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009년 당시 아들이 다니고 있던 영훈초등학교에 삼성전자 컴퓨터 40대를 기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의 아들은 얼마 전 영훈초등학교와 같은 재단 소속인 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합격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관련 기사 : 삼성 이재용 부회장 아들, 특별 전형으로 국제중 입학)
26일 김문수 서울시의원(민주통합당·시의회 교육위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영훈초등학교에서 삼성전자로부터 물품을 기증받은 사실 여부 및 내역'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09년 4월 영훈초등학교에 4800만 원 상당의 삼성전자 개인용 컴퓨터 40대를 기부했다. 당시 이 부회장의 아들은 이 학교 3학년이었다.
더구나 영훈초등학교는 컴퓨터 40대를 받으며 이 부회장으로부터 물품 기탁서를 받지 않아 학교발전기금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공개한 문서를 보면 영훈초등학교는 "이 부회장이 기증 당시 '개인 자격으로 기부하는 것'이라며 물품 기탁서 작성을 거부해, 학교발전기금으로 접수하지 않고 물품 대장에만 등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 측은 물품 기탁서가 없어 학교발전기금으로 넣지 못하면 물품을 받지 말아야 하는데 학교가 이 규정을 어겼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기탁서를 써주지 않은 것은 컴퓨터 기증이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4800만 원가량의 물품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김 의원은 "영훈국제중과 같은 재단에 속한 초등학교에 기부를 많이 했다면 중학교 입학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사실상 기여 입학 아니냐"고 지적했다.
"영훈학원이 운영하는 학교들에 대한 특별 감사 필요"
이처럼 이 부회장 아들의 영훈국제중 특혜 입학 의혹이 가중됨에 따라, 영훈학원이 운영하는 학교들에 대한 특별 감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형태 서울시의원(시의회 교육위원)은 이날 있었던 시의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에게 "영훈중의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 현황을 보면 올해 장애인이나 아동복지시설 출신과 같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며 "영훈중의 입학 과정에 대한 공정성이 의심되므로 영훈학원이 운영하는 학교들에 대한 특별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용린 교육감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기준을 바꾼 것이라면 감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 김형태 의원은 "시 교육청이 학교 측의 얘기만 듣고는 실태조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영훈국제중 합격이) 만약 부정입학으로 확인될 경우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육감은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 관련 지침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는 건 틀린 말이다"라고 반박했다.
영훈국제중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경제적 배려 대상자'와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로 나뉘어 있다.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에는 한부모 가정, 북한 이탈 주민 가정 등과 소년소녀 가장 등이 포함되며, 저소득 조건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는 영훈국제중이 입학전형위원회 위원에 외부 위원을 넣지 않은 점과 지난해부터 면접 점수가 5점에서 15점으로 높아진 점, 영훈초등학교 출신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합격자 16명 가운데 6명에 달한다는 지적 등이 나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