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종북 논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종북 논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기고] 박근혜의 '종북 프레임'은 허상인가, 실재인가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왜 서민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할까? 서민들이 보수정당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일까? '사실'을 알고 이해하기만 하면 돌아설 것인가?"

2013년 대한민국에 관한 질문이 아니다. 이것은 2004년 11월 민주당의 존 포브즈 케리(John Forbes Kerry)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워커 부시(George W. Bush)에게 패배한 후에 던져진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 레이코프는 "사실 혹은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진실만으로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체계와,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와 '프레임'에 근거하여 정치와 후보자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익과는 반대로 투표하는 것이다. 그들을 투표소로 들어가게 하는 동기는 바로 그들의 가치이다. 프레임, 곧 생각의 틀을 바꿔라"라고 조언한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공화당이 '엄격한 아버지의 가족'(strict father family) 모델에 근거한 권위주의적 가치 프레임을 작동하여 보수주의자들을 설득한다고 한다. 미국의 빈민들은 부자들이 규율을 잘 터득해서 그 대가로 많은 돈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화당에 투표한다는 것이다.

"레이코프는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유럽도 생각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념을 말하는 그의 머릿속에는 좌우 이념의 나라 유럽이 들어 있지 않다. (중략) 레이코프의 논리는 미국의 영토 안에서만 통용될 수밖에 없는 반쪽짜리이다. 미국 외에는 좌파가 법으로 금지됐던 한국 같은 나라에나 적용될 만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10석의 의석으로 국회에 진출한 2004년 이후 한국에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지만 제대로 된 좌우 이념 갈등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점차 그의 언어 만능 논리가 힘을 잃고 있다. 그의 이론을 한국사회분석에 적용할 때에는 적어도 이만큼의 오차는 인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관련기사 : "박근혜 '중도 전략', 레이코프 눈에는")

19세기부터 노동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의 역사를 지녀왔던 유럽에서는 노동계급이 자신의 계급적 지위에 상응하는 투표행위를 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단적인 예로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1932년부터 1976년까지 무려 44년간 장기집권을 하였고, 그 후 일시적으로 우파정부가 들어섰지만, 우파정부가 오히려 더 '친노동적 정책'을 제시하여 다수 의석을 차지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스웨덴모델, 독점자본과 복지국가의 공존> (김인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이제 슘페터의 예언처럼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진화할 것처럼도 보인다.

냉전과 매카시즘을 배경으로 사회당조차 허용하지 않는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동떨어진 '갈라파고스'(Galapagos)임에 분명하다. 부시의 이라크전쟁에 바바라 리 하원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주)을 제외한 모든 민주당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이 찬성을 했던 사실만 보아도 극명하다.

그런데 레이코프의 핵심은 유권자가 자신의 계급적 지위가 아닌 가치관에 의하여 투표한다는 것이다. 그 나라에 좌우의 이념대립 구도가 있느냐라는 문제와는 절대적으로 무관하며, 또한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했든 말든 그것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요컨대 유럽의 유권자에게는 계급적 지위가 가치관의 상당 부분에 투영된 데에 반하여, 미국의 노동계급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레이코프는 '유럽의 우파'들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미국에서 코끼리는 공화당임에 반하여, 유럽의 코끼리는 사민당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2010년 스웨덴 총선은 흥미 있는 결과를 전했다. 사회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지만, 온건당(Moderaterna)을 필두로 한 우파동맹이 다수당이 되었다. 온건당은 '소득세 감소와 고용보험 비용 최소화, 군대와 경찰력 증대, 학교와 병원 민영화, 기업권리 확대, 핵발전소 건립'을 내세웠다. 온건당은 선거기간 동안 '일하지 않는 자에게 보조금 최소화'라는 '익숙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유럽의 코끼리'가 흔들리고 있다.

