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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차기 사장은 '최악' 혹은 '차악'? 진짜 문제는…

"문제는 '최악·차악' 사장이 아니라 KBS 구성원의 의지"

17일 칼바람이 몰아치는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정문 앞. 10여 명의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장 연임 어림없다", "연임에 눈이 멀어 비정규직 토사구팽 이병순은 각성하라" 등의 팻말을 세우고 앉았다. KBS에서 해고된 언론노조 KBS 계약직 지부 조합원들이다.

이들의 뒤에 있는 정문을 지나면 KBS 본관 1층엔 '시청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시청자광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들어갈 수 없다. 지난 13일 농성 첫날 KBS 청원 경찰은 시청자광장에서 농성을 벌이던 비정규직 조합원 일부를 끌어냈다. 그 후, 정문 앞 뒤로 지키고 선 수십 명의 KBS 청원 경찰들은 계약직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고 기자를 비롯해 드나드는 다른 이들의 출입증을 검사하거나 용무를 묻는다.

'출입 금지'는 사추위가 5명으로 압축한 차기 KBS 사장 후보 중 한 명인 홍미라 지부장도 마찬가지다. KBS는 시청자광장에서 농성 중인 홍미라 지부장이 건물 밖으로 나올 경우 다른 조합원들과 마찬가지로 다시 KBS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하겠다는 방침이라 홍 지부장은 사실상 건물 안에 갇혔다. 언론노조는 "차기 사장 후보인 이병순 사장이 다른 차기 사장 후보의 활동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17일 언론노조 KBS 계약직 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로비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들 뒤로 KBS 본관 정문을 막아선 청원경찰들의 모습이 보인다. ⓒ프레시안

▲ 홍미라 언론노조 KBS 계약직 지부장. 17일 KBS 본관에서는 '홍미라 KBS사장 후보에게 듣는다-대시민 설명회'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청원경찰들이 기자들을 들여보내주지 않아 무산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홍미라 지부장이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전화로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것으로 대체됐다. ⓒ언론노조

KBS 본관 1층 로비, 시청자 광장에서는 KBS 계약직 지부만의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계약직 지부가 농성하고 있는 천막 맞은 편에 KBS 노조가 설치한 "정치 독립적 사장 선임을 위한 천막 농성장"이 있고 그 옆에 17일부터 단식 농성을 시작한 김덕재 한국PD연합회 회장(KBS PD협회장)의 농성도 진행되고 있다.

셋 모두 "정치 독립적 사장 선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좀처럼 하나로 뭉쳐지지 않는다. 초기에 계약직 조합원들은 KBS 노조가 설치한 천막에서 농성을 시작했지만, 청원경찰의 항의가 있은 후 KBS 노조가 천막을 옮겨갔다. KBS 계약직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막지 못했다.

"이래서는 김인규는커녕 이병순, 강동순도 막지 못한다"

KBS 차기 사장 면접을 하루 앞둔 18일엔 투쟁의 규모가 커졌다. KBS 노조는 17일 KBS 이사회가 '공개 면접' 안을 거부하자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또 김덕재 PD협회장의 단식 농성에는 민일홍, 윤성도, 이진서 PD와 성재호 기자, 이도영 KBS 조합 감사 등이 동참했다. KBS 계약직 지부는 전 조합원이 36시간 단식에 돌입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KBS 노조, 계약직 지부, PD협회가 '따로' 투쟁하고 있는 이유는 18일 단식에 동참한 이진서 PD 등이 낸 성명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이 성명에서 "특보 출신 사장을 막겠다는 노조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지만 조합원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한다"며 "김인규 씨를 막아내는 대가로 이병순 혹은 강동순 씨가 KBS 사장 자리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노조를 비판했다.

