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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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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마음

[한윤수의 '오랑캐꽃']<147>

베트남 노동자 티(가명)가 영구 귀국한단다. 너무나 섭섭하다, 그는 한글학교의 창립 멤버였고 교실의 앰프며 노래방 기계까지 다 고쳐주던 일등 기술자였으니까. 그를 위하여 한글학교 학생들은 하루 수업을 빼먹고 송별 등산을 가주기로 하고, 나는 그가 퇴직금 등을 깨끗이 받고 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로 했다.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사장님은 펄쩍 뛰었다.
"티요? 갔다가 올 건데요. 재입국합니다. 영구귀국이 아닙니다."

의심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사장님과 티,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실을 밝히기로 했다.

고용지원센터에 전화해보니 이미 티는 재입국 수속을 마친 상태다. 재입국한다는 사장님 말이 맞다. 그러면 티가 거짓말을 한 것인데 왜 나에게 거짓말을?

티를 불렀다. 그는 두 시간 이상 산을 탄 데다가, 하산 후 친구들이 열어준 *송별파티에서 한 잔을 걸친 탓에 얼굴이 불콰했다. 내가 물었다.
"재입국한다면서?"
그가 대답했다
"재입국할 수 있지만 재입국하지 않을 거예요."
"왜?"
"오고 싶지 않아서요?"
"왜 오고 싶지 않은데?"
그는 처음에 "일이 힘들어서"라고 대답했다가 "한국에 좋은 추억이 없어서"로 바꾸더니 급기야는 "내년에 일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얼버무렸다. 말이 오락가락하는 걸 보니 마음도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

내가 물었다.
"다시 안 오는 거 사장님이 알아요?"
"아니요. 몰라요. 내가 베트남 가서 사장님에게 전화할 거예요."
의심이 가지만 한 번 더 물었다.
"퇴직금 받아줄까?"
"아니요. 안 받고 갈래요."
"퇴직금 안 받고 가면 후회할 텐데."
"아니요. 후회 안 해요."
"일한 대가를 왜 안 받으려고 하는 거지?"
"회사가 어렵거든요. 작년 여름부터 사장님이 은행 빚내서 월급 주었어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데, 당연히 받을 것을 안 받아?"
"안 받아요."
"내가 사장님에게 얘기해줄까?"
"아뇨, 절대로 하지 마세요."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내가 머리를 흔들자 같이 온 베트남 친구들이 웃으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티, 베트남 갔다가 와요! 와요!"

티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다.
저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아나?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건 그를 *도울 방법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송별파티 : 한국에도 군대 간다고 송별파티 받아먹고 안 가는 뺀돌이가 있듯이. 티야말로 베트남 간다고 송별파티 받아먹고 가지 않는 뺀돌이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도울 방법이 없다 : 귀국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고국에 도착해서 직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현지에 있는 한국 회사와 연결해주는데(이번에는 홍보 차원에서 베트남 TV방송에도 출연하므로 틀림없이 취직이 된다), 나는 티를 거기 추천해주려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만일 추천했다가 그의 마음이 바뀌어 다시 한국으로 가겠다고 하면 산업인력공단 뿐 아니라 현지 회사도 낭패 볼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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