사실 조지 레이코프가 세계적 관점 혹은 인류의 문명사적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되든지 관심이 없다. 오로지 2013년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만 궁금할 따름이다. 요컨대 내전(內戰)으로 인해 모든 반정부운동이 공산주의운동으로 탄압받았던 우리의 역사를 볼 때, 유럽보다도 미국과의 유사성이 더 크면 컸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서민층 상당수가 자신의 계급적 지위와 반대로 투표를 하고 있다는 현실을 볼 때, 레이코프는 우리에게 너무도 의미심장하다.

▲ 유권자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정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정통 보수'로 평가 받는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에 이어 2대 째 대한민국 최고 통수권자의 지위를 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한국 보수당의 프레임은 무엇일까?

아리스토미니스 처바스 감독의 <테라-인류 최후의 전쟁>(2010)은 폭력과 전쟁으로 지구를 잃어버린 지구인들이 새로운 행성 '테라'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머 장군'은 생존을 위해 테라를 점령하려 하고, '평의회'와 '짐'(Jim)은 그에 대적한다. 공화당을 상징하는 '해머'는, 전투에 임하는 군인들에게 '인류의 생존과 미래를 위하여 역사에 영원히 이름이 남을 것'이라는 비장한 연설을 한다.

미국 보수주의의 가치는 어수룩하지 않다. 공화당은 몇십 년에 걸쳐서 정교하고 체계적인 가치관을 생산하여 왔으며, 이를 보급시켜 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노동계급이 자신의 계급적 지위를 자신의 가치관에 투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국의 하층민들이 미국의 빈민들처럼 부자들이 규율을 잘 터득해서 그 대가로 많은 돈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까? 천만에. 우리의 경우 '부의 축적과정' 자체가 권력과의 야합 또는 불법적인 정보의 취득, 부도덕한 거래를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한 탓에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마저도 부당하게 부인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은 모두 존경받지 못하며, 끊임없이 그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지배체제(regime)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대체 보수당이 선거에서 이제껏 승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종북(從北) 프레임'이다. 한국 보수당의 '종북 프레임'이란 자신에 대한 반대파를 '북한'과 동일시하는 전략이다. 한국의 민주당이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으로 자파를 강화시켜 왔던 것처럼, 보수당은 '종북 대 안보' 프레임으로 자파를 강화시켜 왔다. 종북 프레임은 소위 '북풍'(北風)이 있을 때에 일시적으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보수당 지지자들은 언제나 '종북 프레임'으로 모든 정치적 사실(事實)들을 여과(濾過)한다.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 발발)에서 죽은 군인의 미망인이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의 찬조연설자로 나와서 시종일관 북한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우리나라 보수당의 지지자들은 '북한에 대한 비판'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종북 프레임은 허상인가 실재하는 것인가?

레이코프는 공화당의 '깨끗한 하늘 계획'(The Clear Skies Initiative)의 '깨끗한'(Clear)은 오염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감추는 프레임이고, '건강한 숲'(Healthy Forests)의 '건강한'(Healthy)은 벌목을 은폐하는 프레임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한국 보수당의 '종북 프레임'은 허상인가 실재하는 것인가?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종북'(從北)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보수당은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한반도 평화전략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있다. 실제 그들은 '대립' 이외에 다른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대한 이유는 실제로 진보진영 내에 '친북주의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60~70년대 반정부 진영에 '친북파'가 있었고, 80년대 NL-PD 논쟁에서 NL(민족해방론)이 '주체사상'을 기본으로 한 것 또한 사실이다. 진보진영은 이제껏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파시즘에 대항하여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이 문제를 접근하였다. 요컨대 '종북 프레임'은 실존하는 친북주의자들의 행동에 한해서는 실재(實在)이며, 보수당의 반대파 전부에 확장되는 한도에서는 허상(虛像)이다.

