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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세무조사 중지 명령'… 획기적 변화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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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세무조사 중지 명령'… 획기적 변화 가져올까

납세자보호관의 진정한 독립성은 '정치적 세무조사' 근절로 보여줘야

백용호 국세청이 국세청 개혁조치의 하나로 선보인 것이 지난 10월26일부터 시행된 '납세자 권리보호 요청제'다. 이 제도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국세청 권력의 상징인 세무조사를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자체 감시 기능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관련 기사:국세청의 잇딴 인사실험 …세무조사 함부로 못하게 되나)

특히 납세자의 요청이 있으면 국세청 본청 소속의 '납세자보호관(국장급)'은 세무조사를 중지시킬 수도 있고, 세무조사반 교체 등 시정요구권, 징계요구권 등을 발동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예상보다 빨리' 세무조사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국세청 내에서는 '납세자 권리보호 요청제'를 의식해 세무조사가 보다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며, 이에 따라 납세자보호관이 세무조사를 중지시킬 만큼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는 사례가 발생하려면 최소한 몇 개월은 지나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 백용호 국세청장. ⓒ연합뉴스

국세청, '세무조사 중지' 조치가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납세자보호관이 '납세자 보호' 의지를 보여줄 '사건'이 이처럼 빨리 발생했다는 것은 두 가지 상반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세무조사 중지' 첫 사례라는 불명예스러운 조치를 당할 위험이 큰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 즉시 이런 사례가 나온 것은 지금까지 납세자들이 억울한 세무조사를 받은 일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도 세무조사를 중지시킬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두번째, 납세자 보호관이 세무조사에 대해 철저하게 납세자 편에 서서 보호한다는 의지를 이번에 보여준 만큼 앞으로는 부당한 세무조사가 근절될 것이다.

문제는 납세자보호관이 발표한 첫 세무조사 중지 사례는, 부당한 세무조사가 앞으로 근절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는 '억지춘향'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번 세무조사 중지 명령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은 이렇다. 이지수 납세자 보호관이 10일 브리핑을 통해 "납세자 권리보호 요청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소재 P세무서에 대해 세무조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세무조사'가 많았나

브리핑에 따르면 P세무서는 지난달 관내에 주소가 있는 개인사업자에 대해 세무조사 예고통지서를 보냈으나 이미 지난해 사업장이 위치한 수도권의 다른 C세무서에서 조사를 받아 몇 천만 원을 추징당한 사실이 있었다. 사업자는 1년 만의 연속 세무조사에 대해 P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P세무서 납세자 보호담당관은 조사대상 선정의 적법여부 등을 검토한 결과, 국세기본법 81조의 6 제2항 제4호의 규정(신고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판단, 국세청 납세자 보호관에게 세무조사 중지 명령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지수 납세자보호관은 이렇게 판단했다. 조사를 받은지 1년만에 비정기조사 대상으로 다시 선정하기 위해선 보다 신중한 심리분석이 선행됐어야 했다. 세무조사를 받은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등 해당 사업장에 대한 조사이력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고, 1년 만에 다시 조사를 실시해야 할 만큼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보호관은 세무조사의 진행을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자 징계 요구와 관련, 이 보호관은 "이 사안은 징계 요구를 할 만큼 사실 판단을 크게 그르친 경우는 아니다"면서 징계 요구권은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어디까지나 이번 사안은 특정 세무조사 사안에 대해 세무서의 '사실 판단'과 납세자보호관의 '사실판단'이 달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세무조사 여부 최종 판단 권한은 납세자 보호관에게?

그는 "국세청장에게 사전 보고하거나 조사국장과 협의를 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보호관이 스스로 밝혔듯, 납세자보호관은 세무조사 중지권 등을 발동할 때 국세청장의 결재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지방의 납세자보호담당관도 지방국세청장과 세무서장이 아닌 본청 납세자보호관으로부터 위임 받아 권한을 행사한다.

이지수 납세자보호관의 설명대로라면, 이제 국세청 세무조사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최종 권한은 국세청장이나 조사국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게 된다.

백용호 청장은 '독립성 확보'를 위해 납세자보호관은 반드시 비국세청 출신의 외부인사로 임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초대 납세자보호관에 판사 출신인 이지수 씨를 지난 9월24일 임명했다.

하지만 '독립된 외부출신 인사'에게 책임자를 징계할 정도의 사안도 아닌 '사실 판단'으로 세무조사를 좌지우지할 권한을 부여해도 되는 일일까? 납세자보호관의 판단은 항상 '불편부당'하다는 보장은 누가 하는가?

물론, 이번 조치로 납세자는 1년만에 특별한 사유도 없이 비정기세무조사를 또 받는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일 것이다.

납세자보호관의 '독립성'이 빛나려면...

하지만 '세무조사 중지'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세무조사 담당 부서가 아니라 별개 독립 부서의 '사실 판단'만으로 발동된다면, 국세청은 스스로 조직 체계를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백용호 청장이 의욕적으로 도입한 '납세자 보호' 제도가 내부 갈등만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세무조사와 관련해 정말 중요한 납세자보호관의 '독립성'은 개인사업자보다는 권력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세무조사에서 발휘되어야 빛이 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백 청장이 정말 '납세자 보호'에 뜻이 있다면, 신임 청장이 '납세자 권리 보호요청제'를 시행한 순간에도 '말도 안되는 세무조사'를 남발하는 부실세정의 근원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라는 따끔한 질책도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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