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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미국의 '봉?'… 달러 약세 따른 '엔고'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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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미국의 '봉?'… 달러 약세 따른 '엔고'에 속수무책

"미국보다 전면적 디폴트 가능성 높다"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86.27엔으로 1995년 7월 이후 14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엔고'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AP> 통신은 "엔고는 일본의 자동차업체와 전자업체 등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일본 경제에 나쁘다"고 지적했다. 도시바의 사사키 노리오 사장은 "엔고는 우리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미국과 일본 정부가 급격한 엔화의 평가절상을 방지하기 위해 조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AP>는 "도시바는 핵발전소에서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만드는 제조업체"라면서 "내년 3월까지의 회계연도에만 5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이 14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연합뉴스
디플레이션에 설상가상 '엔고 타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엔고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후지이 히로히사 일본 재무상은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면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AP>는 "투자자들은 지난 2004년 이래로 환율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던 일본 정부가 엔고를 막기 위해 엔화를 매각하는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도이치증권도쿄의 선임 환율전략가 후카야 코지도 "일본의 외환당국은 엔.달러 환율에 그다지 우려하지 않고 있어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사실상 '제2의 플라자 합의'의 악몽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85년 '국제적 합의'라는 미명 하에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을 급격히 낮추도록 강요받은 일본은 그 타격으로 1990년 이후 20년 동안 디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일 일본 정부는 3년여 만에 다시 현재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로 재진입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긋지긋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이 착각이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10월 전년 동월 대비 2.2% 떨어지면서 8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엔고는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수입가격은 하락시켜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쓰비시은행 "80엔대 초반까지 하락 가능성"

이때문에 더 이상 엔고 현상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바클레이캐피탈의 수석 외환전략가 야마모토 마사후미는 "일본 정부는 환율에 대해서는 '의도적 방관' 정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차단하고, 환율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길 원한다면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율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 달러에 대한 엔화의 환율은 85엔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5년 외환당국자 시절 강력한 환율개입 정책으로 엔고 문제를 해결해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미국의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달러당 85엔까지 떨어질 경우 개입을 숙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아시아담당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윌리엄 페섹은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와 후지이 재무상은 엔화 약세를 어떻게 유도할 수 있을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면서 경제에 관한 한 일본 민주당 정부의 대처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는 G7과 G20의 국제적 교감 속에서 일본 정부가 섣불리 시장에 개입했다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도적 방관'이 현실적인 대책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쓰비시은행은 엔화 환율이 80엔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장기적으로는 엔화 가치 하락 불가피"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다시 엔화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0.1%까지 내려간 제로금리, 사상 최대의 정부부채, 저축률 하락, 디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일본 경제 상황으로 볼 때 달러보다 엔화 가치가 더 위태롭다는 것이다.

페섹은 "일본 정부가 디폴트를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 "신용등급 하락 전망만 나와도 엔화 가치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은 인구 고령화에 저조한 출산율로 1인당 7만 6000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고, 이 부채의 크기는 노동인구 감소에 따라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이 미국보다 부채 부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잇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사이먼 존슨 MIT대 교수는 지난달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일본의 공공부채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이며, 결국 전면적인 디폴트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실재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9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87%로 예상되며, 조만간 2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GDP는 2008년 기준 약 4조3000억달러라는 점에서 일본의 정부부채는 10조 달러에 육박한다. 영국(약 2조2000달러)·프랑스(2조1000달러)·독일(2조9000달러)의 2008년 GDP를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다.

국채 발행 규모, 세수보다 많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부부채를 의식해 하토야마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국채 발행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경제위기로 줄어든 세수를 메우기 위해서 오히려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시인했다.

후지이 재무상은 "올해 세수가 당초 예상치보다 6조엔 줄어든 40조 엔에 그쳐 국채 발행 규모를 44조 엔에서 50조 엔 규모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국채 발행이 세수보다 많아지는 것은 1946년 이후 처음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일본의 재정적자는 신용등급에 가장 부정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피치는 "일본 정부가 넘지 않겠다고 장담했던 44조엔을 웃도는 국채를 발행할 시에 일본의 국가등급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JP모건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일본 정부가 부담해야할 국채 이자비용만해도 10조2000억 엔으로 세수의 26.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지난 1990년 18% 비중에 불과했던 이자 비용은 2014년 36.8%에서 2019년 73.9%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국채 부도 가능성을 의미하는 신용디폴트보험(CDS) 프리미엄은 11월 들어 1000만 달러 당 7만6160달러로 치솟았다. 지난해 8월 이 프리미엄은 3만7000달러였다는 점에서 두 배가 넘게 폭등한 것이다.

또한 일본 국채 CDS 거래 규모는 최근 1년 새 7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두 배로 증가했다. CDS란 채권 등 금융자산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계약으로 CDS 거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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