'종북논란'과 '종북세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된 이적단체 '새시대교육운동'의 대표 박 모 씨와 집행위원장 김 모 씨, 정책을 담당한 최 모 씨와 인천지역책 백 모 씨를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지난 2008년 1월 초 경북 영주에서 새시대교육운동을 결성하고 이듬해 5월까지 예비교사 및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북한의 사상·주장에 동조하는 강의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최 모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투쟁 신념인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라는 문구를 급훈으로 인쇄해 교실 복도 벽에 걸어뒀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씨 등은 <조선의 력사> 등 북한 원전을 소지하고,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발췌본을 작성해 내부 학습자료로 배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전교조 차원의 교육 교류 명목으로 여러 차례 방북해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선군정치는 정의의 보검'이라는 내용이 담긴 북한 간부의 연설문 등을 입수,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 씨는 총 스물여섯 차례나 방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단체가 전국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북한 대남혁명론 및 사회주의 교육 철학을 추종하면서 교육현장에서 주체사상·선군정치 등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학습·전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위에 기소된 공소사실이 조작된 것이라면 당연히 싸워야 한다. 그러나 만약 사실이라면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위와 같은 기소를 비판해야 하는가 아니면 위와 같은 '주사파'에 대하여 반대를 표명해야 하는가?

핵을 보유한 미국이 자신의 안보를 위해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반면에 다른 나라의 안보에는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리처드 버틀러(Richard Butler)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논거로 북한의 핵보유를 수긍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의 생명과 미래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문제이다. 일정한 사상에 관한 모의를 범죄로 치부하는 것은 문명국가의 이성에 부합하지 않지만, 그 모의가 '더 비이성적인 국가'의 기동전(機動戰)을 지원하는 진지전(陣地戰)적 행위가 된다면, 다르다. 인권적 비평이 아닌 적어도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한도에서 더 이상 '사상의 자유'라는 계몽주의적 낭만(浪漫)으로 대답할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김운회 교수의 지적처럼 '북한은 마치 조선 말기처럼 상부구조가 하부의 생산관계와 생산력의 발전을 철저히 왜곡시켰기 때문에 역사의 추가 거꾸로 가고 있는 상태'이다.(☞관련기사 : "슘페터와 그람시의 봄, 서울")

'북한'은 봉건국가에 불과하며, 그들의 반민주주의와 반인권적 행태, 그리고 인민들의 경제적 피폐는 어떤 이유로도 변명될 수 없다. 우리 유권자 중 60대 이상은 실제로 6·25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에는 핵실험까지 마친 상태이다.

지금까지 이 같은 친북주의자들에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탓에 민주당과 진보진영 전체가 종북으로 매도당했던 것이다. 'MB 정부'가 제아무리 반민주적이라고 하더라도 '김정은 정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김정은 정부를 비판하지 못하는 이정희 대선 후보가 MB와 박근혜를 비판할 때, 유권자들의 종북프레임은 이정희의 주장이 팩트라고 하더라도 모두 튕겨버리는 것이다.

보수당의 종북프레임은 북한정부를 '절대악'(絶對惡)으로 묘사함으로써 완성된다. 문제는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동시대에서 가장 반동적인(reactionary) 정부를 꼽으라면 단연 '북한정부'일 수밖에 없다. 레이코프는 상대방의 프레임으로 답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실재하는 영역이 있다는 점에서 레이코프가 말하는 미국 공화당의 프레임과는 다르다. 그래서 그 프레임으로 들어가야 한다.

왜 남한의 진보주의자들은 '북한인권 운동'을 보수주의자들의 손에 맡기고 있는가? 이는 보수주의자들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용도로 북한인권운동을 활용하는 것을 방관하는 것이다. 70년대 국제앰네스티는 박정희의 인권탄압을 규탄하였다. 동일하게 남한의 진보주의자들은 북한정부의 인권탄압을 규탄하여야 한다. '북한정부에 대한 규탄'이 빠진 단순한 '북한돕기 운동'은 북한정부의 체제선전의 도구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은 보수당의 종북프레임을 정면으로 안아 '정풍운동'(整風運動)을 해야 한다. 역사상 좌파들이 늘 해왔던 "'다른 것'(different)과의 구별(distinction)"이 아닌 "'틀린 것'(fault)의 배제(exclusion)"를 해야 한다. '주사파'는 '진보'가 아니다. 그래서 '진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진보진영은 '전선'과 '깃발'만 있고, 콘텐츠가 없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