

국토학교카페(http://cafe.naver.com/dadsaschool)는 관련 학술 답사 자료를 비롯하여 참가자들의 기행문과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메뉴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국토답사를 뒷바라지하고 아울러 여행 정보와 지혜를 모아놓는 온라인 국토카페를 오며가며 들르시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국토문화를 바르게 올려 세우는 일에 동참하기 바랍니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벗이 멀리에서 찾아오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으렷다!"

▲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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