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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매

[한윤수의 '오랑캐꽃']<638>

얼굴이 이쁜 것도 아니고
나이도 30대 중반이니 적지 않다.
게다가 불법체류자다.
별 매력이 없을 것 같은 이 여자 때문에
국적이 다른 젊은 사내 둘이 싸웠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같은 공장에 다니는 태국 여성을 사이에 두고.
파키스탄 남자와 스리랑카 남자가 주먹다짐을 벌여 각각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쌍방이 고소했는데
경찰이 원인 제공한 이 여자를
참고인으로 부른 거다.

정작 몸이 단 것은 사장님이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는 것도 께름칙하려니와
여자가 추방되면 안타까워서 어찌 보나?
그래서 권한 거다.
"잠깐 피해 있어. 넉넉잡고 한 달만."
"알았어요."

한 달 후
여자는 그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나한테 와서 퇴직금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얘기는 쏙 빼고.

그래서 멋도 모르고 퇴직금 왜 안 주냐고 물었다가
이사님의 역정을 들은 거다.
"아니, 뭘 알고 하는 소립니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리 된 거다.
하지만 어떡하나?
그래도 줘야 한다고 말했더니
"주긴 주겠는데요. 걔한테 전해주세요. 딴 데 가서 그러면 몰매 맞는다고."

따뜻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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