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릅니다."
"모른다고요? 협상대표가 이것도 모른다고요?"
"아니, 당연히 아는데 질문의 의도가 뻔한 것 아닙니까"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 심리로 열린 '<PD수첩> 사건' 공판에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정책관과 김형태 변호사의 문답은 주로 이런 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민동석 전 정책관은 시종일관 "<PD수첩> 제작진이 30년 국가를 위해 일해온 공직자를 매국노로 만들었다", "좌파가 미워하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 등 <PD수첩> 제작진을 비난하는데 목소리를 높였지만 협상 과정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확인' 질문에도 "모른다"를 거듭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로 인해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반 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던 민 전 정책관 증인 심문은 오후 5시 45분까지 길어졌다. 민 전 정책관과 함께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 박창규 에이미트 대표, 송기호 변호사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이날 재판정에는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으로 보이는 이들 40~50명이 찾아와 끝까지 공판을 지켜봤다.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이더라도 협상에 영향 없었을 것"
이날 민동석 전 정책관은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한미 FTA 비준에 미칠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관계였다"고 강조했다.
민 전 정책관은 "한미 FTA 비준은 의회에서 하는 것이고 쇠고기 협상과 직접 관련이 없다"면서 "(둘 간의 관련성을 인정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 등은) 한미 관계를 고려해서 그렇게 말한지 모르나 나와는 관련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왜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협상을 미루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민 전 정책관은 "설령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결론이 나도 협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면서 "빈슨이 설령 인간광우병이라고 해도 우리 식탁에 오른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민 전 정책관은 "협상을 끌 필요가 없었다. 미국은 한국에게 중요한 나라이고 양국 간 신뢰관계를 뒤틀리게 한 것이 바로 쇠고기 문제였다"며 "미국이 광우병을 통제하고 있음은 OIE가 확인했다"고 말했다.
민 전 정책관은 '인간광우병으로 확정됐다면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게 국민적 요구 아니냐'라는 지적에 "그것은 MBC라는 거대 영향력을 가진 방송이 과장, 허위 선동했기 때문에 그렇지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정책관. ⓒ뉴시스 |
또 이날 민동석 전 정책관은 "전문가 회의의 의견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한미 쇠고기 협상에 '현 상태 유지'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회의(가축방역협의회)의 결론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민 전 정책관은 "쇠고기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은 정부 관계장관 회의에서 정해지는 것이고 나는 전문가 회의에서 만든 논리를 가지고 나가 싸우는 것"이라며 "전문가 회의는 협상 과정에서 피력할 협상 논리를 만드는 곳"이라고 일축했다.
민 전 정책관은 "'과학적 근거'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OIE에서 검증된 것이 가장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라며 "입증되지 않은 논문으로 OIE 기준을 반박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미국이 OIE에서 '광우병 통제국' 지위를 받은 것이고 이로써 미국에 적용되는 교역 기준이 정해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 전 정책관은 "OIE의 권고 기준에서 각국의 관습이나 문화적 관행 등을 고려하라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 등이 강조하는 '예방의학적 관점'에 대해서도 "수입 범위를 줄여보자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정운천 "사전예방의 원칙? 내용 모르겠다"
뒤이어 나온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비슷한 접근법을 취했다. 그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아느냐"는 질문에 "무엇을 사전 예방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김 변호사가 "식품 안전 등에 대한 사전 예방 원칙"이라고 부연하자 "있겠지요. 내용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정 전 장관은 "이영선 박사와 대화하며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만 확실히 취하면 없어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에도 여러 수준이 있다', '유럽의 사례를 아느냐' 등의 지적에 "실무팀에서 알 것이다.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민동석 전 차관과 정 전 장관은 일관되게 <PD수첩> 제작진의 처벌을 강하게 주장했다. 민동석 전 차관은 "한미 쇠고기 협상은 아주 잘된 협상이라고 확신한다"면서 "<PD수첩>은 절대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를 '독극물'처럼 과장, 선동해서 30년간 국가 만을 위해 헌신한 공무원을 매국노로 표현해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겼다"고 주장했다.
정운천 전 장관도 "<PD수첩>의 조작, 변조, 왜곡, 선동, 과장 허위로 국기는 문란되고 엄청난 사회 혼란으로 무정부 상태가 됐다"며 "국가의 법이 방송을 바로잡아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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