이들은 "노조 집행부는 비대위 성명에 '이병순, 강동순 중 한 사람이 후임 사장으로 제청받을 경우 파업을 포함한 모든 투쟁을 하겠다'는 한줄 문구만이라도 넣어달라는 요구마저 거부했다"며 "이미 '노조가 이병순 현 사장을 밀고 있다'는 얘기가 안타깝게도 회사 곳곳으로 퍼진 상태다. 이래서는 김인규는커녕 이병순도 강동순도 막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재공모를 해서라도 제대로 된 사장을 앉혀야 한다. 노조는 항상 명분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병순 연임하면 KBS노조는 그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KBS 노조는 차기 사장 선임 국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 출신인 김인규 협회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는데 투쟁의 초점을 맞춰왔다. 18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앞에서, 17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낙하산 사장 MB특보 김인규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열었고 "구속·해고 결의" 성명서도 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노조는 '김인규 특보 반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과연 제대로된 스탠스인지 의심스럽다"며 "김인규 후보에 대해서도 당연히 반대해야 하지만, 왜 동일선상에서 후보들을 놓지 않고 한 사람만 유독 반대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덕재 협회장은 "이미 사원 여론조사 결과 76.9%가 이병순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만일 지금 조사한다면 90%가 넘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병순 사장이 연임한다면 KBS 노조는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KBS 노조는 '이병순 사장이 차기 사장 최종 후보로 제청됐을 경우'에 대해 "인격 개조"라는 답을 내놨다.

"이병순 사장이 만일 연임이 된다면 조합원들이 지적하신 이병순 사장의 부족한 자질인 정치적 독립성과 민주적 리더십, 공영방송 마인드, 경영능력 등을 해결 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출근저지투쟁 등 강도높은 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병순 씨가 결국 인격개조에 버금가는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필요하다면 조합은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까지 불사해 이병순 씨에 대한 인격개조 작업을 확실하게 추진할 것입니다"(KBS 노동조합 43호 특보)

홍미라 KBS 계약직 지부장은 "KBS 노조의 입장은 결국 '최악-차악'의 논리인 것 같은데 과연 그 둘 간의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정치 중립적 사장 선임 농성을 한다면 이병순, 김인규, 강동구 세 후보가 모두 부적격이라고 반대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홍미라 지부장은 "사실 비정규직 문제는 KBS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 개입을 했다면 쉽게 해결 할 수 있었던 문제였다"면서 "비정규직 노조로서 섭섭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 KBS의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알려내서 투쟁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비판했다.

▲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KBS 계약직 지부 조합원들을 청원 경찰들이 가로막고 있다. ⓒ프레시안

홍미라 지부장 "면접 보는 사이 조합원들 끌려나갈까 걱정"

KBS 안팎에서는 19일 사장 면접을 보는 후보들을 두고 "누가 되도 암울하다"는 평이 적지 않다. 사원들의 연임 반대 여론이 높은 이병순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 대선 특보 출신 김인규 협회장, '한나라당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강동순 전 방송위원 등이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 "공익과 인간이 자본과 효율을 압도하는 KBS"를 내세운 홍미라 후보는 사장 선임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지금의 시청자광장에서의 각기 투쟁이 상징하듯 KBS 구성원들이 차기 사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이병순, 김인규, 강동순, 이 세 사람이 공영방송 KBS의 사장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더 중요한 것은 KBS 구성원들의 의지"라고 꼬집었다.

이근행 본부장은 "노조를 비롯해 사원행동, 구성원들은 지금 얼마나 언론인으로서 중요한 책무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면서 "KBS 구성원들이 지금이 KBS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깨닫고, 부적격자 후보를 몰아내고, 가열찬 투쟁으로 일어설 때 언론 노동자들도 함께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노조가 19일 KBS 사장 후보 면접에서나 최종 사장 후보 제청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권이다. 당장 홍미라 지부장은 "내일 사장 면접을 보러 갔을 때 혹시 남아 있는 계약직 조합원들이 건물 밖으로 끌려나가지 않을까가 가장 걱정"이라며 "적어도 이 농성장에 KBS 노조와 PD협회 등이 함께 있으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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