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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오바마, 아프간에서 소련 잘못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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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오바마, 아프간에서 소련 잘못 되풀이"

카불 주재 러 대사 "재래식 전투로는 평정 못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 10년간의 점령 끝에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의 저항에 못 이겨 끝내 물러난 구(舊) 소련. 그 거대한 제국은 그로부터 2년 뒤 해체의 비운을 맞았다. 다시 20여 년이 지난 지금 아프간의 '쓴맛'을 아는 러시아는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프가니스탄 카불 주재 안드레이 아베티샨이 러시아 대사가 2일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자신들의 시각을 내비쳤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3만 명 증파계획을 지지했지만 그의 말은 달랐다. "소련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영향력 넓히는 작업 더 중요"

▲ 카불 주재 안드레이 아베티샨 러시아 대사

아베티샨 대사는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너무 많은 것을 주입하려 했다'는 기자의 지적에 "그게 우리가 저지른 잘못 중 하나"라며 "우리는 미국에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잘못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잘못으로부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오류를 반복하는 것은 딱한 일"이라며 "그렇지만 미국은 지금 우리의 파트너이기 때문에 (잘못을 바라보고 있는 게) 그리 즐겁진 않다"고 강조했다.

아베티샨 대사는 "미국은 영향력을 넓히는 작업은 하지 않고 그저 군사적으로 도시(town)를 점령하고 군사기지를 짓는 등 1980년대 소련이 했던 것과 꼭 같은 접근법을 쓴다"며 "우리는 군사적인 것뿐만 아니라 시골 지역이나 주(州) 규모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넓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티샨은 "미국은 아프간의 모든 주(州)의 중심지를 장악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외에는 거의 통제 불능"이라며 "하지만 민간을 보호한다는 서방의 새로운 전략은 옳을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즉각적인 철군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었다. 그는 "효과적이고 잘 작동하는 권력 구조를 세워놓지 않고 아프간을 떠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또 하나의 잘못"이라며 "다국적군이 그냥 떠나버리면 이 전쟁은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련이 나지불라 괴뢰정권을 세우고 갔지만 7년 이상 내전이 계속됐고, 결국 1996년 탈레반에게 정권을 빼앗겼따는 사실을 염두에 둔 말로 풀이된다.

그는 "제도를 정비하고, 효과적인 정치 구조를 만들고,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세력을 대표하는 정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는 이 곳에서 떠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 강요하면 안 돼"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3만 명의 병력을 더 보내 아프간 동남부에 신속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그는 2011년 7월 철군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아베티샨 대사는 "현재 상황에서 짧은 시간 동안 약간의 병력 증파는 필요하다"면서도 그건 단기적이고 전술적인 증강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 군대가 짧은 시간 동안 정치·군사적 상황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권력 구조를 구축하고 경제를 재건하고 그 밖의 중요한 일들을 하는 게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철군 시한을 명시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철군 날짜가 나오면 저항 세력들은 그때까지 편안히 숨어서 기다리기만 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오바마의 출구전략 공개 후 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했던 말과 같은 논리다.

아울러 그는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재래식 전쟁으로는 아프간에서 군사적으로 승리할 수 없다"며 "다국적군이 아프간을 떠나더라도 전쟁이나 전투는 즉각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대선 당시 서방이 자신들의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키려 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베티샨 대사는 "아프가니스탄은 몰아붙이면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다"며 "단계적으로, 천천히 일을 추진해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전통적인 서구식 선거를 원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이 땅에 대사를 다시 보낸 것은 8년 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후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동서 문명의 십자로로 불리는 이 나라를 장악하려 할지 모른다는 미국의 시선을 의식해 조용한 행보만을 해왔다. 국제안보지원군(ISAF)에 단 한 명의 군인도 보내지 않았지만, 보급로 개방 등 전쟁에는 그런대로 협조를 해왔다.

그러나 아베티샨 대사는 "러시아는 (소련군 철수 후)아프가니스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려 왔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경제 측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인데, 이 지역을 둘러싼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 재현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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