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상품수지 흑자 규모 급감… 한국의 3분의 1
21일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보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앞서기는 사상 처음이며, 현재와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연간 기준으로도 한국이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한국의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30개 OECD 회원국 중 독일(719억 달러)에 이어 2위다. 일본은 7위에 머물렀다.
일본은 2000년까지 줄곧 상품수지 흑자 1위를 기록했으나 2001년부터 독일에 1위 자리를 내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작년에는 376억 달러로 5위로 추락했다.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이던 1998년 3위까지 오른 후 계속 7~9위권에 머물다 작년에는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아 11위로 떨어졌다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였다.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를 합친 경상수지의 경우 아직 일본이 한국을 앞서고 있다. 독일이 584억 달러 흑자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이 580억 달러로 2위, 한국은 노르웨이에 이어 234억 달러 흑자로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의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한국에도 뒤쳐질 정도로 급격히 감소한 것은 일본의 장기불황이 얼마나 벗어나기 힘든 상태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본은 수출 급감과 계속되는 물가하락으로 현재 '지속적 디플레이션'에 진입하고 있다는 '레드카드'를 받은 상태다.
▲ 경제불황 극복은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임무인가. ⓒ로이터=뉴시스 |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경제 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21일(현지시간) 일본의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이제 '잃어버린 20년'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며 일본의 심각한 경제난을 조명해 주목된다.
우선 페섹은 '잃어버린 10년이 20년을 향해 가고 있다(Lost Decade Is Heading Toward Two-Decade)'라는 글에서 "오는 12월은 거품경제 시절 일본의 니케이 225 지수가 38915의 사상 최고점을 기록한지 20주년이 되는 달"이라면서 "이른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그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몇가지 점으로 볼 때 이제 '잃어버린 10년'은 20년이 됐다"면서 첫번째 10년과 두 번째 10년이 성격은 다르지만 연속된 불황으로 진단했다.
이 글에 따르면, 1990~2000년의 10년 동안 일본 경제는 위기의 연속으로 점철된 것이다. 두번째 10년은 상대적으로 안정되기는 했지만 내재적인 위험요소들이 적지 않은 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2002년 이후 일본 경제 성장, '스테로이드 주사' 덕분
2002년경부터 일본의 경제가 성장의 궤도에 올랐지만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제로금리와 대규모 재정지출 처방이 아니었다면 성장궤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MF 글로벌 FXA증권도쿄의 니콜러스 스미스는 "내년 새해가 되면 일본은 두 가지 처절하게 씁쓸한 새로운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면서 "일본의 경제 규모가 중국에게 밀려 3위로 내려앉았으며, '잃어버린 10년'은 20년도 지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화합이나 신뢰할 만한 경제각료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일본 국민도 자민당의 지리멸렬한 경제대책에 대해 환멸을 느낀 나머지 1955년 이후 독주해온 자민당에게 처절한 패배를 맛보게 하면서 민주당으로 정권을 교체했다.
하지만 페섹은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 집권 내각에 대해 개탄했다. 그는 후지 히로시마 재무상에 대해 "일본의 재무상 중 가장 빨리 신뢰를 상실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후지 재무상이 엔화 강세를 용인하겠다고 했다가 바로 다음날 대대적인 시장 개입을 시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개혁반대 대표적인 인사를 금융상에 임명한 의미
그는 후지 재무상보다 더 한심한 경제각료로 카메이 시즈카 금융상을 지목했다. 페섹은 "카메이 금융상은 통제불능 대상임이 분명하며, 하토야마 총리가 그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 정치의 분열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개혁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인사를 그런 자리에 앉혔다는 것 자체가 그 증거"이라고 지적했다.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의 나오미 핑크도 "많은 외국 투자자들은 카메이가 금융상에 임명된 것을 자민당 강경파 골수분자들의 승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메이는 이미 중소기업들이 대출 상환을 유예해주는 계획을 추진해 주식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은행들의 수익성, 자산 건전성, 리스크 관리 등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카메이 금융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심작이라고 할 '우정성 민영화'를 사실상 폐기하는 조치를 밟고 있다.
나아가 페섹은 "하토야마 총리는 최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일본의 경제의 틀을 재정비하고 유럽연합과 비슷한 동아시아공동체를 창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하토야마의 민주당이 말 이상의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면서 "그의 경제팀은 실망스러운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산거품 붕괴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도 자칫하면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일본 경제의 현실은 사뭇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