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차기 사장 선임에 대한 KBS 노동조합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병순 현 사장과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강동순 전 방송위원 등이 차기 사장 후보로 압축된 상황에서 KBS 노동조합이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병순 사장에 대해 취한 태도 때문이다.
KBS 노조 "김인규 사장 오면 '구속·해고 각오 투쟁"
KBS 노조는 지난해 이병순 사장이 취임할 때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특보 출신인 김인규 회장을 '낙하산 사장'으로 규정하고 16일에는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해 집행부 전원이 구속과 해고를 결의한다"라는 '구속, 해고각오 투쟁 결의문'도 냈다.
문제는 김인규 회장 외에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로 꼽히는 이병순 현 사장에 대한 입장이 애매모호하다는 것. 특히 지난 12일 KBS 노조가 "'MB 낙하산' 김인규가 오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성명을 내면서 더욱 논란이 확산됐다. KBS 노조가 김인규 회장 외에 다른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KBS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은 16일 "성명서는 조합원들과 나머지 사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면서 "조합원들은 노조가 가장 유력한 낙점 후보인 이병순 현 사장이 연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눈감겠다는 의미로 행간을 읽고 있다"며고 비판했다.
KBS 사원행동은 "조합 집행부가 극도의 불신을 받게 됐다. 그 동안 조합 집행부가 보여 온 행보들은 이런 불신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면서 "조합원의 의사와 정서를 거스르는 조합 집행부를 위해 누가 힘을 실어주고 개개 조합원이 총파업 대열의 선봉에 서겠느냐"고 질타했다.
"이병순은?" 내부 반발에 KBS 노조 "질적으로 달라"
논란이 확산되자 KBS 노동조합은 16일 '정치 독립적 사장 선임 투쟁-노동조합의 입장은 이렇습니다"라는 기사가 담긴 이례적인 특보를 냈다. 소위 KBS 노조의 '이병순 눈감아주기'의혹 에 대한 해명 차원인 셈.
그러나 이 특보에서도 KBS 노조는 "후보들간 질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병순 사장에 대한 명백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들은 "김인규 후보는 '한나라당과의 관계'라는 잣대로 볼때 '객관화된 운명 공동체'나 다름없다"면서 "반면 강동순 후보는 한나라당 대책회의를 하다 녹취록 파문을 일으켰던 장본인이지만 김 후보처럼 정권 핵심부에 접근했다고 볼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KBS 노조는 이병순 사장에 대해선 "정권의 눈치를 보며 신뢰도와 영향력 또한 추락시켰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고 구성원 여론조사에서 76.9%라는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이 후보는 대선 캠프에 있지 않았고 집권을 위한 대책회의도 한 일이 알려진 바 없다"고 했다.
이들은 오히려 '이병순 연임 반대 투쟁'을 요구하는 KBS 사원행동 등을 '사내 일부 세력'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병순 연임반대를 제1목표로 삼을 경우 사장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는 김인규 씨가 될 것이라는 점을 그들도 알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권에서는 신임하는 (김인규) 특보를 보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을 이유로 내세우면서도 "이병순 사장이 최종 1인 후보로 선임될 경우"에 대한 답은 역시 애매모호하게 냈다.
이들은 "이병순 사장이 만약 연임이 된다면 이 사장의 부족한 자질인 정치적 독립성과 민주적 리더십, 공영방송 마인드, 경영능력 등을 해결할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할때까지 출근저지투쟁 등 강도높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병순 사장에 대해서는 사내 구성원 76.9%가 연임을 반대하는 등 사실상 조합원들의 평가가 끝난 상황. 이에 KBS 노조는 "구성원의 연임 반대율를 근거로 즉각적인 파업을 할 수는 없다"며 "적어도 KBS 노조의 파업은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원행동 "KBS 노조 진정성 있는 모습 보여라"
이로 인해 KBS 내부에서는 KBS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적잖은 내홍이 일 것으로 보인다. KBS사원행동은 "KBS 노조집행부는 전체 조합원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한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이병순 연임 분쇄와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병순, 김인규, 강동순 3인에 대한 이사회의 사장 제청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라"며 "그런 진정성과 각오만이 전 조합원의 강력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고 결국 현 노조집행부와 조합원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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